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클래식 『주체의 해석학』2강후기

가마솥
2021-07-11 18:55
166

다른 주체화의 가능성, 고대의 자기수양  - Zoom을 다시 열고

 

....그래서 그는 최대한 압축했고, 마치 기사를 다 쓰고 난 후에도 아직 쓸 말이 너무 남아있는 기자처럼 여백을 가들 메웠다. 오후 7시 15분 푸코는 강의를 끝냈다. 학생들이 그의 책상으로 모여 들었다. 그에게 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녹음기를 끄기 위해서였다.(P.32)

다행입니다.  푸코의 말은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지만 바로 후회가 듭니다.  후기를 써야 하는 줄 알았으면 메모를 열심히 해둘걸......ㅎㅎ.    우선 문탁 철학학교에서 읽었던 ‘서양철학사'-군나르 를 꺼내서 푸코를 찾았습니다.  단 2페이지에 걸쳐서 다른 철학자들과 연계되어 설명되어 있습니다. ‘....구조주의자로서 에피스떼메 @@#$%^.......’. 흐미 이건 또.....뭔소리인고?  하는 수없이 나도 문탁샘 강의가 녹음된 Zoom 파일을 다시 찾았습니다.

 

푸코는 강의의 주제를 ‘ ......‘주체’와 ‘진실’의 관계들이 어떤 형태의 역사 내에서 서로 관계를 맺게 되었는지가 올해 내가 강의에서 접근하려는 문제입니다‘ 라고 밝히며 이를 ’자기배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문탁샘이 "푸코를 스토아 윤리에 초점을 맞춰 『주체의 해석학』을 읽어나가겠습니다.”고 하였던  첫 번째 의미는 바로 이 시기를 푸코적 맥락에서 ‘자기수양’ (자기 전념, 자기 배려)의 시기로 읽는다는 말을 이제야 이해합니다.

    ‘자기배려’를 이야기 하기 위하여 우선 ‘너 자신을 알라’로 대표되는 소크라테스의 신탁적 인간한계로부터 데카르트의 ‘고기토 숨’에 이르는 인식론, 즉 ‘자기인식’을 꺼내서, 이는 ‘자기 배려’에 종속된 상태에 표현된다고 말합니다.        통상 은퇴를 앞두고 인생 2막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생각합니다. 출발점은 ‘나는 무엇이 제일 좋은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럴려면 ‘나는 누구인가?’를 정의해야 하겠지요. 아직도 못 찾았습니다. 나는 내가 사는 작은 사회 속에서 내가 관계맺는(은) 것으로 정의되는 것 같기도 하고, 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니 무언가 유니크한 내가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경험하였던 무언가로 판단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모르는 무의식이 나를 끌고 가서 판단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결론은 ‘내가 나를 모르겠다’입니다.  '테스형 ~~~'이라도 불러야 할 판입니다.

그런데 푸코는 이러한 ‘자기인식’을 넘어서는(?) ‘자기배려’가 있고, 그것은 세 가지, 자기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계에 대한 태도, 주의 시선의 일정한 형식(외부로터 내부로), 그리고 항시 자기 자신에 가하는 다수의 행위로써 자신을 변형시키고 변모 시킨다(P.54)고 말하며 마지막 ‘자신의 변형’을 강조합니다. 그러니 현대 철학사에서 지겹도록 짜증나게 하였던 ‘실체’, ‘진리’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내가 나를 몰라도 사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호 ! 구미가 당깁니다.

‘이것과 다소 거리를 두도록 합시다. 참된 것과 거짓된 것에 대해서 질의하는게 아니라 참된 것과 거짓된 것을 존재하게 만드는 바에 대하여 질의하고, 또 ......(중략)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주체가 자기 자신에게 필요한 변형을 가하는 탐구/실천/경험 전반을 ‘영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p.58)

 

또한 주체는 그 자체로는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영성은 전제합니다.(p.59). 진실에 도달할 권리를 갖기 위하여는 주체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고 변형하며 이동하고 어느 정도와 한도까지는 현재의 자기 자신과는 다르게 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p.59) 자기가 자기 자신에게 가하는 공들이는 작업, ‘자기 수련’을 통한 자신의 점진적인 변환으로 말입니다.

이러한 ‘자기배려’의 관점에서 고대의 교육을 평가하고, 헬레니즘 시대에서의 자기 테크닉들을, 권력에 의한 통치성을 이야기하고,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주어진 능력을 꺼내려는 사목권력(司牧權力)을 비판합니다.

 

두꺼운 철학책을 끝까지(!) 읽기 위하여 우선 목차를 면밀히 정독하라(세미나책 p.117 정승연)고 합니다.  푸코의 이후의 강의는 서양철학의 원형인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자기 배려’의 실천을 찾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관념론적인 형이상학적 진리 찾기가 아닌 ‘자기 수양’의 관점에서 푸코와 더불어, 시원한 산속 동굴에서 면벽하지 않고서도 이 더운 여름을 이겨볼 생각입니다.   

코로나 4단계가 발효된 7월의 금요일에 말입니다.   

 

P.S   < 보너스 > 
論語, 衛靈公 (15-30)

“子曰, 吾嘗終日不食, 終夜不侵, 以思, 無益, 不如學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일찍이 하루 종일 먹지도 않고 밤새도록 자지도 않고 생각만 해보았다. 하지만 얻은 것이 없었으니 배우는 것만 못했다”

댓글 3
  • 2021-07-12 07:44

    와우...

     

    샘, 너무 정리를 잘 하시는데요...ㅎㅎㅎ

    전..."그러니 현대 철학사에서 지겹도록 짜증나게 하였던 ‘실체’, ‘진리’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내가 나를 몰라도 사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호 ! 구미가 당깁니다."...이런 정리가 참 좋네요^^

     

    제가 요즘 남산감이당에서 강의를 하는데 거기 다종다양한 남성분들이 참 많아요. 젊은 대기업 직장인, 나이 지긋한 전문직 선생님, 중학교 체육 선생님,  동대문 시장에서 장사하는 젊은 청년, 구미에서 매주 올라오는 "막노동" 종사자분.... 근데... 참 신기하게도.... 에세이가 다들 너무 좋은 거에요. 글 자체가 빼어나다기 보다는 아주 현실에 (그리고 자기 자신에) 밀착되어 있는, 담백하고 진지한 글들을 쓰시더라구요. 그리고 놀랍더라구요. 아니 다들 그 조건 속에서 어떻게 몇년씩 공부를 이어가시지? (그러면서 우리 청량리가 생각났다는...ㅎㅎ)...

     

    전, 십수년 보아온 문탁의 맥가이버, 가마솥님이 이제 공구가 아니라 철학책을 들고 문탁에 나타나셔서 너무너무너무 기쁩니다. 훌륭하세요. (리스펙!!) 글구...이미... 자기배려....시작하셨어요.  우리 함께 공부하면서 늙어가유~~

    • 2021-07-12 08:40

      예. 이 행운을 오래도록.....감사합니다. 꾸벅

  • 2021-07-13 10:37

    알흠다운 사제 간의 친밀한 대화에 끼어드...는 것 같아 잠시 주저했습니다^^

    가마솥님의 후기를 읽으니 다시 강의가 그려집니다. 

    이번 강좌를 통해 

    철알못인 제가  '스토아= 금욕주의'라는 도식으로만 알고 있던 당시의 '금욕'이  '자기 배려'를 실행하는 하나의 방법(장치?)이었음을,
    더 큰 맥락을 보았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 자기배려를 실행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의 '금욕'이란 것도 동일한 방식이 아니었고 조금씩 모습을 달리하면서, 초기 기독교에 와서는 오히려 자기배려와 멀어졌다는 얘기가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인간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기 계발'에 엄청 몰두했구나 뭐 이런 뜬금없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기 배려'가 초기엔 통치 엘리트에게만 요구되던 것이 일반인들의 생활 차원으로까지 확산되고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신분적 분할선을 횡단하였지만, 
    이 과정에서도 이를 탁월하게 실천하는 이와 그렇지 못한 이의 새로운 구분이 생겼다는 얘기('현자'도 이런 맥락일까요?)에서는 인간 세계는 어떤 삶의 실천을 기획하든 이러한 선긋기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가라는 다소 비관적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튼 문탁 샘을 경유한, 서구 고대인들의 '주체화 양식'을 푸코가 왜 그렇게 몰두했는지, 그 뒷 얘기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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