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퀴어링!> 3회차 발제 및 후기

고은
2021-12-28 11:56
208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읽을 분량이 많지는 않았는데요. 저희가 읽는 부분의 주요한 주제는 비인간화를 어떻게 과제로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저자는 미국의 이야기를 들어서 세계적으로 비인간화(나와 다른 집단을 비인간이라고 규정하고, 비인간집단을 공포스러운 존재로 여기거나 미천한 존재로 여기는 세태)가 극심해지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 것이지요. 이 책이 쓰여질 당시 트럼프가 당선된 직후였던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인종, 계층 간의 갈등과 그것을 확대시키는 트럼프의 모습이 자주 거론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비인간화가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인터넷 환경이 비인간화가 펼쳐지는 장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굉장히 공포스러운 존재로 인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자가 비인간화 문제에 관한 완전한 해결책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쭉 다뤄왔던 동물과의 유대가 그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인간은 동물이나 비인간을, 그러니까 나라는 인간종과 다른 종을 열등한 혹은 위협적인 외부자가 아니라 친구로 여길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개와의 우정이 가장 강력하고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299) 재미있는 점은 이 저자가(사실 저자들입니다) 오레오라는 개와 함께 지내면서 동물과 유대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다음에 읽을 해러웨이도 카이엔 페퍼라는 개와 함께 지내며 <반려종 선언>을 써냈습니다. 어쩌면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타인과 함께 잘지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고, 그 부분에 있어서 (제가 느끼기에) 주목할만한 연구물을 내는 건 동물 특히 개와 관련된 연구인 것 같습니다. 개가 다른 종처럼 인간과 아주 멀지도 않고, 그렇다고 인간과 아주 가깝지도 않기 때문이지요.

 

  다음시간에는 해러웨이의 <반려종 선언>을 읽습니다. 양이 적지 않고, 내용도 무척 어렵지만... 읽어보기로 마음내었으니... 한번 잘 읽어보아요! 화이팅입니다!!

 

 

 

 

댓글 3
  • 2021-12-28 11:57

    어느 순간부터 소는 축사 안에만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껴왔던 것 같아요. 그것을 의심하거나 바꿔보려는 시도는 항상 짧은 상상으로 끝났고요. 그런데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어쩌면 처음으로? 소와 진심 어린 우정을 나눠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실행에 옮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겠지만, 일단 마음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작은 한 걸음은 나아간 것 같아서 나름 뿌듯합니다.

  • 2021-12-28 16:07

    드디어 같이 읽은 한 권이 끝이 났는데, 함께 책을 읽는 경험은 언제나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책을 읽기도 하고 함께 읽는 사람을 읽기도 하고 그 안에서 나를 읽기도 하고 더 겹겹으로 이루어진 크고 깊은 세상을 읽는 일이 되고요.
    매번 신기한 점은 불편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짚어오는 부분이 겹칠 때가 많은데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자 조금씩 다른 방향과 질감으로 그것을 소화하려고 한다는 점이었어요. 당연한 것이기도 한데 그 다른 지점들이 늘 흥미롭고 또 기대가 돼요.
    그리고 또 매번 놀라는 것은 늘 자연스러우면서도 능숙하신 이끔이 고은님의 연결입니다..! 저도 말하면서 흐름을 벗어나게 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고은님의 연결이, 또 다른 분들의 이야기가 다시 이야기를 묶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반성이 되는 지점은 이야기하려는 것이 무거운 주제라고 해도 다르게 말해볼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게 하기보다는 확장될 수 있는 이야기로, 이야기의 장을 뜨겁게 달굴 수 있는 방향으로 뻗어 나가게 할 수는 없을까. 괜히 저 개인의 짐을 풀어놔서 무겁게 만든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컸고요.
    사실 책의 결말 부분에 괜히 딴지를 걸었습니다. 친화력이 빚어낸 또 다른 산물인 비인간화와 혐오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개와의 우정을 제시한 것은 인간중심적인 사고이며 때로는 폭력일 수 있다고요. 제가 비딱하게 바라봐서 비딱하게 읽힌 것 같아요. 작가의 오레오를 향한 사랑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리고 나 또한 인간적 사고를 결코 벗어날 수 없으면서 ‘(비인간)동물적인 것’에 대해 계속 의문을 던지고 인간에게 딴지를 걸게 돼요. 건강하게 질문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2021-12-29 00:24

    서로 다른 존재들이 조화롭게 섞여 지낼 수 있는 환경일 때 '비인간화'와 같은 폭력이 없어질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주목해본다. 어떤 식의 '섞임'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 문명을 간단히 긍정하고 넘어가는데 어떤 말인지는 알겠으나 조금 나이브하게 들린다. 인간의 친화적 상호작용 능력을 진화생물학 가설로 설명하고 다른 동물들의 흥미로운 사례를 '다정한' 어조로 소개하는 부분은 좋았으나, 현실 정치에 적용하는 챕터와 개와의 친밀한 관계로 대안을 제시하는 마지막 부분은 다소 평이하게 느껴졌다. 반려 동물이 없어서 그런지 나의 시선은 내 방에 서식하는 약간의 식물들과 길에서 마주치는 동물들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책에서 등장하는 동물 중에 나의 최애는 보노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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