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전 강독 첫시간 후기

토용
2022-03-08 22:01
174

드디어 『춘추 좌전』을 읽기 시작했다.

‘드디어’라고 말을 시작한 것은 오랫동안 읽을까말까 고민하면서 엄두를 내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방대한 양도 양이지만, 읽어낼 수 있을까, 그럴 능력이 될까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우쌤께서 자주 하시던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읽어라’, 이 말씀이 용기를 내게 했다.

그리고 옆에는 서당에서 오래 같이 공부한 진달래샘, 봄날샘, 느티나무샘이 계셨다.

못 읽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우리가 읽는 책은 양백준이 주석을 단 『춘추좌전주』이다.

공자가 편찬한 『춘추』라는 역사책에 좌구명이 주석을 단 『좌전』, 거기에 현대학자가 그동안의 연구성과들을 종합하여 주석을 단 책이다.  그러니까 원문에 비해 굉장히 많은 양의 주석이 달려있다.

읽기 전에는 필요한 주석만 적당히 가려서 읽으면 되겠지 싶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어머, 여기가 주석 맛집이었다. 본문보다 해설이 훨씬 재밌는 것이었다.

그러느라 두 시간 넘는 시간 동안 2장도 채 다 못 읽었지만 뭐 어떠랴. 읽다보면 책장은 넘어가게 되어 있고 급할 것도 없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즐겁게 읽을거리가 생겨서 아주 기쁜 마음이다.

 

『좌전』의 시작은 기원전 722년 노나라 은공부터 시작한다.

오늘은 은공편의 서문격인 글을 읽었다.

은공과 그의 동생 환공의 출생과 관련된 상황에 대한 내용이었다.

혜공(은공의 아버지)의 정부인 맹자에 대한 주석에서는 여자의 이름을 어떻게 짓는지 여러 가지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모계성을 붙이는 경우, 남편의 시호를 성으로 하는 경우, 모국명을 쓰는 경우, 따로 시호를 만드는 경우 등등.

또 결혼할 때가 되면 이름을 쓰지 않다가 중매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이름을 알 수 있었다는 사실 등등.

궁금했지만 잘 몰랐던 이런 주석을 읽다보면 고대 문물제도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에 대한 자세한 주석과 논란거리가 되는 부분에 대한 논평이 기대가 된다.

댓글 2
  • 2022-03-09 10:10

    토용샘의 말을 잘못 알아듣고, 왜 이렇게 조금밖에 안 읽지 했는데 

    나중에 주석을 다 읽어야 한다는 걸 알고 멘붕에 빠졌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읽고 있는 저를 보고 좀 놀라고, 토용샘이 함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알고 보니 중국어를 하고 계신 봄날샘도 고수시더라구요.

    경(經)이 있고 전(傳)이 있고 , 주(註)가 있는 책입니다.  

    뭘 그렇게 많이 적어 놓으셨는지.... 

    확실히 원문을 읽는 건 이전에 해석본을 읽을 때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를 대장정(?)이지만 출발은 몹시 흥미롭습니다.^^

  • 2022-03-11 18:51

    고수는 무슨....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토용, 진달래, 느티랑 합을 맞춰 그저 읽어 나가자고 마음 먹었지요.

    앞으로 뜬금없는 질문으로 모두를 놀래킬 것 같아요. 기대하시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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