<펠로폰네소스 전쟁사> 4강 후기

오영
2019-07-0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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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있어서 결정타였던 시켈리아 원정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아테나이는 404년 데켈레아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몰락하고 말았으나 사실 아테네의 운명을 가른 것은 10년 전에 있었던 시켈리아 전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의 양상으로는 스파르타와 아테나이의 승패가 어떻게 날 지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시켈리아 원정에서의 패배로 아테나이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전쟁의 결과로 아테나이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아테나이가 이미 내부에서부터 붕괴되고 있었고 시켈리아 원정의 패배는 그 필연적인 귀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뿔옹샘은 <주체의 해석학>에서 푸코가 주목했던 '자기 배려'와 연관지어 시켈리아 원정의 대실패와 아테나이의 운명을 해석하였는데  소크라테스와 알키비아데스, 그리고 시켈리아 원정 사이의 맥락이 흥미로웠습니다. 알키비아데스라는 한 영웅의 욕망의 질주와 그리고 그의 운명은 그저 한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아테나이 제국의 운명과도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플라톤의 <알키비아데스>라는 텍스트가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막연하게 여겨지지 않고 당대 소크라테스가 직면했던 현실과 그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고민이 더 실감나고 절절하게 와 닿았다고나 할까요? 알키비아데스에게 소크라테스가 했던 조언이나 당부는 헬라스의 학교라고 자랑했던 아테나이의 철학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향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타자를 지배하려면 우선 너 스스로를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은 알키비아데스만이 아니라 아테나이 시민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었던 것이죠. 

아테나이는 다른 폴리스들의 두려움과 질시를 받는 위치에 올라선 이후 자신의 능력보다 과도한 자신감에 사로잡혀 그 자신들의 원동력이었던 데모스가 타락하고 변질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로고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데모스의 힘은 오히려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부정적인 힘이었으나 그를 제어할 능력이나 관심이 아테나이 시민들에게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소크라테스의 말에 귀 기울지 않았던 것이죠.

알키비아데스와는 다른 입장에 니키아스가 있었습니다. 적어도 그는 자신이 처한 모순적인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위기에 직면해서 그를 헤쳐 나갈 능력이나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는 아테나이 시민들이 각자의 욕망에 눈이 어두워 과도한 전쟁이 초래할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대중의 욕망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자신의 입지가 위태롭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대중을 거스를 수도, 그렇다고 대중을 설득할 능력도 없어 우왕좌왕하다가 결정적인 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는 시켈리아 원정대의 학살에 가까운 엄청난 희생이었습니다.

4강을 마치면서 여러 생각이 오갔습니다만 앞선 두 강을 빠졌던 터라 앞 뒤 맥락이나 생각을 미처 정리하지는 못한 채 후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두서 없는 후기를 꼭 한 번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잘 읽어보고 싶다는 말로 급마무리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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