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XTLAB S2 처세의 기술 셋째날 후기

김채진
2019-07-06 01:06
237

오늘 후기를 올리네요.... 미안합니다...

 

이번 수업의 의뢰인은 나였고, ‘선생님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들고 갔다. 학교에서 겪었던 선생님과의 의견 충돌과 갈등으로 비롯된 관계의 불안함이 선생님 눈을 마주하기 힘들 정도로 심해졌기 때문이다. 대체 선생님과 어떤 관계를 쌓아야 하는지, 일방적이고 수직적이지 않은 관계를 쌓을 순 없을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번 시간의 시작을 열었다.

 

선생님과 나의 관계를 고민하는 것은 즐겁고, 동시에 무섭다. 선생님과 나의 관계 자체를 고민하지 않았던 몇 년 전에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이제는 이 고민을 할 수 있다니 즐겁고 아직도 이런 고민을 하며 주위의 관계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여러 감정이 담긴 내 고민을 모두 진지하게 고민을 들어주어서 기뻤다. 나조차도 정리되지 않은 고민이라 이걸 가져가는 것이 괜찮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가져가서 다행이었다. 정리와 해결까지 쓱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역시 대화가 정리와 해결의 열쇠였다!

 

'선생님의 일상을 보고 배운다', '가까운 곳에서 배운다', '선생님을 믿었다' 등의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왜 선생님과 대화하는 것을 불편해했을까? 친구들과 대화할 때는 불편하거나 거북하지 않은데, 왜 하필 선생님 앞에 서면 그럴까.

<선생은 무엇을 가르치는 사람일까>라는 소제목을 단 부분에서, 선생은 재주만을 가르치지 않고 일상과 삶의 자세까지 가르치는 사람임을 발견했다. 그렇게 보면 내 주위의 많은 사람은 선생이다. 나는 그중 아주 좁은 범위의 학교 내 선생님들께만 부담과 불편함을 지니고 있었고, 그래서 피해왔다. 아마 사회적으로 선생님인 자리에 대한 부담감과 학생의 위치에서 느끼는 힘이 불편했으리라.

선생의 삶과 태도의 가르침을 받으려면, 우리는 가까이에서 서로의 일상을 잘 알고 서로를 잘 알아야 한다. 그렇게 잘 알게 되면 서로의 행실에 믿음이 생길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부담스러운 선생님들께 내 일상을 공개하기를 피해왔다. 일상을 멀리 떨어뜨리고 어렵고 이상적인 이야기만 해왔으니, 사실은 서로를 잘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이게 바로 내가 선생님을 불신해온 과정이다.

선생님의 관계에 대한 고민의 키워드는 선생님 개인을 믿기였고, 좀 더 부담감을 내려놓기였다. 나는 선생님과 좀 더 가까워져 보려고 한다. 선생님 개인 위에 너무 많은 것을 투영하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 바라보고 싶다. 이번 일주일, 선생님 얼굴을 보면서 최대한 학생이 아닌 그냥 김채진으로 있고자 노력해보았다. 썩 나쁘지 않았다. 조금의 장난까지 쳐보고, 전보다 친근하게 말을 걸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은 선생님 일상의 한 부분을 바라볼 수도 있었고! 이 문장을 오래 오래 실천해가고 싶다.

 

이번 시간에 서서히 고민을 해결해갈 길을 찾아낼 수 있어서 기뻤다. 소학도 원석이지만, 우리가 터놓는 말들도 원석이었음을 다시 느꼈다.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이 고민을 내 삶과 합칠 수 있게끔 살아보고자 한다. , 편지부터 차근차근 써보아야겠다.

댓글 1
  • 2019-07-06 09:43

    오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초빈이도 저번주에 '책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일주일 동안 책선에 대해 생각했다고 했는데,

    채진이도 일주일 동안 그 문장에 대해서 생각해보았군요!

    저도 고전문장을 가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언가를 발견해가는 건 처음입니다.

    이게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걱정이 되었었는데

    신기하게도 삶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도 같군요.

    각자가 가지고 오는 고민들 덕분에 수업이 더욱 풍성해지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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