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3강 후기

요요
2020-07-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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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칸트 강좌를 듣기 전에는 순수이성비판이 뭔지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냥 그런 게 있나 보다 했을 뿐이다.

그런데 강좌를 들으려 하니, 대체 이 책 제목은 뭘 말하는 걸까, 알고 싶었다.

강좌 첫날 이수영샘은 '순수'는 흄과 대결하는 것이고, '이성'은 라이프니츠와 대결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흄에 대해, 라이프니츠에 대해 블라블라.... 그것들과의 대결에 대해 블라블라...

아, 망했다! 흄도 라이프니츠도 알아야 하나, 어떡하지? 난 모르는데..ㅠㅠ

6주 강의가 끝나고도 순수이성비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게 분명했기에 

이 강좌에 임하는 나의 전략은 말 그대로 '수동적 듣기'가 되었다. 

많은 것을 알려고 힘빼지 않는다. 가능한 수동적인 태세로 들리는 것만 듣는다.

나는 매 강좌마다 한 두 개 개념만이라도 챙기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보'를 선택하기로 했다!!

 

첫날 강의에서는 칸트철학이 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인지,

대체 초월론(transcendental) 철학에서 초월적 혹은 초월론적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대~충 감잡는 걸로 만족했다.

순수이성비판이 감성, 오성, 이성을 대상으로 초월적 감성론, 초월적 분석론, 초월적 변증론을 탐구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칸트가 구별한 오성과 이성의 차이를 알게 된 것도 아주 기뻤다.^^

강의를 듣고 나서 반장 새털에게

'강의를 들어보니 순수이성비판은 모르겠고 난 실천이성비판에 더 끌리는데~' 그랬다가 비웃음만 샀다.

순수이성이 뭔지 알아야 실천이성도 안다나 뭐라나ㅋㅋ

 

두번째 강의에서는 초월적 감성론에 대해 배웠다.

감성이란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대상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렇게 경험적 직관이 가능한 것은 우리의 감성 안에 시간과 공간이라는 형식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란다.

질료들은 후험적으로 주어지지만 형식은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다.

인간은 시공간이라는 직관형식을 통과한 것만을 대상으로 인식한다.

그러니 인간은 인식으로는 도무지 물자체를 알 수 없는 비극적 운명에 처해있는 것이다.

이렇게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감성의 형식을 칸트는 순수직관이라고 불렀다.

 

세번째 강의, 이제 <순수이성비판>에서 가장 양도 많고 가장 중요한 오성에 대해, 초월적 분석론을 공부할 시간.

칸트는 감성과 오성을 구별한다.

칸트만큼 이 둘을 확실하게 구별한 철학자는 이전에는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감성과 오성을 구별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둘의 인식의 원천과 내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에는 두 개의 인식의 원천(감성, 오성)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감성은 표상을 받아들이는 능력이고, 오성은 이런 표상을 통해 대상을 인식하는 능력이다.

감성은 직관한다. 오성은 개념으로 인식한다. 

감성에 순수직관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성에도 질료 이전에 대상일반을 사고하는 형식, 순수개념이 있다. 

오성의 순수개념은 범주라 불린다.

 

그런데 세번째 강의는 범주에 도착하기까지 길고 긴 우회로를 거쳐야 했다.

새로운 개념, 특히 내가  어려워 하는 논리학에 대한 이야기가 마구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에 복잡했다.

왜 논리학인가? 오성일반의 규칙에 대한 학문이 논리학이기 때문에 논리학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단다.

그런데 칸트의 논리규칙은 일반 논리학과 다르다. 왜냐? 모순율 동일율 같은 것을 다루는 일반 논리학은 

감성과 오성도 구별하지 않고, 인식내용과 상관없이 오직 논리적 형식만을 다룬다.

이와 달리 칸트의 초월적 논리학은 감성은 멀리 떼어놓고, 오직 오성에서 나오는 인식만을 다룬다.

초월적 논리학은 먼저 오성에 의한 인식의 근원을 1)경험적인 것(판단표)과 2)선험적인 것(범주표)으로 구별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선험적인 것의 가능성과 객관성을 검토한다.

 

순수직관형식이 시공간이라고 말한 것처럼 곧장 범주표로 직행하면 좋으련만

그게 그럴 수가 없는 것이 오성의 선험적 작용요소들을 발견하는 것이 간단치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오성의 자발적인 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개념을 분석해야했다.

여기서 개념이란 인상을 수용하기만 하는 직관과 달리 서로 다른 표상들을 하나의 공통적 표상(개념)아래 묶는 종합적 활동이다.

강아지를 볼 때 직관적으로는 뛴다, 짖는다, 꼬리를 흔든다, 네발이다 등등을 따로 따로 캐치하지만

오성은 그런 표상들을 강아지라는 하나의 표상 아래 모은다. '저것은 강아지다'라고 판단한다.

그러므로 판단은 대상의 표상에 대한 표상이다. 오성이란 이런 판단능력, 개념들의 종합능력과 다르지 않다.

칸트는 우리가 어떻게 판단하는지 알면 오성의 기능들을 알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판단의 내용을 제거하고 판단일반의 형식을 하나의 표로 정리했는데 그것이 판단표이다.

 

그런데 오성의 종합에는 경험과 관련된 판단만 있는 것이 아니다.(이런 생각 자체가 얼마나 놀라운지!)

표상들을 하나로 종합하는 오성의 활동에서 경험적이지 않은 선험적인 것들을 찾아낸다면

그 선험적인 것들이야말로 오성의 순수형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범주이다.

다시말해 범주는 오성 안에서 활동하는 선험적 개념으로, 우리의 직관과 선험적으로 관계 맺는다.

그런데 범주를 구성하는 순수개념의 숫자는 몇 개일까? 그것은 앞서 찾아낸 판단일반의 형식의 갯수와 같다.

3강은 범주표를 대략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끝났다. 다음 4강에서도 아마 범주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겠지.

 

마음을 내어 후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강의록을 꺼내 다시 읽어보았다.

한글로 쓰여 있는데도 뭔말인지 잘 모르겠다. 

그나마 세번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번 들은 선험적, 초월적, 감성, 직관, 오성과 같은 말은 이제 조금 익숙해졌다.

역시 공부는 새로운 개념을 익히는 것에서 시작되나 보다.

아직도 철학사에서 칸트가 이루었다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의 의미를 명료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앞서 말한대로 대~충 감잡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마음에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인식의 능력(형식)에 대한 칸트의 발견이 놀랍다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남은 강의에서도 주요개념 한두개만이라도 잘 챙기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보를 계속 견지할 생각이다.^^

댓글 4
  • 2020-07-21 07:50

    지난 주 불가피한 일땜시 강의를 못 갔었요.
    꼼꼼한 후기 감사하네요.

  • 2020-07-21 14:08

    1강부터 살펴봐야할 주요 개념들이 다 들어있네요. 요요샘의 글을 통해 보니 더 잘 이해되는 것 같네요.
    암기해야한다고 이수영샘이 말했던 것들...후기의 말들을 다시 요약해서 외워봐야겠네요.

    . 감성 :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대상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
    . 순수직관(시간/공간) : 선험적으로 주어진 감성의 순수형식

    . 감성 & 오성 : 인식의 두 가지 원천

    . 판단(표) : 대상의 표상에 대한 표상(관념의 관념). 오성은 이런 판단능력, 개념들의 종합능력과 다르지 않다.
    . 범주(표) : (감성처럼) 오성에 있는 질료 이전에 대상 일반을 사고하는 순수형식, 선험적 개념

    • 2020-07-24 09:33

      칸트 강의는 듣지 못하지만 다들 이렇게 잘 정리해주시니 열심히 갸웃거리며 읽고 있어요 감사ㅎ

  • 2020-07-21 16:40

    내용 없는 사상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
    요것도 외우라 하셨어요^^ 진짜 많이 들어본 말인데 개념과 직관이란 게 칸트의 도구개념이었더군요!! 새롭게 도구를 만들어 회의론과 그리고 경험론과 대결하는 칸트의 전투력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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