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예술> 여름학기 3회차 후기: 귀는 이미 열려있는데, 귀를 열어보라고?

동은
2021-06-04 10:59
85

<한문이 예술> 세 번째 시간입니다! 벌써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1교시 <한문이 예(禮)술> - 한문은 관계의 기술!

 

이번 시즌은 지난 학기를 들었던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점점 수업방식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새로 만난 친구들도 기존 친구들이 익숙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서인지 빠르게 동화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수업 참여도가 정말 좋았거든요 ^^;;

 

 

見善從之知過必改

(견선종지지과필개)

친구의 장점을 보면 따르고 나의 단점을 알면 반드시 고쳐라

 

行勿慢步 坐勿倚身

(행물만보 좌물의신)

걸을 때 흐느적거리지 말고, 앉을 때 몸을 기대지 마라.

 

作事謀始 出言顧行

(작사모시 출언고행)

일을 시작할 때는 신중히 하고, 말을 할 때는 행동을 돌아보아라

 

 

홀수 시간에는 설명에 해당하는 강의를 진행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 시간에는 사자소학의 문장에 들어가는 한자들의 의미와 음을 함께 맞추고 알아가는 시간이에요. 한자들의 갯수는 정말 셀 수 없이 많다는 건 알고 계실겁니다. 하지만 결국 언어고 문자다보니 그 사용 빈도가 높은 것은 따로 있죠. 사자소학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면 見, 行 出, 作같은 단어들은 정말 많이 쓰이는 문자입니다. 오죽하면 한자로 변환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문자들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에 비해서 慢, 謨, 顧 같은 문자들은 비교적 적게 쓰일 뿐만 아니라 특유의 의미를 담은 문자입니다. (지나간 것을 의미하는 過와 지나간 것을 반추하고 돌이켜보는 顧은 어떻게 보면 서로 비슷하지만 섬세한 차이가 제가 생각하는 한자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자의 음과 훈을 맞춰 볼 땐 아이들이 자주 들었던 단어들을 말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자주 쓰이는 한자는 다양하고 많은 예시들이 나오지만 그렇지 않은 한자에는 조금 주춤하게 되죠. 그런데 이 날은 그런 구분 할 것 없이 아이들이 한가득 단어들을 쏟아냈습니다. 見의 의미를 듣고 발견, 의견, 견학, 편견을 이야기하고, 出을 보고서는 출구, 출근, 외출, 일출, 출고, 출가를 찾아내곤 慢의 의미를 듣고서는 자만, 거만, 교만이라는 어려운(!!) 단어까지 떠올렸습니다. 아무래도 한자가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평소에 사용하거나 들어온 말들을 돌이켜보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당연히 수업을 준비할 때 예시 단어들을 준비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준비한 단어보다 더 넘치게 친구들의 참여가 돋보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시간 가는 줄 몰랐는지 1교시가 예정된 시간이 훌쩍 넘어버렸어요. 아래는 수업이 끝나고 가득가득 찬 칠판 사진이랍니다.

 

 

 

 

 

 

 

 

2교시 <한문이 예(藝)술> - 한문을 예술로!

 

 

지난 시간에 감각이 무엇인지, 그 중에서도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감각은 무엇을 느끼는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귀로 소리를 느끼는 감각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소리는 소리 음音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音은 말씀 언言과 함께 만들어진 문자입니다. 입에서 나오는 것은 소통하기 위해 하는 말 뿐만 아니라 높낮이와 박자가 있는 음율이 있기 때문이죠.

 

 

그럼 소리는 어디로 들어갈까요? 당연히 소리를 듣는 귀일 거에요. 들어오고 나오는 것을 보고 옛날 사람들은 마치 우리가 들어갔다 나오는 문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문과 입이 합쳐진 글자로 표현했거든요. 물을 문(問)이 바로 그 한자입니다. 그런데 아까 말했듯이 입에서 나오면 귀로 들어간다고 했어요. 하지만 소리는 이렇게 한 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따로 있을 거에요.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냥 말만 하고 싶어할겁니다. 우리는 보통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싶잖아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일입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듣는 귀에도 문을 달아주었습니다. 바로 들을 문(聞)이죠.

 

 

우리가 하는 말에는 모두 어떤 목적과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엄마의 잔소리, 형제의 부탁, 친구의 한탄 모두 어떤 의도가 담겨있죠. 그런데 이런 의도는 그저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나오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는 곳이 있어야 하죠. 우리가 잘 들어야 하는 이유일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입과 귀에 들어오고 나가는 문을 의미하는 門을 달아 둔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문은 들어오고 나오는 것이 모두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입에서 나온 소리는 일방적으로만 귀에 들어가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입에는 입술이라는 문이 있으니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는데 왜 귀에 문을 달아놓은 걸까요?

 

 

우리는 흔히 귀가 항상 열려 있기 때문에 항상 모든 것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도 우리는 우리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하는 말보다 친구들끼리 몰래 떠드는 말이 더 귀에 잘 들리는 것처럼 내가 어디에 귀를 활짝 열고 듣고 있는지 모두 다르답니다. 옛날 사람들은 듣는 일도 마치 문을 열어서 준비를 하는 것처럼 귀기울여 들을 준비를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 한것 아닐까요? 아마도 보이지 않는 문을 열려고 하니 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제대로 듣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하는지, 말이 담은 의미와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정말 잘 듣는 일이 중요하답니다.

 

 

그리고 옛날 사람들은 들을 청聽을 통해서 잘 듣는 방법을 남겨놓았습니다. 지금의 서로 다른 의미의 한자가 결합되어 있는 것과 달리 聽이 고대에 쓰였던 갑골문은 귀 하나에 입이 두개가 결합된 모양이었거든요. 자고로 듣는다면 귀 하나의 두 개의 입소리를 담아야 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ㅋㅋ

 

귀가 항상 열려있어도 듣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 사람들은 잘 듣는 사람을 지혜를 가진 성인으로 여겼습니다. 성인 성聖은 귀와 입을 도드라지게 표현한 사람의 모양입니다. 고대에는 동물의 발자국 소리, 어떤 물건이 부딪치거나 하는 소리를 듣고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았을 겁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땐 무기를 들고 걸어오는 소리를 듣고 쳐들어 오는 것을 알고, 새가 우는 것을 보고 어디에 동물이 죽어있는지 알았을 수도 잇습니다. 이런 일들은 시력이 아무리 좋아도 눈으로 알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을 겁니다. 언어만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소리를 통해 환경과 소통하는 것이죠. 아마도 그 시대의 성인이란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입으로 번역해주는, 그런 사람을 표현한 문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주변에서 어떤 소리를 듣는지 찾아보며 수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많은 한자들을 다룬 것 같네요. 친구들에게 잘 전달되었길 바라봅니다 ^-T 내가 들은 소리로 신호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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