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다 강학원 S4> 5회차 후기

고은
2021-09-26 11:18
263

 

『정동정치』 마지막 세미나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세미나 발제였는데, 급격히 몸이 안좋아지면서 명식이 대신 해주었어요. 그런데 그 뒤로 회복이 잘 안 되어서 후기까지 늦어지게 되었네요. 미안합니다…. 당일 세미나 시간에도 상태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없어서 제가 했던 질문과 말 위주로 정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파국의 안에 있다

 

4장의 한국판 제목은 ‘파국 장에서의 정동적 조율’인데요, 4장 대담의 화자인 마수미와 매닝은 오늘날을 ‘파국’이라고 표현합니다. 대화 내용을 보면 마수미가 기고한 기사에 그 내용이 자세히 담겨있었을 것이라 예상이 되는데요, 어쨌든 과거와 달라진 특성을 무엇이라 짚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왜냐면 오늘날을 ‘파국’이라 칭하는 것이 마수미의 정동정치을 이해하는 데 꽤 중요한 부분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위기와 파국(내잔)은 더 이상 예외적이지 않습니다. … 파국의 절박함은 우리 삶의 장 속에 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정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모두가 절박-내재성의 장 안에 옥죄어져 있다는 사실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172-173)

세미나 멤버들은 질문에 대한 답을 작년 <길드다 강학원>에서 읽었던 히토슈타이얼의 『스크린의 추방자들』 이야기로 풀어주었습니다. 새롭고 강렬한 것들이 계속해서 쏟아 내려오고, 때문에 “효과들의 범람의 위험에 처해 있는 것”(172)이죠. 말 그대로 범람이기 때문에 흡사-혼돈의 상태이고, 그밖에서 그것을 관음하는 것이 불가능한 오히려 모두가 그 안에 침잠해 있는 상태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즉 우리 모두 그 ‘안’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 정동정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접히는 시간, 비선형적인 시간

 

이번 책을 읽으며 내내 이야기 나오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시간인 것 같습니다. 제 관심사라 제가 매번 이야기 했기 때문일까요? 후후 이번 시간에도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머리 긴 지원씨가 질문해주셨던 것 같아요. “비선형적 시간성”(180)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은 시간을 선형적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과거-현재-미래로 흐르는, 일직선으로 쭉 뻗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수미는 이렇게 말합니다.

“운동은 점들의 연속이 아닙니다. 그것은 즉자적 과거가 현재로 접히는 과정입니다. 질적으로 상황을 변하게 하면서, 현재가 미래로 뒤집히듯이요. … [과거와 미래는] 실제적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미 왔으면서 동시에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무엇인가가 운동 중이라면, 그것은 그 자신을 역동적으로 초과하는 것이며, 자신의 실제성을 넘쳐흐르는 것입니다. 그것은 각각의 연속하는 점에 위치한 현재-보다-더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직관적으로 압니다.”(181)

저는 이 문단에서 접히고 뒤집힌다는 표현이 재미있었습니다. 어제의 24시간이 있고, 그 뒤로 오늘의 24시간이 있고, 또 그 뒤로 내일 24시간이 존재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과거는 현재에 의미를 갖는 어떤 것들이 거꾸로 겹혀서 도달하게 되는 것이고, 접힌 과거가 없다면 현재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또 미래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가 접혀있는 현재가 느닷없이 배를 까고 뒤집는 것입니다. 따라서 과거도 미래도 어제나 내일의 24시간처럼 실제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접히거나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오지 않지만 동시에 접히고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것이 되기 때문에 이미 와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언제나 자신을 초과하는 역동적인 존재인 것 같습니다.

 

 

 

이제 새로운 책으로 넘어가게 되었군요! 시간이 좀 되긴 했어도 한국 저자의 책이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나누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사랑을 퀴어링> 일정 때문에 한 시간을 건너 뛰고 그 다음시간에 뵙게 될 것 같습니다. 다다음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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