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 반복> 4강 후기

르꾸
2021-02-23 06:12
450

코로나와 함께 하는 일상은 줌세미나의 홍수를 가져왔지만, 그럼에도 들뢰즈는 포기할 수 없는 강좌입니다:)   

<차이와 반복> 네번째 시간은,  들뢰즈가 시간의 세가지 수동적 종합으로 프로이트의 <쾌락원칙을 넘어서>를 재해석하고 있는 4절을 함께 공부했습니다. 함께 읽을 때는 알 것 같더니 책을 덮고 나니 나의 언어로는 1도 정리가 안되네요.  강의 후기라기보다는 강의 요약입니다.

 

# 첫 번째 종합

-프로이트가 쾌락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은 반면, 들뢰즈는 쾌락원칙이 있으려면, 쾌락원칙이 원칙이 될 수 있는 조건으로서의 ‘습관’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며, 이드를 습관의 종합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드를 시간의 첫 번째 종합의 3단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아이들의 수동적 종합이 없는 상태: 차이들이 유동적으로 할당되고 국소적으로 해소되는 조직화하지 않는 단계

2) 특정한 신체에 묶이고 요소들의 반복을 통한 쾌락 얻기, 애벌레 주체들이 자리잡아, 파지하고 예지하는 습관의 종합: 수동적 종합

3) 애벌레 주체들을 총괄하는 큰 자아: 현실원칙: 주·객 관점: 능동적 종합

 

# 두 번째 종합

-첫 번째 수동적 종합은 능동적 종합과 두 번째 수동적 종합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능동적 종합은 현실적 대상들의 계열(현실적 엄마)이며, 심화되는 두 번째 수동적 종합은 잠재적 대상들의 계열(잠재적 엄마)이다. 아이는 이중의 계열 위에서 자신을 구축하는데, 이 때 잠재적 대상은, 행위의 목적인 현실적 엄마와는 다른, 응시의 대상으로 아이의 기억 속에 있는 참조해야 하는 잠재적 엄마에 해당한다. 아이는 기억 속의 엄마를 경유해서 자기를 보는 것이기에 나르키소스적 이미지로 가득차있다.

 

여기서 잠재적 대상은 전체로서의 엄마가 아닌, 엄마의 국면이기에 어떤 부분 대상이다. 부분 대상으로서의 잠재적 대상은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에 있지 않고, 자신이 없는 곳에서 탐색되어야 한다(234쪽). 요컨대 진정한 욕망의 대상, 잃어버린 기억의 대상은 내가 찾는 곳에는 없으며, 내가 찾지 않는 곳에 있다가 내가 찾으면 나오지 않다가 내가 찾지 않을 때 불현듯 다가온다.

 

- 들뢰즈는 프로이트나 융이 얘기하는 반복의 개념을 비판한다.

여기서 반복은 사라진 현재를 현행적 현재가 동일하게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원형을 탈역사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한다면 이는 구태의연한 반복에 머무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라진 현재가 현행적 현재가 같지 않다면 어떻게 관계하는가? 이에 대해 들뢰즈는 사라진 현재와 잠재적 현재 둘 다에 관계하는 잠재적 대상을 가져와서, 이 세 개의 항으로 자신의 반복을 설명한다. 들뢰즈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나오는 중요한 개념인 ‘전치’와 ‘위장’을 가지고 오되, 그 할당을 바꾸는 작업을 하는데, 전치는 잠재적 대상으로, 위장은 현실적 대상으로 재구성한다. 그러므로 잠재적 대상이 ‘전치’되면 사라진 현재와 현행적 현재는 ‘위장’된다. 즉, 잠재적 대상의 전치가 현실적 대상들의 위장을 낳는다는 것이다.

 

이를 에드가 포의 <도둑맞은 편지>에다 적용해보면, 전반부와 후반부의 인물들의 역할이 바뀌는 것이 위장이다. 그 역할은 보지 못하는 자, 뻔히 보면서도 빼앗기는 자, 빼앗는 자 이렇게 3항인데, 전반부의 이 역할의 담당자는 왕, 여왕, 장관이었지만 후반부에서는 경시청자, 장관, 뒤팡(혹은 뒤팡의 배후에 있는 여왕)으로 바뀐다. 이러한 위장이 일어나는 이유는 편지의 위치가 바뀌기 때문이다(편지의 전치). 전반부에서는 여왕에게서 장관으로, 후반부에서는 장관에게서 뒤팡으로. 다시 말해, 편지의 전치가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위장을 야기한다. 잠재적 대상이 자리를 바꿀 때, 역할이 달라진다면, 그 어느 것도 근원적이지 않다.

 

따라서 들뢰즈가 반복에서 강조하는 것은 부분 대상인 잠재적 대상을 중심으로 사라진 현재와 현행적 현재가 서로 공존하면서, 잠재적 대상은 이 두 계열들 안에서 또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자리를 바꾸고 있기 때문에, 이 두 계열 중 어느 것도 더 이상 원초적인 것으로나 파생적인 것으로 지칭될 수 없다. 즉 궁극적 항이란 없다. 예를 들어,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서의 원초적인 엄마의 사랑이 원본이고 그 이후의 사랑은 모두 이 원본의 반복으로서의 사본이라는 식의 해석은 이제 그만하자는 얘기.

 

# 세 번째 종합

-들뢰즈가 프로이트를 품는 방식을 이드, 이상적 자아, 초자아로 나누어 요약하자면, 아래 표와 같다(근데 들뢰즈는 왜 이다지도 프로이트를 품으려고 했을까?)

 

    Freud

        Deleuze

이드

   쾌락원칙으로 가득 찬 존재, 충동들의 덩어리

      사건, 행위에 의해 아직 묶여있기 때문에, 사건, 행위를 아직 감당할 수 없는 자

이상적 자아

   동일시의 대상

      사건, 행위를 아직 감당할 수 있는 자

초자아

   법, 규범을 내면화

      법, 규범의 실현을 통한 자신의 파괴

 

-시간의 세 번째 종합은 한마디로 ‘시간의 축은 빗장이 풀려있다’로 요약된다.

‘시간은 펼쳐졌고 다시 세워졌으며 궁극의 형태를 취하는데, 이때 궁극의 형태는 “볼 수 없고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이다(253쪽). 이는 매순간 선택해야 하며, 그 선택의 결과를 알 수 없음을 말한다. 이런 시간은 죽음 본능인데, 중요한 것은 이 죽음본능이 신체적인 죽음과 심리적·내면적 죽음으로 구분된다는 점이다. 전자는 인격적인 죽음으로 죽으면 끝나는 것을 말하지만 후자는 비인격적인 죽음으로, 항상 도래하고 있는 죽음으로 모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죽음은 자유로운 차이들의 상태로서, 죽음을 통해 차이들을 풀어주는 것으로서 죽음=해방이 된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독특한 자아를 지니고 있는데, 이런 자아는 결국 무의식이 가지고 있는 조형성에서 빚어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자아=빚어진 결과물). 그렇기에 빚어진 이 하나의 형태인 자아가 궁극적인 것이 아니라 이 하나의 형태를 빚을 수 있게 하는 가능성 차원, 무의식이 가지고 있는 조형성의 차원이 더 근본적이라는 얘기다. 그렇기에 이 자아는 깨져도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왜냐면 다른 자아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이 때 이것이 ‘가능성’임을 어떻게 보증하는가? 믿어야 한다!

 

들뢰즈 철학의 근간은 ‘무질서한 세계에 대한 믿음’이라고 바디우도 얘기했다고 하는데, 단순화하자면 ‘희망의 철학, 긍정의 철학’인 듯하다. 죽음본능은 무의식의 조형력 자체에 도달하는 것으로서, 새로운 원환을 만드는 순간 즉 영원회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영원회귀는 동일성의 반복이 아니라 하나의 원환을 깨트리고 새로운 원환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시간의 세 번째 종합인 “영원회귀는 다양한 모든 것, 차이나는 모든 것, 우연한 모든 것을 긍정한다”(261쪽)라고 했을 때, 과거에 묶이지 않고 우연들의 연속과 선택의 집적 속에서 빚어진 현재의 나로부터 긍정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지금 들뢰즈를 읽고 있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바 인듯하다.

 

* 다음 시간은 '뿌듯한' 마지막 시간입니다. 곰브로비치의 <코스모스>도 틈틈이 보시다가,  건강한 모습으로 줌에서 뵈어요.  

댓글 1
  • 2021-02-23 13:27

    지난 시간 강의 중에는 '잠재적 대상'의 교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무엇이 내게 올지 모르고, 무엇이 오든 나는 그것을 어떻게 맥락화할 것인가?
    과거에 묶이지 말고, 새로운 원환을 만들기 위한 자기 파괴를 위해서는
    내 주변에 있는 애벌레주체들, 잠재적 대상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지어봐야 할 텐데
    맨날 보는 대로만 보는 것 같아요!
    마지막 강의에서 봅시다! <코스모스>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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