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노 라투르와 사물정치 2강 후기> 근대화 할것인가 또는 생태화 할 것인가?

반딧불이
2019-08-19 21:25
167

브뤼노 라투르와 사물정치 1강은 잔뜩 긴장하고 들었다.

수강생분들이 인문학 지식이 쟁쟁한 분들이라 라투르를 처음 듣는 내가 과연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다행히 강사님이 쉽게 설명해주셔서 기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지루해 하셨을 수도...)

2강은 1강의 기초아래서 구체적인 다이어그램을 통해 라투르의 사상을 근대주의와 비교하여 좀더 상세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중에서도 "근대의 민주주의 정치에서 왜 기술과학의 내용은 정치적 영역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어 왔을까?"라는 질문이 크게 와 닿았다.

기술과학에 의해 열리는 새로운 미래는 기술자체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정치적으로 방향이 결정되고 행위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인데 기술과학을 습관적으로 정치와 분리하여 생각하게 된 데에는 과학에 대한 이원론적 사고방식이 큰 역할을 했다. 

라투르는 17세기 과학혁명 이래 서구인은 비인간/인간, 객체/주체, 자연/사회의 이원론을 신봉해 왔지만, 실제 기술과학의 현실은 인간-비인간이 결합된 수많은 하이브리드 또는 이질적 연결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봤다.

결국, 인간은 근대성의 인간중심적 이원론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인간-비인간이 결합된 이질적 연결망을 충분한 성찰이나 규제 없이 마구 양산해 왔고, 바로 이것이 오늘날 생태위기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러 개의 다이어그램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있었고 “코스모폴리틱스”와 “가이아이론”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 실체가 나에겐 아무래도 잘 와 닿지는 않았다.

정통 과학기술자는 아니지만 엔지니어로써 내가 이 강의를 신청하고 궁금했던 것은 어떻게 비인간/인간이 소통하고 “사물의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지이다. 사실 같은 인간인 과학자와 사회학자도 비록 사용하는 언어는 같더라도 소통하는 방식의 차이 때문에 협업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비인간과의 소통은 과연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2강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궁금한 점이지만 남은 두번의 강의로 조금씩 깨달아 가보고자 한다.

두번의 강의를 잘 이끌어주신 "이쁜"반장님께도 감사드린다. ^^

 

댓글 3
  • 2019-08-20 00:29

    길게 못쓴다고 그러시더니
    아주 콕콕 요점 정리 해주시네요~

    특히 마지막 구절이 제일 맘에 든다는~~~^^
    역시나 이쁜 반딧불이님 이십니당♥♥

    다른 분들도 어여 댓글로 후기 올려주세요~~

  • 2019-08-20 15:42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첫 강의때 액터의 등장을 보고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에서 나오는 모델링을 가져온 것같았고라투르 이론내에서의 행위자, 번역.. 이런 단어의 정의는 전혀 낯설고 이렇게까지 자의적으로 써도 되나싶고 사물정치니 사물의회같은 개념은 무리하게 도입한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과학자의 연구활동을 인류학자들처럼 연구했다거나 근대적 세계 체계를 위계에서 평등하게 바라본 관점은 생각해볼수록 참신하기도 합니다.
    지난주 근대화할것인가 생태화할것인가 강좌에서 녹색평론독자로써 색다른 대안의 실마리라도 찾고싶었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
    남은 3,4강에서 깨닫게 되길 바래봅니다.

  • 2019-08-21 11:46

    브뤼노 라투르는 난생 처음이고, 수업시간에 주워들은게 전부다.
    뭐를 안다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이지만 궁금하긴 해서 2강 때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포기했더랬다.
    내가 하고 싶었던 질문은
    오늘의 생태위기가 라투르식으로 어떻게 예방가능한가?였다.

    플라스틱을 대입시켜 생각해보았다.
    정화와 번역 작업을 마친 플라스틱이 탄생했을 때, 우리는 플라스틱에게 적절한 존재론적 위치를 부여해주기 위해 ‘사물의 의회’로 플라스틱을 데리고 간다. 이때 플라스틱은 matter of concern 우려물로 이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져야한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자신을 대변하지 못하므로 과학자나 사회학자 환경운동가 기업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의 인간그룹들이 플라스틱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여기까지가 1차 의회이다. 여기서 위치를 획득하면, 플라스틱은 사회의 성원이 되어 사회의 위계 안에 들어가게 되며, 플라스틱-인간 행위자연결망은 블랙박스화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잘 돌아가려면 내 생각에는 적정한 시기에, 적확한 기술을 세우는 게 관건이다.
    먼저 시기의 문제. 일찍 세울수록 좋다. 그래야 후폭풍을 예방할 수 있다.

    플라스틱은 여러 번 걸쳐 발명되었다. 1869년 최초의 천연수지 플라스틱 셀룰로이드가 만들어졌고 이때는 단추와 만년필 재료정도로 쓰였다, 플라스틱이 크게 파워를 얻게 된 단계들이 잇는데 1922년 플라스틱의 구조를 밝혀낸 화학자 슈타우딩거가 노벨화학상을 탄다. 당연히 플라스틱은 더 큰 파워를 갖게 되었고 1933에는 우리가 지금도 쓰고 있는 폴리에틸렌이, 1937년에는 듀퐁의 나일론이, 1953년에는 고밀도 폴리에틸렌이, 2000년에는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이 개발되며 다시 한번 플라스틱에 노벨화학상이 돌아간다.
    이 가운데 언제 세워야 하나, 아니 언제 세울 수 있는가가 문제다.
    1869년에? 그때는 이 신생 비행위자에 대해 우리가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부작용 같은건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너무 쉽게 사회의 성원이 되거나, 너무 정보가 없어 의회에 세우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예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공식적인 성원은 되지 못했지만 플라스틱은 실용성이라는 이름으로 외부화된 결합을 맺고 그 사이 정보는 축적될 것이다.
    그럼 폴리에틸렌이 개발된 1933년에? 아니면 실크스타킹보다 두배나 비쌌지만 하루에 500만 켤레나 팔렸다는 스타킹의 전성기가 시작된 1940년에? 이때쯤 되면 이 비인간 행위자의 영향력이 너무 커서 이 사회에 존재론적인 지위를 못받을 수가 없다. 플라스틱은 다시 의회로 간다. 플라스틱의 목소리가 의회를 설득할 때 갖은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나와야하는데 과연 그럴수 있을까, 신소재에 대한 꿈에 부풀어있는데) 대표적으로 썩지 않는 문제, 사용량, 사용범위 기타등등 플라스틱과 함께 그 문제점도 구성원이 되므로 애초에 문제를 풀어가면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같은 역습을 피할 수는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만약 만약에 플라스틱이 성원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외부화된 결합 상태에서 진보할 텐데 이때의 방향은 의회에서 우려했던 바를 해결하는 쪽이 될 것이므로 이 또한 역습을 해결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제한적 생산을 시작했다면 고밀도 폴리에틸렌은 등장할 수 있었을까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은 어떻게 되었을까, 기술이 진보하는 방향이 달라졌을까.
    질문은 또 있다,
    문제는 끝내 지위를 얻지 못하는 외부화된 결합들이다. 반드시 있을텐데, 그렇다면 이를 사용하는 것을 범죄로 처리할 것인가? 필로폰같은 경우처럼 말이다.
    대상의 문제는 어쩌지? 모든 기술을 세울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어떤 것을 프리패스할 것인가? 누가 결정하지? 과학자들? 기술개발 초기에 불충분한 지식으로 프리패스했던 것들이 후폭풍을 일으킬 경우는 반드시 나올 것이다.
    그러고보니 AI의 광범위한 도입을 두고,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법적 윤리적 규범 제정이나, 기업에 대한 알고리즘 공개 청구 운동 등이 인간과 연결망을 맺고 있는 비행위자인 기술에게 사회적으로 어떤 자리를 제공해 줄지에 대한 고민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제어가 잘 되려나는 모르겠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664
<9월 파지사유인문학 >2강 후기
지금 | 2019.09.15 | 조회 27
지금 2019.09.15 27
663
<9월 파지사유인문학> 1강 후기 -놀라운 모든 뇌
자누리 | 2019.09.04 | 조회 60
자누리 2019.09.04 60
662
브뤼노 라투르와 사물정치 3강 후기 (2)
장지혜 | 2019.08.25 | 조회 116
장지혜 2019.08.25 116
661
< 브뤼노 라투르와 사물정치 2강 후기> 근대화 할것인가 또는 생태화 할 것인가? (3)
반딧불이 | 2019.08.19 | 조회 167
반딧불이 2019.08.19 167
660
<라투르... 안개 속의 1강 후기> (1)
아랫마을오렌지 | 2019.08.14 | 조회 106
아랫마을오렌지 2019.08.14 106
659
<한시기행> 3강 후기 고된 삶을 시로 노래한 두보를 따라 (3)
봄날 | 2019.07.23 | 조회 75
봄날 2019.07.23 75
658
<한시기행>2강 후기 한시의 아름다움과 시인의 마음 (2)
느티나무 | 2019.07.21 | 조회 58
느티나무 2019.07.21 58
657
<한시기행> 1강 후기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 (3)
노라 | 2019.07.09 | 조회 85
노라 2019.07.09 85
656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4강 후기
오영 | 2019.07.01 | 조회 54
오영 2019.07.01 54
655
<중론 강독 시즌1>5강 후기-연기로 세상을 볼 준비가 되었는가? (4)
도라지 | 2019.06.26 | 조회 94
도라지 2019.06.26 94
654
<중론강독시즌1> 이제 비로소 중론을 읽을 준비가 되었....나? ㅋ (2)
문탁 | 2019.06.25 | 조회 112
문탁 2019.06.25 112
653
<펠레폰네소스 전쟁사> 늦은,, 2강 후기 (2)
새은 | 2019.06.23 | 조회 66
새은 2019.06.23 66
652
<펠로폰네소스전쟁사> 3강 후기 (1)
달팽이 | 2019.06.22 | 조회 65
달팽이 2019.06.22 65
651
<중론강독시즌1> 제4강 후기-등불과 어둠이 만나면 달라진다? (3)
잎사귀 | 2019.06.16 | 조회 67
잎사귀 2019.06.16 67
650
<중독강론시즌1> 제3강 후기 - 한 놈만 팬다! (3)
둥글레 | 2019.06.13 | 조회 84
둥글레 2019.06.13 84
649
<펠레폰네소스전쟁사>1강 후기 (2)
코스모스 | 2019.06.12 | 조회 101
코스모스 2019.06.12 101
648
7월 파지사유 인문학: 한시 기행 (25)
파지인문학 | 2019.06.10 | 조회 629
파지인문학 2019.06.10 629
647
<중론강독시즌1>2강 후기 - 모래성을 쌓는 이유 (2)
청량리 | 2019.06.04 | 조회 120
청량리 2019.06.04 120
646
5월 인간동물 비인간동물 3강 후기 (2)
루호ㅗ | 2019.05.31 | 조회 87
루호ㅗ 2019.05.31 87
645
<중론강독시즌1>1강 후기-연기(緣起),스모킹인가요? (8)
기린 | 2019.05.28 | 조회 173
기린 2019.05.28 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