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다 강학원 <정동> 시즌 2 2회차(211121)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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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4 03:20
252

 

이번에는 이토 마모루의 <정동의 힘>을 읽었다.

 

책에는 과학과 철학 관련 개념들이 많이 등장하였는데 나는 발제를 준비하며 이것들이 명확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골머리가 아팠는데, 명식과 고은은 물론 그런 개념들이 어렵게 다가오긴 했지만 저자가 글 쓰는 방식은 명쾌해서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했고 그 방식이 참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리고 특히 번역에 대해 칭찬했다. 찬 역시 책의 내용들이 자신에게 흥미롭게 다가온다고 이야기했다.

 

 

"문화·문학 이론의 지배적 모델의 문제는, 그것이 현실의 구체성을 파악하는 데에 너무 추상적이어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것의 실재적 비물형성을 파악하는 데에 충분히 추상적이지 못한 것에 있다." p.20

 

 

이토 마모루는 급격히 변화한 미디어 환경을 오늘날의 문화연구들이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며 정동이라는 문제계에 초점을 맞추어 미지어의 매개성이 가지는 현대적 특징을 고찰할 것이라고 밝힌다.

 

1장에서 지금까지 정보에 대한 논의들을 이토가 검토하며 쓰였던 과학 개념들이 유독 어려웠는데 명식이 짚어준 것처럼 저자는 지금 정보 개념들에 대한 전복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하며 읽어보니 이해가 확실히 쉬웠다.

 

물론 '미디어'와 '정보'가 친한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왜 지식, 앎, 진리가 아닌 '정보'인가 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고은이 일본에서는 (책의 주석에도 나와있지만) '컬추럴 스터디즈'라는 문화연구라는 배경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짚어주었다. 일본에서는 문화 안에서 돌아다니는 것들에 대해서 정치적인 의미로 해석하고 하나의 정보로서 포착하려는 시도들이 이미 선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명식 역시 '문화연구'에 대해 보충설명을 해주었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문화에 대해서 전복하려고 했던 시도가 이토가 지금 정보에 대해 전복하려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도 말했다.

 

명식은 1장에서의 이토의 작업이 정보화 시대에서 정보가 가지는 이미지를 비틀어버림으로서 권력이 어느 방향에서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작동하는 폭이 어디까지 뻗어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더 잘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하였다. "정보는 표현이다."라는 말이 내겐 다소 난해하게 나가왔는데 정보는, 받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표현되는 것이다라는 전복의 차원으로 이해하니 어느 정도 이미지가 다가왔다. 고은은 1장에서 이렇게 정보에 대해 짚은 뒤에 2장에서 정보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다루고 있는 전개가 흥미롭다고 이야기했다.

 

2장에서 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껏 정동 텍스트들에서 그토록 강조되었던 '신체'가 아니라 '혼'이 등장하니 띠용했다. 하지만 여기서의 혼은 물리적인 신체를 다루는 정신적인 의미에서의 혼이 아니라 믿음과 욕망을 가진 일원론적인 차원에서 신체로서의(?) 혼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맞는 이해인 듯하다. 

 

생물종의 변용확실히 보이는 차이의 총계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것을 무한소의 차이의 총계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것도, ‘모나드에 관한 가설을 방증한다.

 

고은은 평소 자신이 '차이'라는 단어에서 느꼈던 답답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모나드가 이에 대한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너랑 나랑은 다른데 왜 이 차이를 없애려고 해?" 라는 식으로 우리가 가진 차이에 대해서만 자꾸 우선시 말할 경우 어떤 관계도 맺어지기 힘들지 않을까 라는 뉘앙스의 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는 들뢰즈를 비롯한 정동 텍스트들에서 말하는 '차이' 그 자체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서양 사람들 특유의 역사로부터 기인한 동일성에 대한 공포를 이해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그 동일성이 무엇인지 되묻는 것이 먼저이지 않는지. sns를 비롯한 현대사회 속에서 '차이'라는 단어가 실제로 어떻게 자리잡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물었다. 

 

"존재는 소유이다."라는 말을 모두가 문제시하고 흥미로워했다. 내가 발제를 다 못해와서 명식이 많이 정리해주며 세미나가 진행되었는데 명식은 이 문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존재는 속성이고 속성은 불변하는 것인데, 이토 혹은 타르드는 이를 위의 문장을 통해 가변적으로 만들고 있다. 소유라는 단어가 지배 피지배의 의미로서 쓰여 우리가 불편하게 느낄 수 있지만 지배라는 것은 한편으로는 고정된 관계가 아니며 이는 유동적이고 상호작용하는 모나드를 파악하기 위해 유용하다는 것. 고은도 소유는 존재와 속성은 안정적으로 규정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였고 소유는 시간성이 들어가기 때문에 불안정하다고 이야기했다. '맥북이 나를 소유했다.'라는 단번에 이해가 가는 예문을 들며 소유라는 단어의 흥미로움을 말했다. 찬 역시 이 문장에 꽂혔으며 아직 감이 잘 잡히지는 않지만 더 읽어보며 살펴보겠다고 하였다.

 

막바지에 제 3의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우리 시대에서의 제 3의 영역은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카카오톡이 생각났는데 카카오톡은 사적이고 공적인 일들이 둘다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연되지 않는 문자언어라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고 말투 혹은 이모티콘에 대한 '모방'이 아주 많이 일어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외에 인스타DM이나 페이스북메시지 같은 것들은 어디에 위치해있나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다. 이 '3의 영역'에 대한 이야기는 일상의 인문학에서 지원이 했던 강의와도 연관되어 재밌는 문제인 것 같다.

 

아, 글구 나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이 모두 전날 [비학학]에 참여했기에 많이 피곤하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별로 그런 티가 안나서 모두 체력들이 좋구나~ 라고 넘겨짚엇다.

 

 

 

댓글 1
  • 2021-11-24 09:28

    헉 이토록 빠른 재영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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