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다강학원 S4> 1회차 후기

고은
2021-08-20 21:45
249

 

 

  <길드다 강학원>이 재개강했습니다. 작년말에 끝나고 8월에 다시 열었으니 아주 오랜만이죠.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정동'입니다. 정동이 낯선 단어이기 때문일까요? 신청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저, 명식, 머리 짧은 지원, 머리 긴 지원이 함께하구요 또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 재영, 저의 친구인 채영, 길드다의 친구 삼불파에서 찬이 함께합니다. 사람은 적지만 가깝고도 멀었던 친구들이 함께 하게 되어서 아주 든든한 마음이 들어요. 

 

 

 

 

1. 정동과 감정

 

  이 낯설고 아리송한 단어인 '정동'에 접근하기 위해 첫 시간에는 함께 논문 하나를 읽었습니다. 김지영이 쓴 <오늘날의 정동 이론>이라는 논문이에요. 우선 저자는 정동affect과 감정emotion을 구분합니다.

 

감정emotion 정동affect
개인적인 측면에서 문화적으로 약호화된 방식으로 언어나 몸짓으로 나타내는 표현.

개인적인 차원 이전의 단계.

전개인적인 단계에서의 감정과 느낌.

전통적 서구의 인식론 인식론적 존재론적 용어

정신-신체 이분법

;정신이 우위를 차지함

정신-신체 이분법 해체

; 정신이 몸의 영향권 안에 있음

몸=정신 인식의 대상 몸=실재하는 존재로 위상을 가짐
  잠재성과 가능성. 미래로 열림.

 

  제가 이해하기로 감정은 한 사회문화 안에서 개인-인간이 갖는 것이라면, 정동은 개인-인간을 넘어선 존재의 차원에서의 접근인 것 같아요. 감정과는 다른 정동에 대한 설명은 뒤이어 나오는 심리학과 철학의 맥락에서 보면 더 잘 보입니다. 특히 스피노자의 정동에 대한 접근이 감정과 정동을 구분하기에 아주 유용한듯 합니다. 스피노자는 "신체의 활동 능력을 증대시키거나 감소시키고, 추진하거나 저해하는 신체의 변용인 동시에 그러한 변용의 관념으로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정동이란 감정의 범주라기보단 능력의 증감인 것이지요. 비단 인간뿐 아니라 어떤 존재들이 영향을 주고 받음에 따라서 능력이 증가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하잖아요. 그에 대한 통찰이 바로 정동에 대한 통찰인 것 같습니다. 떄문에 정동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 인간을 넘어선 신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음, 즉 관계에 대한 사유로 이어질수밖에 없어요.

 

 

 

 

2. 현실태가 아닌 잠재성

 

  한가지 더 재미있었던 부분은 이 논문 가장 앞부분에서 정동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거든요. "정동은 '느낌'과 '삶'과 '체험'의 용어" 그런데 정동이 이 세계에, 그리고 우리의 사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설명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정동에의 전회는 무엇보다 정동의 잠재성을 다시 복원하는 것, 현실태 속에서 잠재성을 불어넣는 것, 그럼으로써 변화의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다." 삶과 체험이라 하면 마치 이 현실에 대한 이야기일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내가 지금 느끼는 것, 내가 지금 체험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말이에요. 그런데 정동은 삶과 체험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잠재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우리가 실제로 삶 속에서 체험하는 모든 것을 곧바로 정동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지각하는 것은 변용들, 즉 현실화된 변용의 상태들"이기 때문이죠. 이런 현실화된 변용의 상태들을 만나는 순간, 즉 "변용된 상태에 집중하는 순간, 전체적인 정동의 잠재성은 현실화 속에서 사라지고 사람들은 변용의 상태들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현실적이라는 말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떤 사건을 겪고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어"라거나 "이게 바로 현실적인거야"라고 말하게 되는 상황을 이해하기가 조금 어렵다고 해야하나요... 우리가 말하는 현실이란 무엇일까 함께 고민해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절단한, '현재'의 일정한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 정동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흠.. 그렇담 잠재성으로서의 정동을 보며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좀 궁금해집니다. 저는 아무래도 이것을 이번 세미나의 개인 주제로 삼고 싶어요. 잠재성, 잠재성으로서의 시간성에 대한 궁금증이 저에게 항상 있어왔거든요.

 

 

 

 

3. 정동, 조각보, 디스코타임

 

  이 논문은201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정동 이론 국제 학술대회를 계기로 쓰여졌어요. 논문을 읽으며 학술제보단 페스티벌에 더 가까워보이는 이 학술대회가 얼마나 재밌어 보였는지 몰라요. 정동이 무엇인지 학술적으로 이해하기 전에, 정동이 가진 힘이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설명이었습니다. 

 

  "정동에 관한 250여개의 발표문들이 벌인 경연장에서 정동은 서서히 그 모습을 갖추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어떤 커다란 그림이 아니라 무수한 작은 그림들의 집합체라고 할 조각보 이불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표 주제의 나열보다는 발표장의 분위기를 보는 것이 정동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할 것이다. 세번째 날 열린 총 세미나에서 (...) 발표자들의 진지한 발표 이후에 (...) "신체의 능력은 집단적으로 수행된다"면서 디스코타임을 만들어 청중을 초대하였다. (...) 어쩌면 이러한 모습이 정동 이론이 나아가는 방향이 아닌가 싶다."

 

  <비학술적 학술제>도 이렇게 해보면 좋지 않을까? 길드다도 이렇게 운영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마구 솟아났습니다. 아니, 우선 우리 <길드다 강학원>부터 해보면 어떨까요? 함께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마지막에라도 가져봤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나의 피를 뜨겁게 달군, 이 정동 이론 국제 학술대회의 모토를 적으며 짧은 후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같이 역동적으로 몸(?)을 움직여 보아요!!

 

  "Wording, Tensions, Futures"

 

 

 

 

 

 

 

 

 

 

 

댓글 2
  • 2021-08-21 07:39

    재빵이도 보이네유...ㅋㅋㅋ

    재빵아, 반갑다^^

  • 2021-08-22 09:36

    적어준 것처럼 '현실태 속에 잠재성을 불어넣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염두에 두면서 읽어 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 정동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개념을 통해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는가....무얼 하고 싶은가를 생각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후기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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