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다강학원 S4> 2회차 후기

명식
2021-08-28 22:53
58

  스피노자의 『에티카』 4부를 통해 철학적인 차원에서 정동 개념의 발생을 살펴본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스피노자의 독특한 여러 개념들과 그 디테일한 지점들에 대하여 서로 여러 질문들을 던졌고 그를 통해 좀 더 탄탄히 개념의 이해를 다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피노자의 독창적인 시선들 가운데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기쁨’과 ‘슬픔’에 대한 독특한 정의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기쁨과 슬픔과는 조금 다르게 스피노자는 기쁨을 ‘자기 능력의 증대, 고양의 상태’로, 슬픔을 ‘능력의 감소, 축소의 상태’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의로부터 스피노자는 다양한 감정의 발생을 설명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고 있는 대상을 기쁨으로 변화시키는 모든 것을 긍정하려고 하고 슬픔으로 변화시키는 모든 것을 부정하려한다. (그 반대의 경우들도 마찬가지다) 이 “감정의 모방”(255)으로부터 호의, 분노, 자만, 과대평가, 경멸, 야심, 찬사, 자기만족, 후회, 명예심, 수치 등이 발생하는데, 그 모든 것은 결국 사람들이 본성적으로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맞춰 살아가길 바란다는 걸 말해준다. (발제문 중)

 

 

  또한 스피노자는 이러한 기쁨은 만인이(만물이) 마주치는 것이며, 모든 존재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변용을 행한다고 설명함으로써 ‘인간의 전유물인 감정’에서 ‘만물의 정동’으로 확장시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변용을 행함에 있어 능동성과 수동성의 문제입니다. 스피노자는 특히 ‘감정’의 수동성을 강조하면서 ‘정념’이라는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노예는 무지 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맞이하고 자신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막무가내로 변용을 행하지만 자유인은 주어진 소망이 아닌 자신의 소망을 능동적으로 따르며 슬픔을 피하고 기쁨을 맞이하려 노력한다. “우발적 마주침 속에서 슬픔에 지배될 것이냐, 아니면 조직된 만남 속에서 기쁨을 형성할 것이냐, 바로 여기에 노예와 자유인의 차이가 자리한다.” (발제문 중)

 

 

  여기서 고은은 기쁨은 수동적인가 능동적인가에 대해 묻기도 했습니다. 앞부분에서는 분명 기쁨 또한 정념으로서 수동적인 것이라 했는데 뒷부분에서는 능동적 기쁨을 추구할 필요성에 대해 다루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스피노자는 우리 ‘공동체의 필요성’과 함께 수동적 기쁨과 능동적 기쁨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공동체와 국가는 “위험한 마주침의 상태”(297)인 자연 상태와 달리 기쁨의 변용을 더 많이 이룰 수 있는 마주침들을 조직해야 한다. 기쁨 역시 슬픔과 마찬가지로 수동적 정념이긴 하나, 인식능력의 감소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게으르게 하는 슬픔과 달리 기쁨은 자기 정신에 대한 긍정을, 자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쁠 때 사물을 더 이해하려고 하지 슬플 때 더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법이다.”(309) 수동적 기쁨으로 만들어진 이와 같은 기반 조건에서 적합한 인식의 능동적 기쁨, 즉 자신의 활동을 적합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인식과 변용의 기회가 자라난다. (발제문 중)

 

 

  또한 스피노자는 이러한 전환에 있어 ‘공통성’의 형성과 ‘공통개념’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수동에서 능동으로 향하는 길을 좀 더 살펴보자면, 우선 정념은 “우리가 그 감정을 원인에 의해 파악하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관념이며, 따라서 그것을 원인과 적합하게 연결할 수 있다면 정념은 수동성의 힘을 잃고 우리는 정념의 예속에서 벗어난다. 원인과 필연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것은 오직 신체를 경유해서만 - 우리 신체를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공통 개념”(325)으로 가능하다. 결국 스피노자는 우리의 관념과 정념이 우리 신체의 변용만을 관념으로 표현할 때 그것이 부적합하고 수동적인 정념이 됨을 경계하면서도, 동시에 신체를 통해서 다른 신체와의 공통성을 형성하는 능력이 본성의 일치를 이루며 우리를 이성 상태로 이끈다고 본다. “본성의 일치, 즉 두 신체에 공통항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관념, 그것이 바로 공통 개념이다.”(327)

 

 

  그리하여 세미나 후반부에서는 공동체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피노자가 말하는 이러한 공통성의 형성과 이성 상태로 향하는 공동체는 우리 현실에서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소규모 공동체라면 몰라도 국가 같은 대규모 공동체 그리고 제도정치의 영역에서 이런 기획이 가능할까? 특히 스피노자는 이 기획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가장 구체적인 차원에서의 마주침의 경험들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런 것이 현재의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가능할까?
  아무튼 그 외에도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던 두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스피노자의 윤리학을 일부나마 함께 이해하면서 첫 번째 시간에 개략적으로 살폈던 정동정치 개념과 많은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었고, 앞으로의 심화 주제들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다음 시간부터는 브라이언 마수미와 함께 더욱 본격적으로 정동의 개념을 파고듭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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