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강좌 배병삼 논어> 발견-발굴-발현

기린
2020-02-17 12:35
620
  1. 발견하고

 

배병삼 선생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이번 강의에서 이 책의 탄생 배경을 설명해 주셨는데 선생님이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이 한문을 너무 어려워해서 어떻게 하면 한글세대가 읽을 수 있는 고전이 될까 고심 끝에 쓰셨다고 한다. 여튼 그 후 축제 자료집에서 선생님의 글을 만나고, 리인학당 튜터를 하면서 『한글 세대가 읽는 논어』를 통해, 지금은 사서덕후 세미나를 하면서 『맹자, 마음의 정치학』을 읽고 있다. 이렇게 책의 저자로 만난 선생님은 “30년 동안 유교 고전을 정치학 관점에서 읽고 오늘 이 땅의 눈으로 해석하는 일”을 하시는 분이자, 문장 켜켜이 당대의 병리현상(물신주의 등)에 대해 날선 비판을 심는 이지적인 저자로 느껴졌다.

실제로 강의를 듣기 위해 만난 선생님은? ㅋ 이미자의 ‘동백꽃 아가씨’의 가사(발~갛~게 멍이 들었네)를 흥얼거리며 공자를 떠올리고,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의 유명한 그 문장을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탄생비화로 일이관지(一以貫之)하는 ‘말빨’ 기똥차면서 걸출한 ‘쇼맨십’의 대가였다. 유교 고전이 결코 ‘고리타분’ 할 수 없는 이치를 딱딱 집으면서도 재미진 포인트도 놓치지 않는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이 저마다 ‘은혜받았다’고 간증했다. 나에게는 이지적인 저자와 경상도 사투리 ‘그쟈’를 구성지게 쓰는 푸근한 어른을 동시에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2. 발굴하여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와중에도 선생님이 길어 올린 사유에서는 30년 내공이 느껴졌다. 춘추시대 “짐승이 사람을 잡아먹는 시대”를 목도한 공자님의 질문, 어떻게 살 것인가? 였다. 전쟁에 드러난 참상, 그 아래에 또아리를 튼 공포까지. 육안(肉眼)으로 파악되는 이 무도함이 정말 인간의 참모습일까? 공자님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 깊이 들어가 심안(心眼)으로 인간의 본성에 이르렀다. 세상 모든 만물을 향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의 싹을 내재한 인간을.

이렇게 인간의 마음에 싹튼 것을 터득한 공자님은 그 싹을 발굴하기 위한 배움의 세계를 구축했다. 호학(好學), 열 다섯에 배움에 뜻을 둔 이후 평생 그 뜻을 꺾지 않았다는 공자님,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아서 드디어는 성나지 않았던 공자님.

이 길이 편안한 길은 아니어서 환영받지 못하기 일쑤, 공자님을 향한 세상의 평판은 ‘해도 안 되는 일을 하는 위인’ 이었으니. 그럴 때 공자님의 말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였다. 배병삼 선생님은 공자님의 이 말씀은 ‘낯설게 보기’를 통해서야 도달 가능한 경지라고 하셨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살기가 넘치는 시대, 그렇게 익숙한 사태의 살기 밑에 도사린 공포심을 포착하기까지, 더 깊이 연약한 선(善)의 싹을 느끼기까지 매순간 목도하는 현실을 다시 낯설어하는 감수성을 발굴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늘 배움은 지속되어야 하고. 공부는 낯설게 보기의 기술을 터득하여 인간다움을 발굴하는 생명의 날개짓이라는 말씀?

 

3. 발현하는 길

 

처음 문탁을 방문하신 선생님께 문탁을 소개도 해 드리고 저녁도 함께 먹었다. 강의 시작하면서 선생님이 사시는 부산에서도 ‘시루’라는 인문학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하시면서 문탁이 자신이 꾸리고 싶었던 공간이라는 소회를 밝히셨다. 정작 보니 뭉클하다는 말씀도 함께.

『맹자, 마음의 정치학』에서 선생님은 맹자가 주장한 왕도정치는 위민(爲民)정치가 아니라 여민(與民)정치였다고 거듭거듭 주장하셨다. 당시 제자백가들 대부분이 ‘~위하여’의 정치를 주장했는데 백성을 위한다는 그들의 정치 속내는 결국 제후들의 잇속, 더 나아가 자신의 계산속일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위하여의 정치는 결국은 착취의 본색을 드러낼 따름이었다. 맹자의 ‘하필왈리’가 지목한 엉큼한 속내였다. 반면 맹자는 백성과 함께 하는 정치를 구현하여 함께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민동락(與民同樂)!

함께 잘 살자는 공동체의 비전을 발현하는 길이 결코 녹록치 않음을 매순간 깨닫는다. 선생님의 소회를 들으며 또한번 느꼈다. 동시에 잘 살고 싶은 욕망을 놓치지 않고 발현했더니 함께 살고 있더라는 발견에 이르기까지 날개짓은 계속되기를 바랐다. 또 유교 고전에 켜켜이 내재한 이치를 발굴하며 사는 선생님의 즐거움에 우리도 감응했던 여학동락(與學同樂)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댓글 2
  • 2020-02-17 14:26

    예전에는 <녹색평론>이 오면 책을 펴서 제일 먼저 배병삼샘의 글을 찾아 읽곤 했습니다.
    지금은 그 재미가 없어져서 <녹색평론>이 책상 위에 얌전히 놓여있는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시대를 전국(戰國)시대보다 더한 쩐국(錢國)시대라고 명명하고,
    또 희망(希望)의 희(希)의 뜻을 궁구해보라는 말씀을 들으며..
    논어와 맹자와 금강경을 넘나드는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열강 속에서
    텍스트를, 문장을, 글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호학자의 공부에 대해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게 됩니다.

  • 2020-02-18 08:06

    고전강의가 이렇게도 재밌을수 있구나 새삼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전 바깥으로 향하던 손 끝을 내 안으로 향해야 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애즈원 견학을 다녀와서인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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