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예술> 여름학기 5회차 후기 : 관찰, 넓고 세밀하게 살피는 방법

동은
2021-06-18 03:39
268

 

 

1교시 <한문이 예(禮)술> - 한문은 관계의 기술!

 

여름학기 마지막 강의 시간입니다. 

 

은쌤과 배우는 한문은 한자를 배우고, 다양한 용례를 들어보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주제를 다양하 저희가 배우는 주제를 여러 관점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고은쌤은 "살피고 포착하는 일"로 제목을 짓고 이와 관련된 문장들을 선정해 왔어요.

 

 

視必思明 聽必思聰
시필사명 청필사총

볼 때는 반드시 명확하게 보려고 하고

들을 때는 반드시 분명하게 들으려 하라

 

德業相勸 過失相規
덕업상권 과실상규

좋은 일은 서로 권하고

잘못한 일은 서로 바로잡아라

 

疑必思問 忿必思難

의필사문 분필사난  

의심나는 것은 반드시 물으려 하고

화가 날 때에는 어려운 일이 닥칠 것을 생각하라

 

 

이제는 익숙하게 수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칠판에 쓰여있는 한자들을 보면서 맞춰 보기 시작합니다. 가끔은 이미 배웠던 문장이 하나씩 겹치는데 이전 시즌에 배웠던 문장을 기억해서 맞추기도 하죠. 아이들이어서 배우는게 정말 빠른 것 같아요.

 

고은쌤과의 수업에선 한문을 직접 해보는 것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한 자, 한 자, 그대로 대응해서 해석하더보면 그대로 해석되지만 그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의미를 생각해보는 일은 또 다르답니다. 예를 들면 이 날은 찬결이가 도저히 "의필사문"이 이해되지 않아서 힘들어 했습니다. 의심이 드는 건 직접 확인을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이에요. 이럴 때면 확인하는 일과 물어보는 일이 얼마나 비슷한지, 무엇이 다른 것 같은지를 물어봅니다. 확인하는 일은 물어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이런 식으로 일의 순서를 확인해보게 되는 겁니다. 단순히 같은 말이지~로 퉁칠수도 있지만 약간의 섬세함의 차이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친구들에게 해석을 직접 해보라고 하면 정말 잘합니다. 하지만 시작할땐 "선생님 너무 어려워요~" "저 조는 쉬운거 해요~" 이렇게 엄살을 부리곤 합니다. 물론 결과를 보면 교제와 판박이인 경우도 많죠. 친구들이 잘 하긴 하지만 분명 한문을 해석해낸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나저나 서로 다른 문장들이 어떻게 "살피고 포착하는 일"로 이어질 수 있는 걸까요? 다음 수업에서 글쓰기를 통해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교시 <한문이 예(藝)술> - 한문을 예술로!

 

두 번째 시간입니다. 논어에는 이런 문장이 있어요. 지난 시간 청각을 통해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시각 또한 소통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누군가가 나의 말에 반응하는지를 알려면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가장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은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으로도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 소통했을까요?

 

계속해서 고대 사람들의 종교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대 사람들에게 제사의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랍니다. 왜냐하면 제사를 지내는 일이 다른 부족, 나라와 전쟁을 벌이는 것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이에요.

 

지난 시간에 물을 문問에 나라의 큰 일을 조상신에게 전달하는 문화가 담겨있다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런 문화가 있는 이유는 고대 사람들이 나라의 큰 일을 조상에게 고하고, 이에 대한 보호를 받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식을 치루는 일은 부족끼리 직접 싸우는 전쟁보다도 중요한 일이었어요. 왜냐하면 전쟁은 사람들과 직접 하는 물리적인 전투였지만 제사는 그런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밤이나, 낮이나, 전쟁일때나, 그러지 않을 때나 항상 이루어져야 하는 특별한 형태가 없는 전투였기 때문입니다. 제사는 조상의 힘을 빌어서 다른 종족과 싸우거나 해를 당하지 않도록 자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제사와 전쟁 모두 둘 다 안전을 바란다는 점에서 같은 역할을 한 셈이지만 제사에 들이는 정성이 더 클 수밖에 없었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왜 그렇게 제사를 중요하게 여겼는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정성을 다해 바친 재물이나 의식에 대한 신의 응답이었어요. 무엇이 신의 응답일까? 사람들은 신의 응답을 알아차리기 위해 주변을 아주 상세하게 살피게 됩니다. 볼 시(視)는 제단을 본 딴 글자인 보일 시(示)와 볼 견(見)이 합쳐진 글자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의 응답을 알아차리긴 너무 힘들었죠.

 

 

 

그 반응들이란 명확히 알아보기 힘든 것들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제사를 드리다가 바람 없는 날에 난데없이 바람이 불어 촛불이 꺼진다든지, 뒤에 펼쳐놓은 장이 쓰러진다던가, 구름이 없는데 비가 내린다거나, 혹은 비도 오지 않았는데 무지개가 보인다 던가 하는 일들이 그랬죠. 눈으로 분명 기이하고 특이한 일들은 벌어지는데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헷갈리는 경우들이었죠. 그러면서 점점 단순히 눈으로 어떤 현상이 보이는 일이 전부가 아니라, 그 일의 해석이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볼 시視에는 단순히 [본다]는 의미 도 있지만 [~로 여기다], 그리고 [간주하다]라는 의미도 담겨있어요. 점점 눈으로 보는 일들에 대해서 여러 가정을 세우고 해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이후로 사람들은 더 다양한 해석을 위해 대상을, 현상을 더 세밀히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든 신들의 응답을 알아야 했으니까요. 그러면서 자신이 본 것을 더 자세히, 더 다양하게 생각하고 바라보는 글자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관, 찰입니다 觀察은 긴 목을 가진 황새가 넓게 나무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폭넓게 살피고, 제사에 빠진 것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는 일처럼 주변을 살폈던 겁니다. 하지만 살피는 방법은 저마다 다 다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현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것에 질문을 던지고 궁금한 것을 더하는 일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친구들에게 주변을 잘 살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특별히 숙제가 있었어요.

바로 내 주변의 10가지를 관찰해서 사진을 찍어오는 겁니다. 관찰한 대상을 찍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은 이유들이 다 있어야 한답니다.

 

친구들이 어떤 사진을 찍어올지 기대가 되네요 ^^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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