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론강독시즌1> 제4강 후기-등불과 어둠이 만나면 달라진다?

잎사귀
2019-06-16 21:30
298

등불과 어둠 밖에 알아듣지 못한 제게 후기를 쓰라고 하시는 무데뽀에 저는 후기로 답할 수 밖에 없는거죠? ㅠㅠ

4회차 동안 이루어진 신상환 선생님의 중론 강의 시간 동안 저는 주로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라는 심정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어렵기만한 고대 불교사를 지나 중론의 게송들을 읽어나가면서 진즉 퓨즈는 나가버렸습니다.

그저 착하게 살면 된다는 부처님 말씀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말장난 같은 논리 싸움에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신상환 선생님께서도 용수의 중론을 읽다보면 화가 난다는 말씀이 큰 위안이 되었죠^^

그러다 드디어 오늘 뭔가를 알아들었습니다.

그것은 등불과 어둠으로 비유된 "자성은 없다"라는 논리였습니다.

만약 등불과 어둠에 자성(自性; 자기만의 특성)이 있다면

등불은 남과 나를 밝히는 것이고 어둠은 깜깜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둘이 만나면 어둠은 사라지고 어둠이 사라졌기에 등불 또한 그 자신이나 남을 밝히는 성질을 잃게 되죠.

결국 둘이 만나 전혀 새로운 무엇이 된 그들을 통해 이 세상 모든 것은 공=일체무자성=연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을 뿐임을 알 수 있다는 걸,

알아들었습니다.


아~ 그렇게 변하는 거구나, 정말 연기적이네~ 라는 실감이 팍팍팍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연이어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나"라는 본질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그것은 "감수 작용"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체와 대상 사이에는 항상 "반영"이라는 작용이 일어나는데, 그 반영이 불러 일으키는 "느낌" 때문에 본질이 있다고 착각한다는 거죠.

반응은 잊어버린 채 고정된 "내"가 있다고 착각한다고 합니다.

마음 세미나에서 처음 붓다를 공부하면서 "느낌"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다시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에 의해 만들어지는 "느낌"에 주목하게 되네요.

인간이 자주 빠지게 되는 오류 중 대전제의 오류에 대한 말씀도 크게 와 닿았습니다.

질문을 받으면 그것에 맞는 답을 하려는 오류가 대전제의 오류입니다.

질문을 벗어나는, 왜 그 질문에 맞는 답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는게 문제라는 거죠.

질문 자체에 대한 의문,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시이래(無始以來)

불교에서는 알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열린 사고로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른다로 놓고 사고를 풀어나간다고 해요.

저는 우주적인 것은 전혀 모르겠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가 보여주는 표면적인 말들, 행동들을 난 안다고 생각해서 즉각 반응했는데 과연 나는 알았던 걸까?

누군가 연기적 시공간을 보낸 후 그 끄트머리에서 내게 보여준 표면의 모습만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가?

모른다를 전제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1차적으로 오는 느낌을 살짝 접어두고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음을 전제하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졌어요^^

마음을 어떻게 닦아야 하냐는 질문에 선생님께서 하신 답, 그저 반복~

헬스클럽 흥하는 이유와 반대로 그저 반복~

명심하겠습니다.

오늘 배운 공부 목록입니다.

제6품 탐욕과 탐욕에 빠진 자에 대한 고찰

제7품 생기는 것과 머무는 것과 사라지는 것에 대한 고찰

제8품 행위와 행위자에 대한 고찰

제9품 선행 주체에 대한 고찰



댓글 3
  • 2019-06-17 06:38

    멋진 잎사귀님!!

    가을에 '붓다액팅스쿨' 고고? 

    ㅋㅋㅋㅋ

  • 2019-06-17 19:41

    하하하 무데뽀로 후기를 부탁드렸다고요?

    그렇게 보일지 모르지만.. 저도 누울 자리 봐 가면서 다리 뻗을 정도의 눈치는 있답니다.^^

    잎사귀님은 등불과 어둠에 대한 비유로 <중론> 강독의 한 고비를 넘으신 것 같아요.

    저 역시 때로 답답하여 무엇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론> 강독이 어렵기는 하지만

    그저 "참 좋은 말씀이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막연한 느낌에 머물지 않고

    공, 무아, 무자성, 연기, 육근, 오온, 이런 개념들에 대해 

    머리에 쥐가 나도록 깊게 생각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모른다는 걸 절실히 아는 것, 그것이 위대한 시작이 아닐까요?ㅋㅋ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헤매면서도 한 품 한 품 

    <중론>의 고갯길을 같이 넘어가는 친구들이 있어

    무사히 4주가 지나고 이제 한 주를 남겨놓고 있네요.

    마지막 5주차에는 뭔가 삐리릭 하며 터져나오는 것이 있기를 기대해 봅시다!!

  • 2019-06-2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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