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주희>3강 새로운 주체[士]탄생의 근거를 확립하다

뿔옹
2019-04-21 23:25
469

파지사유 인문학으로 "역사 속 주희"를 주제로 강의한다고 했을때,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서 사사키 아타루가 말한 중세 해석자 혁명이 12세기였고,

<텍스트의 포도밭><ABC, 민중의 마음이 문자가 되다>에서 이반 일리치가 현재 우리 정신공간의 틀인

평민문자문화(lay literacy)가 형성된 것 역시 12세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는 computer literacy로 이동중이라고 말하지요.)

중국(동아시아)에서는 어떤 배경 속에서 유학이 성리학으로 새롭게 정립되었는지......

그래서 강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번 강사인 진달래샘에게 이와 관련하여 궁금한 점들을 많이 물었고,

이번 강의에서 이에 대한 샘들(자작&진달래)의 해석들을 듣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맘처럼 일이 되지 않아서 제 질문에 대한 많은 답들이 나왔다는 첫시간에 결석하고 말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1강을 듣지 못해서 자꾸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죄송) -.-;;;


살펴보니 제가 궁금해 한 질문과 해석은 역시 1강 강의록에 있었습니다.


"성리학은 당나라 말, 오대(五代)의 혼란기를 지난 송나라 사대부들의 고민과 그들의 치열한 논쟁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당송변혁기(1050년대), 즉 당말에서 송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보자.  후대의 학자들은 단지 제국의 멸망과 성립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난 변화에 주목하여 한당의 전기제국 시대와 송나라 이후를 가르는 변혁의 시기로 본다." 

(1강 강의록 中)


사대부들의 논쟁과 고민에서 만들어진 성리학, 그리고  송에서 일어난  정치/사회...전반의 변화!

유학에서 성리학으로의 이런 변화를 가져온 사회적 조건은 어떤 것인지, 

특히 공자 이후 집대성이란 말을 쓴 유일한 사람인 주자가 탄생한 배경은 어떤 것이지 궁금했습니다.

강의를 듣지 못한지라 1강 강의록만 살펴보면, 한당제국과 달리 북송시대에는 군사/문화적으로

이미 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민족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즉, 이제 그들을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한 평화의 조건이 되었다는 것!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3강에서 기존 귀족계급의 붕괴와 새로운 관료로서의 사대부 계층을 이야기했는데,

이민족이 강성하게 된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

생각해보면, 더 강한 군대 양성이 중요할수도 있었는데, 왜 성리학을 바탕으로 하는 사()라는 지식계급이 송대부터 부상했을까?


점심을 먹으면서 진달래샘, 게으르니샘, 초록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쬐금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도학과 불교를 중심으로 전개된 나라에서 주희가 경험한 서민/농민들의 실생활이 너무나 피폐했고,

(아마도 그래서 세금 문제나 부정부패에 대한 청원을 계속해서 주희가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랬기에 도교/불교가 아니라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철학을 전해주는 유교가 필요했고,

유학에서 약했던 부분을 이학(理學)에 집중하면서 사서학의 완성에 삶을 바친 것이 아닌가 추론해봅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이 새로운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사계급의 탄생의 근거를 확립하게 된 것이 아닐까.


주희가 <대학>을 예기에서 뽑아내서 새롭게 편집하고, 새로운 장 하나를 집어넣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해보였습니다. 

물론, 주희가 천재적 재능을 가졌고 오랜 기간동안 계속해서 탐구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작업을 개인의 재능만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알게 모르게 이런 작업들이 조금씩 여기 저기서 시도되고 있지 않았을까? (이건 상상)

이런 사회적/문화적 배경속에서 주희도 작업했을것이라는. (상상)

특히 송나라의 3대발명품 중 하나인 인쇄의 발달이 여기이 아주 큰 역할을 했겠죠. 아마도.

최초의 활자인쇄가 이뤄진 것 역시 북송시대였고,

경제적 풍요와 인쇄의 발달로 이전 시대보다 백배, 천배 이상으로 많은 책들이 보급되면서

새로운 주석을 다는 일들이 많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사실 3강에서 제일 흥미로운 부분은 계급의 형성을 가능케 한 향리공간(서원, 사창)이었습니다.

단순히 관학이 아닌 사학의 근거지가 아니라 이러한 사회적 질서가 작동하도록 했던 힘으로서의  계급의 구성!

정부의 관료로서 일하지 못하더라고, 이런 질서를 유지시킬 수 있게 만든 힘으로서의 계급!

서원과 사창같은 공간은 이런 사계급의 필요 조건이자 충분 조건처럼 보였습니다.

이렇게 보니 따분한 서생들이 거처하는 곳으로 보였던 서원이 완전히 쿨하고 힙한 공간처럼 여겨졌습니다. ㅎ

옷입는 법, 걸음걸이과 같은 사소해보이는 것들에서부터 자신들의 스타일을 만들었다는 것도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드뎌 사서학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다고 하니 마지막 자작샘의 강의에서는 제 궁금증이 더 많이 풀릴 것으로...

마지막으로, 이렇게 흥미로운 주제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게 여겨 지네요. ㅎㅎㅎ

언젠가 다음번 파지사유인문학에서는  피터 볼의 <역사 속의 성리학>을 교재로 다시 한번 해야되지 않을까 제안해봅니다. ^____^

댓글 2
  • 2019-04-22 01:03

    仕가 아니라 士입니다.

    웹진 고전타파의 문탁샘이 쓰신 글을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http://www.moontaknet.com/migrated?type=doc_link&doc=896405&board=wz_classic_board

    새로운 주체로서 사(士)의 출현이란 당시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고 하는게 더 나을 것 같네요.. 

    뭔가 자꾸 없었던 것이 나타난 것처럼 보여서.....

    • 2019-04-22 06:45

      그러네요. ^^;;;

      선비 '사'를 쓰려고 한건데 제 머릿 속에 이상하게 각인되어 있었네요.

      선비 사(士)로 바꾸었습니다. ^^


      ** 그리고 강의를 들어서인지 신기하게도 예전과 달리 문탁생이 쓰신 글이 자~알 읽히네요. ㅎㅎ


      "이 남부의 부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적 엘리트가 출현한다. 사대부란 적어도 당나라 때까지는 정치적으로는 관료이고, 사회적으로는 거대 가문 출신이라는 것을 의미하였지만 당송변혁기를 거치면서 사대부란 더 이상 관료계급과도 일치하지 않고, 거대 가문 출신이라는 혈통의 문제로도 환원되지 않는 독특한 사회문화적 주체가 된다. 이들은 당나라 같은 노쇠한 제국의 모델을 해체하고 새로운 세상의 비전을 제시하고 싶어했고 그 비전을 실현할 주체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였다. '선우후락(先憂後樂)', 즉 세상 누구보다 먼저 세상을 근심하고 세상 누구보다 나중에 즐거움을 누린다는 범중엄의 캐치플레이즈는 송대 사대부들의 자기인식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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