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예술> 여름학기 6회차 후기 : 오해 없이 사는 건 가능할까?

고은동은
2021-06-25 14:49
287

 

1교시 <한문이 예(禮)술> - 한문은 관계의 기술! (고은)

 

마지막 수업에서 다루고 싶어 가장 끝으로 미뤄두었던 감각은 ‘살피고 포착하는 감각’이었다. <사자소학>에는 자신이 본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다시 생각해보도록 돕는 문장들이 많다. 생활 양식과 가까운 관계에 대해 규범을 제시하는 책인데, 스스로의 감각에 대해 다시 질문하도록 하는 문장이 들어있다는 것은 내게 꽤 흥미로워 보였다. 동양고전의 규범은 아무리 엄격해 보일지라도 항상 성찰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성찰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질문하고 스스로에게 반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視必思明 聽必思聰

볼 때는 반드시 명확하게 보려 하고

들을 때는 반드시 분명하게 들으려 하라

 

간단명료하게 明과 聰이라는 한 단어로 모든 것을 말하고 있는 이 문장은 얼핏 쉬워보이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명확하게 본다는 건 어떤 걸까? 분명하게 듣는 건 또 어떤 걸까? 해와 달이 아무리 밝게 비추더라도(明) 그림자는 지기 마련이다. 귀를 아무리 부지런히 움직여도(聰) 놓치는 소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림자를 보지 못하고 소리를 놓칠 때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세상과 소통하는 데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분명 책상을 치웠는데 청소하지 않았다며 부모님에게 혼이 나기도 하고, 귀에 대고 속삭였는데도 상대방이 듣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고 했다. 우리가 얼마나 자주 오해를 사는지, 얼마나 오해를 하는지 이야기하다 보니 수업이 끝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과연 상황을, 서로를 오해하지 않고 소통할 수 있을까? 어쩌면 <사자소학>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명확하게 보는 것과 분명하게 듣는 일은 불가능한 게 아닐까?

 

수업 중에 내가 친구들을 오해하면 어떡하냐는 질문을 했더니 한 터프한 친구가 “짜증이 나죠”라고 대답했다. 짜증이 난다던 친구의 말에 괜히 오해가 생길만한 상황을 만들어 연출했더니, 모두가 꺄르륵 하고 웃었다. 사실 오해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 동안 친구들은 얼굴에 장난기를 동반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오해는 문제적인 상황을 만들지만, 문제적인 상황이라고 해서 꼭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친구들은 오해가 있어야 부모님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친구의 숨결에 간지러워 웃음을 터뜨리고, 선생님에게 짜증이나 투정도 부릴 수 있다.

처음 전달하려고 했던 말과 오해로 인해 발생한 예기치 못한 갈등·간지러움·투정 중 무엇이 그 관계에 더 필요한 일이었을지는 알 수 없다. 문득 오해 없이 사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내가 원하지도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명확하게 보고 분명하게 듣는다는 것은 내가 보고 듣지 못할 것이 있으리라는 것을 생각(思)하는 일은 아닐까? 어떤 경우에도 보지 못한 그림자나 스쳐지나간 소리가 있을 수 있음을, 그래서 발생하게 되는 오해가 갑작스레 삶에 끼어들 수 있음을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닐까?

 

 

2교시 <한문이 예(藝)술> - 한문을 예술로!

 

 

지난 시간에는 일주일 동안 친구들을 괴롭힌(?) 숙제가 있었습니다. 다들 각양각색의 사진들을 찍어주었어요. 탄천, 집안의 다양한 물건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 길가의 강아지들... 오늘은 자기가 찍은 사진에 제목을 붙여보고, 친구들이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함께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몇 가지 흥미로웠던 사진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여름학기의 두 선우 중에서 형아인 4선우의 사진입니다. 분명 시간인데 모든 숫자들이 와르르 쏟아져 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는 두개의 막대만으로 시간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시계는 항상 벽에 걸려 있으니 평소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데 선우의 눈에 이 특이한 시계가 콕 박혔나 봐요^^

 

 

 

 

 

필통 하나만 완전 집중!! 탐구했던 아현이의 사진입니다. 사진의 정체는 아현이의 고양이 필통이에요. 친구들이 필통을 보고 저게 토끼냐, 고양이냐 약간의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이 사진의 포인트는 아현이가 어떻게 필통에 귀를 달았을까? 궁금해하는 시선이 담겨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어렸을때 서랍장이 어떻게 만들어진건지 궁금해서 집안의 서랍이란 서랍은 모두 열어보고 다녔던 적이 있었어요. 이 물건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아마도 관찰의 첫번째 시선이 아닐까요?

 

 

 

 

 

다음은 태현이의 사진입니다. 태현이도 그렇고 은수도 주변을 산책하다가 찍은 사진들이 많았는데요, 태현이는 이 새가 한쪽 발을 들고 있는 것이 신기해서 찍었다고 합니다. 친구들 중 누가 새가 앞으로 갈지, 뒤로 갈지 고민 중이라는 말을 했었는데 정말 상상력이 느껴지는 의견이었어요. 새가 한쪽 다리를 드는 이유는 추운 겨울에는 체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주로 발가락을 오므리는 형태로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새들이 평지에 서 있을 때는 발에 있는 힘줄 작용때문에 한쪽 다리를 들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생각보다도 다리의 피로를 덜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반전!!) 주변을 살펴보는 일은 여러가지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율이의 사진입니다. 이 사진에서 쩌어어기 쌍떡잎이 삐죽 솟은 화분이 하율이가 직접 심은 아보카도라고 해요. 하율이네 마당에는 정말 많은 화분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제일 독특한 화분인 것 같네요. 하율이네 마당은 하율이가 제일 많이 놀고 활동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마당의 다양한 뷰를 찍어주었어요. 사진 속에서 마당에 대한 하율이의 애정이 느껴집니다.

 

사진은 결국 나의 시선을 담기 마련입니다. 요즘처럼 카메라를 빠르고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된 뒤에는 사진을 찍는 일이 거의 일상이죠. 이번 숙제를 통해서 친구들이 내 주변을 다시 한 번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했습니다. 매일 보던 풍경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경험 말이에요. 숙제를 볼땐 갸우뚱하기도 했는데, 왜 이 사진을 찍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들 모두 잘 해낸 것 같습니다 ^^

 

활동을 마무리하며 친구들이 찍은 사진 중에서 기억에 남는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저마다 얘기하는 사진이 모두 달랐습니다. 누군가는 풀숲에 있던 고양이가 재미있었고, 누구는 오리가족이 좋았고, 누구는 친구의 동생을 처음 봐서 기억에 남았다고도 했죠.

이마저도 각자의 시선이 모두 다른 듯 하네요^^

 

다음 시간에는 친구들이 찍은 사진을 활용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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