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반복]1강후기

새털
2021-01-31 14:54
435

 우리는 줌으로 2시간 수업하는 동안 <차이와 반복> 2장 1절의 20페이지쯤 읽었다. 노래 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하고 경전 같기도 한 20페이지를 읽으며 정신이 몽롱했다. 수동적 종합, 반성적 재현이라는 개념이 우리가 통념적으로 알고 있는 반복을 쪼개서 생각해보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아직은 어색하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반복을 생각해봤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로 내가 반복하고 있는 것은 세미나와 책 읽기다. 지금은 일상이 되었지만, 대학생이 돼서 선배가 "같이 세미나 하자!"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멋있었다. 알고 보니 책 읽고 공부하자는 말이었다. 내 30년의 세미나 역사에서 세미나의 텍스트들은 무수히 바뀌었다. 소설, 비평서, 철학서, 정치학, 고대 그리스, 그리고 최근에는 몸에 대한 담론들까지. 세미나와 세미나의 반복 사이 나는 대학생에서 직장인에서 주부에서 대학원생에서 마을인문학 학인으로 바뀌어왔다. 근데 무엇이 나를 변하게 했을까? 텍스트들일까? 학교제도, 결혼제도, 사회시스템의 변화도 있고, 공부하는 방식의 변화도 있고, 생애주기의 변화도 있다. 그 중 나에게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온 차이는 함께 하는 사람들의 변화인 것 같다. 늘 세미나는 누군가와 함께 해왔는데, 대학동기, 대학원선후배, 문탁의 친구들......각각의 희망하는 바들이 달랐다.

 

  최근 내가 반복하고 있는 다른 하나는 '걷기'다. 하루 1시간 반 정도 걷고 있다. 걷는 코스가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비슷한 길을 비슷한 시간대에 걷고 있다. 어제의 걷기와 오늘의 걷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스쳐가는 사람들이 변화했고, 날씨가 변화했고, 내 기분이 변화했다. 특히 내가 주목해보는 것은 내 기분의 변화이다. 대개 멍때리고 걷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구경하고, 새로 문 연 가게의 디스플레이를 쳐다보고, 마트에 내건 할인품목을 확인하며. 그 사이 사이 감정의 변화가 간헐적으로 있다. 기분이 상쾌했다, 우울했다, 울분에 차기도 하고, 막연해지도 한다. 감광판에 부딪히는 무수한 것들 가운데 나는 무엇을 하는 수축하고, 파지하고, 훔쳐내고, 행위로 옮겨가게 될까?

 

"분열된 자아는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피곤들 안에서, 보잘것없는 모든 자기만족들 안에서, 조소를 자아내는 자신의 모든 자만들 안에서, 자신의 비참과 가난 속에서 존재한다. 하지만 여전히 신의 영광을, 다시 말해서 자신을 응시하고 수축하며 소유하는 것의 영광을 노래하고 있다." (<차이와 반복> 2장, 188쪽)

 

비참과 가난 속에 신의 영광이 있다고 하니.....세미나든 걷기든 반복해보려 한다.

 

 

댓글 2
  • 2021-01-31 21:52

    아이고 한 발 늦었네요!(라며, 저도 후기를 쓰려고 했다는 듯한 분위기를 한껏 풍겨봅니다ㅋㅋㅋ)
    저는 일단, 칸트 강의를 들을 때는 '참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데 좀 그릏다' 했는데요, 역시 들뢰즈는 모든 구절에서 '맞아맞아멋져멋져'하며 들었습니다.
    특히 '애벌레주체', '응시하는 정신' 등의 개념이 나올 때는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뭐랄까, 그런 식의 내 의지와 상관없이 수축하는 내 안의 타자이 각자 제 나름의 '수축'을 수행하고 있다는 그 사실이 늘 주체로서의 '나'에게 모종의 변이를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가 얼마나 나은 인간인지 후진 인간인지에 상관없이 어쨌든 '주체'는 늘 현재 속에 있지만, 동시에 현재를 비껴가고 있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희망'이라는 말의 일반적 의미와는 꽤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변이할 수 있는 잠재성이 모든 존재자에게 있다는 점, 그게 희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2021-02-03 15:01

    ‘아차 두 발 늦었네’하며 너스레를 떨기엔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대신 예상치못한 부위의 통증에 우왕좌왕했던 한 주였다고 변명을 해보겠습니다.^^
    정월이면 각종 통증으로 아픈, 나름의 액땜이 반복되고 있는데, 내년쯤 아프지 않은 정월을 맞으면 화들짝 놀라게 될까요?? 왜 아프지 않느냐며 어떤 응시하는 영혼이 시위를 할까요?
    오랜만에 학창시절 익숙했던 주입식 수업(밑줄 쫙~ㅎㅎ)을 받는 것 같아 추억돋고 재밌었지만, 그것도 잠시, 홀로 복습과 예습을 해보니 쉬 ‘피곤’해지더군요. 1강을 마쳤을뿐인데 너무 일찍 피곤해져버린 자가 된 건 아닌지ㅎㅎ
    벌써 수욜입니다. 저녁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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