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퀴어링!> 6회차 후기: 장애여성공감 인터뷰 다녀오다

고은
2021-09-30 13:53
347

 

 

   마지막 시간에 <장애여성공감>에 다녀왔습니다. 5주간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다가 처음으로 오프라인으로 얼굴을 보는 자리였는데요. 어색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서로가 친숙하게 느껴졌습니다. 건물이 꽤 복잡해서 만나는데 애를 먹었지만, 늦지 않게 <장애여성공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무려 근무하시는 날이 아닌 일요일에 활동가 두 분께서 저희를 맞이해주셨는데요. 정말 너무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교육장에서 <장애여성공감>에 대한 소개를 듣고, 저희 인터뷰를 진행한 뒤, 간단하게 공간을 둘러보았습니다. 2시간 30분이 걸린 꽤 긴 여정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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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강의실에서 <장애여성공감>의 활동가 여름, 은선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 긴 인터뷰를 마치고 다함께

 

 

▷ <장애여성공감>의 공간을 둘러보는 중.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사무실 내부 복도가 넓게 되어있다.

 

 

▷ 헤어지며 <장애여성공감>에선 활동가 두 분의 명함을 받고, 워크샵 멤버들끼리는 손수 상대 핸드폰에 번호를 눌러줬다. 요즘 보기 드문 아날로그 식 번호 교환이라며 즐거워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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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하게 저의 워크샵 소회를 밝혀보자면... 여러모로 시작이 어려운 워크샵이었습니다. 난생처음 줌으로만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도, 워크시트를 활용해 세미나를 이끌어나가는 것도, '장애인의 사랑과 성'을 주제로 삼는다는 것도 제게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워크샵을 시작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특히 주제와 관련해서는 정말 오랜 기간 고민을 해왔는데요. 워크샵을 시작하며 <장애여성공감>에 보낸 인터뷰 요청 메일에 당시 제 심정이 잘 드러나있어 옮겨봅니다.

 

"개인적으로 이 워크샵을 열기까지 긴 시간 망설여왔습니다. 저는 당사자가 아니기도 하고, 무엇보다 당사자와 관계를 맺어온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혹여나 실수를 하거나 잘 못 된 접근을 하게 될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장애는 제게 오랜 숙제와 같은 주제였습니다. 중학생 때 학교에 특수학급이 있었고 또 경증 안면장애를 가진 친구와 어울리며 왕따 당하지 못하게 막았던 경험도 있었지만, 제게 장애인은 어렵고도 어려운 존재였어요. 동정심을 갖지 않으면서 낯선 저들과 어떻게 잘 어울릴 수 있는지 갈피를 전혀 잡을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대학에서 만난, 지금은 세상을 떠난 저의 친구를 보며 영감을 크게 받았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친구는 장애를 가지고 놀릴 정도로 장애인과 스스럼 없이 지냈어요. 누구나 차별 없이, 각각의 특이성을 가진 사람으로 즐겁게 만난다는 게 그 친구가 가진 특장점이었습니다. 또 당시에 페미니즘을 배우며 정상성에 질문하게 되었고, 그 뒤로부터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어려움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항상 고민해왔던 것 같아요.

 

   이번 워크샵을 준비하고 또 진행하면서 확실하게 느꼈던 건, 제가 가진 두려움-어려움은 정말 알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왔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장애가 사회적/개인적인 차원에서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를 공부하고, 그 문제가 나와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사람들과 대화하며 이해하고, 당사자를 만남으로써 실제로 나의 관계 지평을 쬐에끔 넓히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어려움이 꽤 많은 부분 해소가 된 것 같습니다.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어려움을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한발짝 넘어본 경험이 제게 큰 자산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 앞으로 또 비슷한 경우에 처했을 때 저는 혐오하는 대신 다다가는 방법을, 뒷걸음질 치고 고개를 돌리기보다 공부하고 대화해보는 방법을 택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전보다는 더 높은 확률로요.

 

  그리고 이런 공부와 경험을 하면 할수록 동양의 고대사유와 아주 밀접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가 언젠가(..) 더 열심히 공부하고 멋지게 풀어낼 수 있을 때, 꼭 이 둘을 연결시키는 실험을 해볼게요. 이것이 함께 워크샵에 참여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드리는, 밑도 끝도 없는 야심찬 다짐입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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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내용이 꽤 길어서 일부만 옮기고 전문은 파일로 첨부해두겠습니다.

 

 

- 여름: 장애인에겐 성폭력 피해 가능성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안전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한다. 걱정하다 보면 “너를 위해서야”, “너를 걱정해서야”라고 말하게 되는데, 도리어 이것이 통제가 되기도 한다. 오히려 실패할 권리가 필요하다. 갈등도 겪고 화해도 하고 단절도 될 필요가 있다. 어렸을 때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같은 과정을 겪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의사를 묻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성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은선: <장애여성공감>에서는 실패할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 실패가 성공의 반대가 아니라 과정으로써, 주도권을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과정으로써 말이다. 매일 매일 투쟁이라는 건 매일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어떤 때는 너무 힘들어서, 혹은 그냥 오늘 하루는 즐겁고 싶어서 넘어갈 때도 있다. 반면 오늘은 날이 좋으니 전투태세를 갖춰서 불편한 일이 생기면 말을 하자고 용기를 낼 때도 있다.

 

- 은선: 장애에 대한 고민이나 각자 가지고 계신 고민을 오늘 나온 이야기와 연결해 이야기해줘서 감사하고, 만나기를 잘한 것 같다 일요일에. 중요한 동료들을 만난 것 같다. 여러분도 머리에 그릴 수 있는 장애인을 만난 거기도 하니까, 저를 잊지 마시고.

 

 

 

 

댓글 1
  • 2021-10-01 08:17

    모두 모두 수고하셨어요.

    좋은 배움의 시간이 되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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