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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마을경제학 봄날 02:04
이년 전이었던가 지방에서 문탁네트워크에 대해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간 적이 있었다. 나는 문탁네트워크가 인문학 공동체이며 세미나와 글쓰기 등을 통해 나름대로 깊이있는 인문학 공부를 함께 한다는 것을 힘주어 설명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질문은 마을작업장이라든가, 문탁내에서 통용되는 대안화폐인 복(福)이라든가, 2,500원으로 먹을 수 있다는 문탁의 공동밥상에 집중되었다. ‘어떻게 공부를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가’ ‘어떻게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공동체를 유지해갈 수 있는가’가 그들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문탁의 차별성은 그렇게 ‘돈’과 ‘공부’를 잘 결합시킨 ‘모범적인’ 공동체라는 점으로 귀결된 것처럼 보였다. 사실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며 살아온 것이 어언 10년 쯤 되어가는 나도 처음에는 선뜻 ‘돈 버는 일’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문탁의 많은 일에는 돈이 필요하다) 공부에 나서기가 망설여졌다. 문탁의 많은 친구들도 ‘돈’이 아쉽고, ‘돈’ 문제만 해결되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문탁네트워크의 많은 활동 중에서 마을작업장 <월든>이, 그렇게 마을에서 함께 모여 살면서 경제적인 자립을 꿈꾸면서 시작된 것도 그러한 친구들의 희망을 반영한 것이었다. ‘복’이라는 이름의 대안화폐도, 그처럼 공동체의 경제를 다른 방식으로 꾸려보려는 생각에서 시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의미있는 일이기는 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경제적 자립이라는 차원에서는 현실은 늘 ‘노답’이었다. 이때 우리는 스즈카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스즈카라는 작은 마을에 도시락 사업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살아가는 공동체가 있단다. 이것이 내가 처음 접한 스즈카 커뮤니티에 대한 정보의 전부였다. 검색을 하고, 친구들과 모여 책도...
뚜벅뚜벅 마을경제학 자누리 2020.09.22
  1. 거대한 전환   성격도, 생활도 깔끔한 ‘도라지’라는 친구가 있는데, 일하고 있는 작업장에 와서 불쑥 이런 말을 던졌다. “쌤, 문탁 사람들에게 미백 화장품이 필요해요.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많은 분들이 얼굴에 기미가 생겼네요.” 내가 하는 일이 자누리화장품에서 친구들의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만드는 일이기에 하는 말이다. 문탁에는 여러 활동 단위가 있는데 자누리화장품은 마을경제의 시작을 함께 했고, 여기서 일하는 나와 뚜버기의 자립을 돕고 있다. 그리고 문탁의 월세도 소소하게 보태고 있다. 미백 기능이 쉽지 않다는 내 말에 도라지는 이렇게 대꾸하곤 웃으며 휑하니 가버렸다. “어려우니까 자누리팀이 해줘야지요~” 도라지의 무한신뢰에서 느낄 수 있듯이, 문탁의 친구들에게 자누리사업단은 장인이다. 과분하고 낯설 때도 있지만 스스로 장인으로 생각하기로 할 때가 더 많다.   장인이라 하면 타고난 손재주가 좋고 근면성실한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다. 고교 시절 한복 만들기에 실패한 이후 한 번도 손재주가 좋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더구나 ‘귀찮아’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랬던 내가 자칭 타칭 장인을 입에 올린다면 인생역전임이 분명할 테다. 십여 년의 우정일지, 능력이 일취월장한 것일지, 어쨌든 그 시작은 <마을경제세미나>에서 공부한 칼 폴라니의『거대한 전환』뒷풀이에서 비롯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 자리는 내 인생에서도 ‘거대한 전환’이 된 셈이다.     『거대한 전환』은 꽤 두껍다. 거기에다 사람들이 대부분 어려워하는 경제에 관한 책이다. 그런 책을 끝냈으니 친구들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뒷풀이를 처음으로, 그것도 거하게 하면서, 시장경제를...
길드다북앤톡 고은 2020.09.21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논어>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말해지지 않은 것까지도 살펴보기                   말은 잘해도 못해도 문제      내 친구 중 나와 가장 이질적인 감각을 가진 이는 중학교 동창 A다. A를 만나면 중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다. 우리는 구겨진 병뚜껑을 가지고도 10분을 웃는다. 물론 웃음기 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나는 종종 A에게 벽을 느꼈다. 그는 내 친구 중에서 유일하게 공무원을 준비하고, 값이 나가는 작고 귀여운 가방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질척거리는 공동체 관계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사회문제에 감정이입 할 때면 A는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속초 영랑정에서 거센 바람을 맞고 있는 나와 A        한편으로 내 말이 A에게 전달되지 않는 건 내가 말을 잘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 같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던 때였다. 생각하는 방식이나 가지고 있는 감각이 다를수록 나의 말은 상대를 빗겨 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말을 잘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도 않았다. 어쩌다 말을 잘한 날이면 나는 종종 집에서 샤워를 하며 후회했다. 정말 내가 그걸 다 알고 있는 걸까? 진짜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겉치레뿐이지 않았나? 말에 인플레이션이 생긴 것 같았다.    ...

연재코너
글쓴이
  • 뚜버기

    나는 글 쓰는 게 하나도 재미없다. 그런데 이번에 글을 쓰려고, 그것도 재미없는 경제로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건 ‘마을경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이다.

  • 기린

    『사기』를 읽었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기만의 ‘드라마’가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 믿음으로 한 편, 한 편 상영하는 인간극장! 막이 올랐다.

  • 둥글레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 김지원

    천재는 27살에 요절한다던데, 스스로 천재라 믿고 산 나는 28살이 되어버렸다. 대학졸업장도, 자격증도 없다. 대신 지난 5년간 공동체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목수 일을 해왔다. 그 간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살 길을 모색해보려 한다.

  • 김고은

    똑똑이가 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헛똑똑이가 되지 않기 위해 공부한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그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공부한다.

  • 이동은

    문탁에 온 뒤 살아가는 것과 공부하는 것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인지 내가 공부를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끔씩 잘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순간을 늘려가고 싶다.

    • 새털

      문탁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지 어느새 9년째다. 시간은 정말 자~알 간다. 정신없이 후딱 지나갔다 세미나에서 오고간 말들을 모아서 ‘10주년 자축이벤트’를 준비중이다. 거기엔 분명 당신의 생각도 단팥빵의 앙꼬처럼 들어있다는 사실을 이 연재를 통해 확인해보시라

    • 문탁

      우연히 동양고전에 접속해서 지난 10년간 정말 빡세게 읽었다. 많이 배웠고,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고, 나름 바뀌었다. 어쨌든 갈무리가 필요하다는 생각, 혹은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 공자님에게? 하하. 그럴지도. 하지만 우선은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에게 그동안 떠들어댔던 말들을 공들여 주워 담아 전달해보려 한다. 친구들이여, 잘 읽어주길!

    • 차명식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남어진

      안녕하세요. 저는 남어진이라고 합니다. 2013년 10월 공사가 들어왔을 때, 학교 그만두고 밀양에 왔다가 눌러 앉았습니다. 얼마 전까지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 일했고, 지금은 노가다일을 합니다만, 여전히 탈핵 탈송전탑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감자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