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특강]시몽동을 소개합니다~

봄날
2021-07-11 16:02
1183

 

시몽동을 듣는다

 

2021년 여름 특강 <시몽동, 재체화이론과 기술철학>을 강의할 황수영 선생님으로부터 시몽동의 철학사적 의미와 우리가 시몽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미리 들어봤습니다. (정군의 질문과 황수영샘의 답변과 봄날의 정리로 만들었습니다)

 

  • 베르그송과 시몽동:

처음 베르그손을 공부했을 때, 한국에서는 베르그손이 생철학자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의 생기론은 단순한 생철학이나 낭만주의로 묶어내는 것은 오류에 가깝다. 그의 생성철학은 존재론/ 형이상학의 맥락을 가지고 당대의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을 통합하는 야심찬 기획이었다. 그리고 자연과학이나 존재론적 맥락에서 베르그손을 계승한 철학자가 시몽동이다. 겉보기에는 흔히 베르그손은 생기론, 시몽동은 유물론으로 구분하지만, 이것은 매우 표면적인 것이고 정신과 물질, 생명과 물질, 육체와 생명 등의 이분법을 넘어 사유하는 순간, 19세기와 20세기라는 두 사람이 살던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철학적으로 깊은 연결점을 보인다. 그러므로 나로서는 베르그손에서 시몽동으로 넘어가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 시몽동이 들뢰즈나 푸코 같은 철학자들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

 말 그대로 시몽동은 살아서 빛을 보지 못했다. 그가 책을 낸 것은 1958년이었는데, 50년대 말, 60년대 초는 서양철학에서 ‘구조주의’가 꽃피던 시기였다. 구조주의는 ‘반형이상학’의 기치를 들고 나왔던 개념이었고, 그에 따라 베르그손이나 시몽동의 존재론적 사유는 거의 잊혀졌다. 들뢰즈에 의해 베르그손이 잠깐 살아나는 듯 했으나 여전히 독일철학이나 영미철학이 중심이었다. 구조주의의 열풍이 유행처럼 불었다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반형이상학에서 비난받았던 그 형이상학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면서 시몽동의 존재론적 입장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그 흐름은 놀랄 정도로 파급속도가 붙고 있다.

 재조명되는 형이상학으로 인해 베르그손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때의 형이상학은 같은 철학일지라도 과거의 외피를 벗고, 새 옷을 차려입고 나타났다. 새로 선보이는 형이상학은 현대라는 시점의 관심사와 조우하면서 과학기술과 존재론이 함께 다루어지고 있다.

 <형태와 정보개념에 비춰본 개체화이론>에서 보는 것처럼, 시몽동은 생성철학과 존재론을 결합시킨 독특한 개념을 선보이는데, ‘개체초월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주체/객체의 이분법을 넘어 개체를 넘어 개체와 개체를 관통하는 개념이며, 그 개념을 통해 기계 혹은 기술적인 대상들과도 평등한 관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은 이전에 주체/객체의 이분법적인 관계에서는 기술은 이용할 대상이지만, 시몽동은 개체초월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상호관계를 맺는 개념, 주체와 객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객체들로서 서로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 구조에서는 인간과 인간, 생명체들, 기술적 대상들이 모두 평등한 관계를 맺는다. 이 개념은 들뢰즈에 와서 명료해졌지만, 이미 시몽동의 생각안에 있었다.

 시몽동은 나아가서 그것을 네트워크 개념으로 연결한다. 이 세상은 거대한 존재자들의 연결망이며, 그 속에서 인간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망을 구성하는 하나의 존재자라는 것, 모든 존재자는 평등하다는 사상은 분명 들뢰즈에게 영향을 줬을 것이다. 주체와 객체의 첨예한 구분을 거부하고, 인간주의적 관점을 거부하는 그의 생각은 후기 구조주의와도 맥이 닿아 있으며 나는 이것을 ‘시대정신’이라고 부르고 싶다. 주체와 객체의 전도만이 아니라 시몽동의 사유 안에서는 정신/물질 이분법 같은 것도 재미있게 극복되는데, 그의 개체화이론에 의하면, 정신은 실체가 아니라 이것도 하나의 개체화 과정, 생명으로부터 발생하고 이행하는 과정일 뿐이다.

 

  • 기술철학

 시몽동 철학의 특이점은 존재론과 기술철학을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시킨 것이다. 기술철학도 보통 인간론/문명론에 입각해 다뤄져 왔고, 우리가 인간들 사이에서 과거 주인/노예관계로 세상을 구획했듯이, 자연/인간, 인간/동물, 인간/기계관계로 보는 한, 오늘날 제기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인간과 기계, 기술적 존재와의 상호작용으로 현대를 파악하는 부르노 라뚜르는 분명 시몽동의 사유에 영감을 얻고 있다. 대개 라뚜르나 들뢰즈를 공부하면서 이들에 영감을 준 사람이 시몽동이라는 것을 알고 비로소 시몽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그처럼 시몽동은 현대철학 사상체계에서 말하자면 허리부분을 맡고 있으며, 근대에서 현대를 잇는 매개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현대 프랑스철학과 시몽동:

 최근 발간된 <근현대 프랑스 철학의 뿌리들>(황수영/갈무리출판사)은 독일전통/영미전통에 경도된 근대철학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취지로 쓴 책이다. 현대 철학을 공부하려 할 때, 특히 프랑스 철학은 프랑스만이 가지고 잎은 깊은 철학적 체계가 있는데 독일이나 영국에서 재단한 근대철학의 관점에서 출발하면 접점을 찾아내기 어렵다.

 현대 프랑스철학을 공부하려면 베르그손과 시몽동을 봐야 한다. 프랑스철학의 특징은 특정 사유만으로 이야기한 철학이 없으며, 반드시 철학 외부에서 철학의 재료를 가져온다. 또 독일철학은 관념론, 영미철학은 경험론적 성향이 강한데, 프랑스철학은 어떤 하나의 전통이 시대를 지배한 적이 없다. 또 학문분야에서도 철학의 아성을 짓고 그 속에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 밖의 여러 가지 요소 등, 특히 실천적인 부분(가령 계몽주의)이 적용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순수철학을 공부한 사람들조차도 철학만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학/사회과학에서 재료를 가져온다.

 예를 들면 깡길렘은 “철학은 반드시 철학 외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자신이 의학으로부터 출발해 의철학을 개척했다. 베르그손은 생물학, 물리학등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았고, 시몽동은 자연과학과 특히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시몽동의 가장 특이한 점은 기술철학의 존재론 분야를 개척했다는 점이다. 이 기술철학에는 정치학이나 인간학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의 맹아도 발견된다. 시몽동을 연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의 이런 다양한 부분에서의 철학적 관심은 현대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그에게서 철학적 영감의 근원을 찾게 한다.

 

  • 시몽동을 알기 위해 공부할 것들:

 기술철학을 이해하려면 사실 기술을 공부해야 한다. 60년이나 지난 시몽동의 기술철학은 오늘날에도 별로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 관점이 놀랍다. 그의 존재론과 기술철학을 관통하는 물리이론은 열역학과 정보이론이다. 그렇다고 본격적인 역학 공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열역학의 기본적인 이해만 있으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알면 유용한데, 이번 강의에서 이야기할 ‘엔진’의 경우, 엔진의 진화를 이야기할 때 베르그손의 생명진화의 개념을 아는 사람들은 아주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 과학기술의 미래가 궁금하신 분들, 행위자 네트워크이론을 접했던 분들, 라뚜르를 읽은 분들, 현대철학의 중요한 흐름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소중한 기회입니다. 2021년 문탁네트워크의 여름특강 <시몽동의 개체화이론과 기술철학>에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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