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좌전 강독 8회차 후기

느티나무
2022-05-0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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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은공 3년의 기록을 어어서 읽었다.

 경(經)에서 은공 3년은 일식과 함께 주평왕과 은공의 어머니 군씨(君氏)의 죽음을 기록하였다.

전(傳)에서는 주평왕과 정장공의 관계 에 대한 논평과 송목공의 선위에 대한 내용이 이어졌다.

 

1.진정한 신의

정나라는 주나라가 동주로 옮겨갈 때 도움을 준 것을 계기로 절친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 정나라 무공과 장공은 주평왕을 보좌하는 경사의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주평왕은 정장공의 권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여 서괵의 공에게 권력을 양분하여 나누어 주려고 했다. 이를 서운하게 여긴 정나라 장공이 평왕에게 사실을 묻자 평왕은 그런 일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었고 급기야 두 나라의 왕자들을 인질로 교환하면서 거짓 신의를 약속한다. 그러나 평왕이 죽자 거짓 신의는 곧 드러나고 만다. 주나라 사람들이 더이상 정나라와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괵공에게 정권을 맡기려 한 것이다. 그러자 정나라는 두 번이나 군대를 이끌고 주나라 땅에 들어가 벼와 보리를 베어 짓밟았다. 이후로 주나라와 정나라는 서로 미워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어 군자(君子)는 “신의가 마음 가운데서 나오지 않는다면 인질을 둔다 한들 의미가 없다. 서로를 알고 헤아리며 예로써 지킨다면, 마음이 명백하고 진실하다면 비록 하찮은 물건을 바친다 하더라도 신의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니 인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논평했다.

 

2. 선군의 덕

송나라 목공이 죽었다. 그는 송나라 선공의 동생이다. 선공은 왕위를 아들이 아닌 그의 동생인 목공에게 물려주고 죽었다. 목공이 제위에 올라 나라를 다스리다가 죽음을 맞게 되었다. 그는 믿을 만한 신하인 공보(공자의 6대 선조)를 불러 자신의 아들 빙이 아니라 선공, 즉 자신에게 왕위를 물려준 형의 아들인 ‘여이’에게 물려 주라고 부탁한다. 공보가 반대하자, “그것은 선군인 형의 조치를 저버리는 것이니 어찌 재능과 어진 덕을 말하겠는가. 선군의 아름다운 덕을 밝히는 데 힘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군자는 ”송선공은 사람을 잘 알아보았다. 목공을 세워 군위를 누리게 한 것이 도의에 맞았기 때문이다“고 논평했다. 은나라는 이처럼 천명을 주고받는 것이 모두 도의에 맞았으므로 많은 복록을 받게 된 것이다.

은나라는 왕위를 세습에 있어서 형제상속의 관습을 갖고 있었다. 이는 왕들의 수명이 대체로 짧아서 아들이 장성하기 전에 죽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하기도 한다. 주석은 은나라가 형제상속과 부자상속이 적절히 잘 이루어지는 덕을 갖춘 나라였다고 했다. 자칫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선왕은 앞을 내다볼 줄 아는 덕으로 자식을 구하고 나라를 안정되게 한 것이며, 또한 형의 유지를 실행하고 그 덕을 본받아 조카에게 왕위를 넘긴 동생 목공 역시 도의에 맞는 왕이었다.

 

탕누어는 <역사, 눈앞의 현실>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진실과 허위, 옳고 그름은 그 자체에 더욱 깊은 뜻과 더욱 다양한 지향이 포함되어 있지만, 특히 종횡 교차하는 역사에서 그것들은 부족하고 불완전하며 그리 타당하지도 않고, 또 제지하기 어려운 상상력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론으로는 종종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거나 심지어 문자로도 그것을 포장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오직 사람의 마음, 강인한 마음만이 가까스로 그것을 용납할 수 있고 또 용납할 필요가 있기도 하다.“

 때론 역사가 가장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본보기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번 주의 좌전을 읽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댓글 1
  • 2022-05-03 23:22

    춘추시대인 것이 실감나네요. 

    종주국은 제후국의 도움을 받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제후국은 종주국에 들어가 식량을 약탈하고.

    혼란의 시대에  각국의 정치가들은 어떤 태도를 취할지... 점점 흥미로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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