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군주시해의 서막

토용
2022-05-08 10:17
81

이번 시간에는 은공 3년의 전(傳)과 은공 4년의 경(經)을 읽었다.

경은 해당 연도에 일어난 일만 적지만, 전은 그렇지가 않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서술하느라 『춘추』 기록의 시작인 BC722년을 훨씬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또 경에는 없는 내용이 전에 서술되기도 한다.

이번 은공 3년 전(傳)에는 위(衛)나라 군주 환공의 출생배경과 공자 주우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경에는 없는 내용인데, 아마도 은공 4년(BC719년)에 일어난, 주우가 환공을 시해한 사건에 대한 배경설명을 하느라 들어간 것 같다. BC753년의 일부터 친절하게 알려준다. 정말 좌전이 없었으면 뭔 재미로 『춘추』를 읽었을까싶다.

 

『시경』에 <석인>이라는 시가 있다. 제나라 동궁 득신의 누이동생 장강이 주인공이다. 장강은 위나라 군주 장공에게 시집을 왔으나 자식을 낳지 못했다. 좌전에서는 미인이었으나 자식이 없어 사람들이 그녀를 위해 <석인>을 지어 불렀다고 적고 있다. 단지 미인이어서만 그랬을까. 아마도 백성들의 신망을 얻고 있었나보다.

장공은 진(陳)나라 여인에게서 환공을 얻었는데, 장강의 아들로 만든다. 『사기』 <위세가>에서는 환공의 어머니가 죽어서 장강이 아들로 삼았다고 했으나, 좌전의 기록은 다르다. 죽지 않았다는 것. 이렇듯 사기와 좌전의 기록이 다른 부분도 있다.

이후 장공은 또 다른 애첩에게서 주우를 얻는다. 주우는 군사와 관련된 일을 좋아했지만 장공은 그를 총애하여 내버려둔다. 주우의 호전적인 기질이 나중에 화를 불러올 것을 예상했을까? 대부 석작이 장공에게 6역(逆)과 6순(順)을 들어 간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재밌는 것은 석작의 아들이 주우와 친하게 지냈다는 것. 당연히 아버지 말 안 듣는다.

결국 은공 4년에 주우는 환공을 시해한다. 『춘추』에 군주를 시해한 첫 번째 기록이라고 한다. 하극상이 벌어지는 춘추시대를 알리고 있다.

 

또 은공 4년 경에 송나라, 진나라, 채나라, 위나라가 연합하여 정나라를 정벌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벌(伐)은 종과 북을 울리면서 공격을 하는 것을 말한다. 정벌했다고 해서 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 일은 제후국들이 연합해서 다른 나라를 정벌한 최초의 일이자 동쪽 제후국들이 편당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드디어 끼리끼리 편먹고 다른 나라 괴롭히기 시작한다. 명분 그런 것은 없다. 이익만 눈앞에 있을 뿐. 앞으로 이런 기록들이 자주 나오겠지. 춘추시대니까.

 

댓글 1
  • 2022-05-17 20:56

    예전에 번역본 <춘추좌전> 읽을 때 이 부분이  충격이었어요.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게. 

    나름, 시간이 지나서 아들보다 집안 전체의 안위가 더 중요하게 여겼다는 걸 알고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97
문공 1회차 후기 : 역법은 어려워! (1)
토용 | 2024.04.20 | 조회 25
토용 2024.04.20 25
96
희공 39회차 후기 : 순무를 캐고 뜯는 것은 그 뿌리 때문이 아니다. (1)
진달래 | 2024.03.26 | 조회 44
진달래 2024.03.26 44
95
희공38회차 후기: 효산전쟁
봄날 | 2024.03.25 | 조회 36
봄날 2024.03.25 36
94
희공 37회차 후기 : 말 안 듣는 진(秦)목공 (1)
토용 | 2024.03.19 | 조회 48
토용 2024.03.19 48
93
희공36회차 후기 : 그 귀신이 아니면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1)
진달래 | 2024.03.11 | 조회 52
진달래 2024.03.11 52
92
희공35회차 후기: 질긴 위성공의 목숨
봄날 | 2024.03.04 | 조회 52
봄날 2024.03.04 52
91
희공 34회차 후기 : 대부가 제후를 고소하다 (1)
토용 | 2024.02.27 | 조회 52
토용 2024.02.27 52
90
회공 33회차 후기 : 자옥이 패한 이유 (1)
진달래 | 2024.02.20 | 조회 66
진달래 2024.02.20 66
89
희공32회차 후기: 성복전쟁은 겨우 이틀? (1)
봄날 | 2024.02.12 | 조회 61
봄날 2024.02.12 61
88
희공 31회차 후기 : 성복전쟁의 서막
토용 | 2024.02.04 | 조회 60
토용 2024.02.04 60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