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중등인문학교 S2 첫번째 시간 후기

명식
2019-12-16 19:04
339

 

  안녕하세요, 2019 중등인문학교 튜터를 맡고 있는 명식입니다.

  이번 주는 2019 중등인문학교 S2 <집이라는 낯선 곳> 첫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1.

 

  지난 시즌부터 함께한 지형, 연주, 연경, 시우 그리고 이번 시즌부터 새로이 합류한 요엘, 유하, 리원, 한준까지 총 여덟 명의 친구가 함께 한 첫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함께 하지 못한 서인이도 다음에는 꼭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번 시간은 ‘오프닝’ 시간으로, 중등인문학교라는 프로그램과 이번에 함께 읽을 책들에 대한 소개, 그리고 각자의 소개를 하며 시작했습니다. 다른 때부터 눈에 띄었던 건, 자기 스스로 프로그램이 하고 싶어 신청한 친구들이 많았다는 사실! 요엘, 지형, 그리고 또.... 음, 혹시 그렇게 말해달라고 제가 너무 눈치를 준 건 아니겠죠? 아무튼 산뜻한 출발이었습니다.

  더하여 지난 시즌에도 이야기했던 몇 가지 유의사항이 있었습니다.

 

  첫째, 공간을 깨끗하게 쓰자.

 

  둘째, 책은 반드시 읽어오자. (어려운 부분은 술술 넘기더라도,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끝까지 읽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왜냐하면, 그래야 두 시간 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멀뚱히 앉아 지루한 시간을 보내지 않을 수 있으니까!

 

 셋째,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자! 이번에도 시우가 두 번 (?) 만에 깔끔하게 이름을 다 외웠었는데, 다른 친구들도 서로의 이름을 꼭 외워서 수업 시간 중에 자유롭게 이름을 부를 수 있도록 합시다!

 

 

 

 

 

  2.

 

 그렇게 소개를 마치고, 본격적인 오프닝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꽤 간단한 프로그램이었는데요. 다섯 개의 빈칸 채우기였죠.

 

 1. 집에서, 엄마는 ____ 하는 사람이다.
 2. 집에서, 아빠는 ____ 하는 사람이다.
 3. 집에서, 형제자매는 _____ 하는 사람이다.
 4. 집에서, 나는 _____ 하는 사람이다.
 5. 나에게 집은 ______ 이다.

 
  우선은 1번부터 볼까요? ‘밥하는’, ‘(백종원 레시피보고) 요리하는’, 등 우선 집안일에 대한 이야기들이 꽤 있었구요. ‘나를 기운 나게 해주는’, ‘내게 안정감을 주는’, ‘나와 동생을 도와주는’, ‘내가 할 일을 기억해주는’ 처럼 ‘나’에게 도움을 주신다는 이야기도 꽤 있었네요. 그 외에 ‘우리집 돈 관리를 하는’ 과 ‘집에서 제일 존경받는’ 도 있었고요.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친구들이 ‘우리 집 서열 1위’로 엄마를 뽑았었죠? 여러 가지 일들을 결정하고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갖는다는 의미에서요. 정리해보면 ‘집안일을 주로 도맡고 나를 많이 신경써주는 사람’으로서의 엄마, 때로는 선생님이기도 한 엄마, 그리고 그만큼 집이라는 공간에서 강력한 결정권자로서의 엄마의 모습이 드러난 듯합니다.

 

  그럼 다음은 2번 ‘아빠’ 인데요. 어찌 보면 좀 예상한 표현들이 나온 ‘엄마’에 비해 좀 더 재미있는 표현들이 나왔었지요. ‘돈을 벌어오는’, ‘일이 많은’, ‘픽업해주는(차 태워주는)’, ‘뉴스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는’은 어느 정도 예상 내였는데....‘나한테 데이터 기부해주는’, ‘자꾸 여행가자고 꼬시는’, ‘ 내가 공부하거나 게임할 때마다 자꾸 방해하는’, ‘집에서 제일 만만해 보이는’, ‘때론 무시를 많이 받는’ 같은 표현들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조금은 가슴이 아프기도....?

  아무튼요. 그 외 몇 가지 더 인상 깊었던 건 집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여전히 집안일을 하시는 아버지가 그리 많지는 않다는 이야기, 엄마에 비해 아빠는 더 장난스럽고 가볍게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는 이야기, 두 분 다 내게 위안을 주지만 어떤 점에서는 엄마가 훨씬 더 잘 이해해주는 부분이 있고 어떤 점에서는 아빠가 더 잘 이해해주는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 등이 있었네요.

 

  3번 ‘형제자매’. 아, 여기서는 먼저 단 한 명도 외동인 친구가 없이 모두 형제자매가 있다는 사실에 우선 놀랐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자기 형제자매들을 여지없이 매우 엄격한 시선으로 봤지요. ‘다이어트 한다면서 맨날 먹는’, ‘맨날 누워있는’, ‘맨날 게임하는’, ‘맨날 TV하는’ ‘자주 싸우는’, ‘시비를 걸게 되는’, ‘약한’(!) 등등. 하지만 동시에 ‘같이 노는’, ‘때론 서로를 아끼고 의지하게 되는’ 같은 이야기도 있는 걸 보면, 역시 형제자매는 다투면서도 의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대체로 제 주변을 보면 나이 먹기 전까진 ‘다툼’의 비중이 좀 더 큰 것 같긴 한데....물론 연주는 다툼에 대한 이야기 없이 언니와 연주가 얼마나 친하고 의지하는지를 더 많이 이야기했지만요. 그런 형제자매 사이도 있는 거겠죠?

 

  4번, ‘집에서의 나’인데....뭐랄까. 역시 자기자신에 대하여 말한다는 건 그리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각자 할 말도 많았고 표현도 다채로웠던 위의 질문들에 비해, 4번에서는 비슷비슷한 표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공부하는’, ‘책을 읽는’, ‘가족과 대화하는’, ‘쉬는’ 등등. 또 다른 가족들을 이야기할 때는 ‘나’와의 관계 속에서 이야기한 것들이 많았는데, ‘나’를 이야기할 때는 그런 점이 잘 안 드러나는 것도 있었구요. 이런 부분은 앞으로 차차 살펴보도록 합시다. 아, 그 와중에도 집의 ‘인간 자명종’으로서의 한준이의 이야기는 매우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5번.  '나에게 집이란'이란 질문에 대해, 거의 모든 친구들이 ‘휴식처’라는 대답을 썼습니다. 홈스쿨링을 하는 요엘은 ‘학교이자 도서관’으로서 집을 이야기했는데요. 하지만 그런 요엘에게도 집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고 편히 내 몸을 쉴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은 같았지요.

 

  이렇게 이 날은 서로의 집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집의 모습을, 우리 가족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았습니다. 휴식처인 집, 익숙하고 아늑한 집, 나만의 은밀한 공간인 집, 사적인 공간인 집. 그리고 그 집에서 맺는 인간관계로서의 가족.

 이제부터는, 4권의 책과 1편의 영화를 통해 그 주제들에 대하여 ‘왜’라는 질문을 던져볼 겁니다. 왜 집은 그런 공간(휴식처)인가? 왜 가족은 그러한 관계인가? 왜 엄마는, 아빠는, 나는 우리 집에서 ‘그런 사람’인가? 바로 이것이, 중등인문학교의 두 번째 시즌 - <집이라는 낯선 곳>입니다. 앞으로 찬찬히 이 답들을 찾기로 하며, 첫 시간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3.

 

  다음주에는, 커리큘럼대로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을 함께 볼 겁니다. 아주 독특한 어떤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서, 몇 가지 의문을 품고 이 시즌을 시작해보도록 합시다! 이번에도 따로 무언가 준비할 필요 없이 편하게 와서 함께 영화를 보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댓글 2
  • 2019-12-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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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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