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예술> 여름학기 4회차 후기

고은
2021-06-11 14:13
270

 

 

 

1교시 <한문이 예(禮)술> - 한문은 관계의 기술!

 

 

  짝수 회차에는 1교시에는 저번시간에 배웠던 사자소학을 복습하고,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삶으로 가져와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저번시간에 배웠던 한문들은 '성찰하고 절제하는 감각'에 대한 것이었어요. 어딜가나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것들이 넘쳐나는 오늘날, 성찰과 절제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

 

  우선은 저번시간에 배웠던 한문들을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자의 모양과 문장의 의미를 보고 음을 맞춰보았어요.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시간을 가지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느새 친구들 입에서 한자들이 막 튀어나오곤 합니다. 정말 '막' 튀어나와요. 의식하기도 전에 입이 움직여버리는 탓에 가끔 친구들은 알맞게 말하고도 화들짝 놀라곤 했습니다.

 

  서로 서로 도와가며 한자의 음을 완성한 뒤에는 몇 번 문장을 낭송 해보았습니다. 낭송을 게임처럼 하기 위해서 "양말을 신은 사람", "책상 위에 필통이 있는 사람"처럼 그룹을 지어서 부르고 있었는데 어쩌다 남자친구들만 앉은 조가 걸리게 되었습니다. 저번 시즌에는 조를 임의로 짰었다면, 이번 시간에는 앉고 싶은대로 앉을 수 있게 했어요. 그랬더니 요즘 남자친구들끼리 한 조를 이루어 앉곤 합니다. 그런데 그 조가 어찌나 힘이 없는 목소리를 내던지.. 다른 조에 앉아 그날따라 더욱 기운이 없었던 찬결이에게 모범예시를 보여달라 했더니 그보다 더 힘없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다들 한바탕 꺄르륵 웃고는, 그 웃은 힘으로 힘차게 낭송을 마무리 지었답니다. 기운없음+기운없음이 오히려 유쾌+생기넘침으로 변하는 미묘한 순간이었습니다.

 

  낭송을 마친 뒤에는 수필을 쓰는 시간을 가졌어요. 평소 일상에서 성찰하고 절제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어떤 멋진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을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답니다. 이번에는 시간이 약간 모자라서 발표는 하지 못하고 옆의 친구와 글을 서로 바꿔서 읽었어요. 일기가 아닌 독자를 상정해두고 쓰는 글쓰기는 어떤 것일지, 작가가 된다는 건 어떤 것일지, 나의 이야기를 돌아보고 드러낸다는 건 어떤 것일지 친구들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교시 <한문이 예(藝)술> - 한문을 예술로!

 

 

  짝수회차 2교시에는 저번 시간에 배운 듣는 감각을 활용해 만들기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저번 시간 학습지에 썼던 소리들을 발표했어요. 어떤 소리는 어떤 때에 들리고,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말입니다. 우리 생활 곳곳에는 신호들이 있어요. 신호에 따라 하게 되는 행위가 다 다릅니다. 동은쌤은 더불어 소리를 듣고 그 소리로 어떤 과정을 거쳐 반응 하게 되는지 짚어주었어요. 소리는 입(혹은 소리를 내는 무언가)에서 나와서, 귀로 들어가고,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언어는 단순히 말 그 자체일뿐만 아니라 행동 같은 비언어적 표현도 모두 언어-소통의 일부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이날은 실 악기를 만들었습니다. 아주 간단한 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두꺼운 종이에 나무젓가락을 올리고, 나무젓가락 사이의 간격과 그 위에 걸치는 고무줄의 두께로 소리의 높낮이 혹은 소리의 두께를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재료는 간단했지만, 간단한 재료로 다양한 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 만드는 과정에서 친구들의 세밀한 조정을 요구하는 듯 보였습니다.

 

  뒷면에는 이렇게 멋지게 자기만의 악기 판을 만들어봅니다. 악기 소리가 잘 나려면 고무줄이 어디에 위치하면 좋을지, 얼마만큼의 간격을 유지하면 좋을지 계속 실험해보며 수정해야 합니다. 고무줄이 비교적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되어있다보니 친구들이 감옥 같다고 하더라구요 ^^.. 

 

 

 

  앞 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우리가 배웠던 한자 '音'이 쓰여있는 이 악기는 고무줄을 튕기면서 소리를 냅니다. 아무래도 줄을 튕기며 연주하는 악기를 다룬 경험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소리를 내기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친구들은 나름 자기만의 방식을 터득해갔습니다.

 

 

 

  이 악기로 우리가 평소 듣는 소리를 내보자는 게 동은쌤의 취지였고 또 마지막에 각자 발표하기도 해보았으나.. 고무줄로 음정 조절이 가능한 이 악기로 친구들은 연주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찬결이의 <비행기> 한곡 듣고 가시죠. 자막도 있습니다. 

 

 

 

 

 

 

  여름학기 수업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저와 동은쌤은 요즘 두 가지 수업 준비에 푹 빠져서 아주 즐겁게 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7월달에 열릴 당일치기 여름캠프입니다. 이번 캠프에서 저와 동은쌤은 수업을 달고 신선으로 변신할 예정이랍니다. 또 하나는 2주 뒤에 하게 되는 이번 시즌의 마지막 수업이랍니다. 마지막 수업 시간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할 일이 많아 오늘도 회의를 하고 왔습니다. 준비 과정을 살짝 공개합니다. 친구들이 마지막 시간에 무엇을 들고 집에 갈지는 2주 뒤에 직접 확인해주세요 ^^

 

 

 

 

 

댓글 1
  • 2021-06-13 05:59

    매주 선생님들의 열정이 묻어나는 수업 아이들 뿐 아니라 저도 이야기 들으며 즐겁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남은 여름 수업, 가을 겨울학기까지 기대됩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553
[사회학 세미나] 『언어와 상징권력』3회차 후기 (2)
우현 | 2024.04.15 | 조회 26
우현 2024.04.15 26
552
[사회학 세미나] 『언어와 상징권력』3회차 자료 (2)
우현 | 2024.04.08 | 조회 30
우현 2024.04.08 30
551
<사회학 세미나>『언어와 상징권력』2회차 후기- 말발과 눈치 그리고 은어 (1)
라겸 | 2024.04.03 | 조회 50
라겸 2024.04.03 50
550
[사회학 세미나] 『언어와 상징권력』2회차 자료 (3)
우현 | 2024.03.25 | 조회 53
우현 2024.03.25 53
549
[사회학 세미나] 『언어와 상징권력』1회차 후기 (3)
우현 | 2024.03.19 | 조회 86
우현 2024.03.19 86
548
[사회학 세미나] 『언어와 상징권력』1회차 자료 (2)
우현 | 2024.03.18 | 조회 89
우현 2024.03.18 89
547
[월간-한문이 예술 모집] 세상을 이루는 여덟가지 기운들 (3월-11월)
동은 | 2024.02.29 | 조회 213
동은 2024.02.29 213
546
[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6회차 후기 (1)
우현 | 2024.02.13 | 조회 103
우현 2024.02.13 103
545
[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6회차 자료
우현 | 2024.02.13 | 조회 96
우현 2024.02.13 96
544
[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5회차 후기 (1)
우현 | 2024.02.08 | 조회 102
우현 2024.02.08 102
543
한문이 예술 겨울캠프 <형설지공> 후기!! (4)
동은 | 2024.02.08 | 조회 124
동은 2024.02.08 124
542
[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5회차 자료
우현 | 2024.02.05 | 조회 94
우현 2024.02.05 94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