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예술> 봄학기 4회차 후기: 비가 오는 날 한문수업

고은
2021-04-08 13:14
514

 

 

어떻게 토요일마다 비가 계속 내리는 걸까요?

여느때보다 더 축축해진 공기 탓인지, 4번째 만남에 긴장이 풀어진 탓인지 약간 어수선한 상태로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1교시 <한문이 예(禮)술> - 한문은 관계의 기술!

 

가장 먼저 저번시간에 배웠던 문장들을 복습해보았어요. 칠판에 한자를 써놓고 무슨 문장이었는지 맞추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주일 전에 배운 문장이었지만, 확실히 직접 문장을 해석해본 경험이 있었던 터라 금방금방 문제를 맞출 수 있었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자신이 담당한 문장이 아닌 다른 문장까지 맞추기도 했지요.

 

그 뒤로는 한자를 맞추고 외우느라 바빠서 살피지 못했던 문장의 뜻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 배운 3문장을 포괄하고 있는 주제는 '단점은 나쁠까? 나쁘지 않을까?'였습니다.

 

대개 '단점'이라고 하면 뚜렷한 이유 없이 '나쁜 것이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때문에 단점은 누군가를 차별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하고, 스스로의 자존감을 깎아먹는 골칫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자소학>을 통해  옛 사람들은 단점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1) 近朱者赤 近墨者黑 근묵자흑 근주자적

: 먹을 가까이 하는 자는 검어지고, 붉은 물감을 가까이하는 자는 붉어진다.

2) 面責我過 剛直之人 면찬아과 강직지인

: 내 앞에서 나의 단점을 지적하면 강직한 사람이다.

3) 見善從之 知過必改  견선종지 지과필개

: 친구의 장점을 보면 따르고 나의 단점을 알면 반드시 고쳐라.

 

첫번째 문장에 따르면 단점은 나쁜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 나쁘다는 것은 절대적 악惡이라기 보단, 다른 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나쁜 것입니다.

그러나 옛 사람들에게 단점은 꼭 나쁜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두번째 문장과 세번째 문장에 따르면 단점은 친구와 관계를 살펴볼 기회이자 나를 돌아볼 기회이기도 합니다.

 

친구들은 이 문장들을 다시 한번 살펴본 뒤 단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글을 써보았습니다.

이번엔 재미있게도 나쁘다, 나쁘지 않다, 나쁘기도 하고 나쁘지 않기도 하다는 입장의 수가 거의 같았습니다.

저번 시간에 한번 써봤기 때문인지^^, 글 자체도 훨씬 풍부해졌습니다. 

 

특히 구체적으로 쓰기 어려워하던 윤재는 단점이 나쁜 이유로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며, 

학교에서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매우 자세하게 덧붙였습니다.

아현이와 나연이는 거의 비슷한 이유로 단점은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해주었는데요.

오히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 더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발표해준 내용이 기억에 남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친구들이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떠올리기 힘들어한다는 점입니다.

다음 시즌에는 아예 에세이나 편지쓰기와 같이 자신의 이야기를 써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2교시 <한문이 예(藝)술> - 한문을 예술로!

 

친구들이 비가 와서 그런지.. 집중을 잘 하지 못해 쉬는 시간을 평소보다 길게 가져봤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이야기를 듣다보니 벌써 2교시 시작할 시간이 되었더군요.

 

동은쌤 수업시간에는 먼저 지난시간에 배운 生과 死 한자를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동은쌤의 한자 수업에서 제가 제일 재미있다고 느끼는 부분은 한자의 개념을 은유적으로 바라보는 부분입니다.

문자의 외형에 갇히지 않고, 그 안에 감추어진 통찰력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지요.

 

이번의 탄생과 죽음에 관한 한자 역시 그렇습니다. 세상 도처엔 정말 많은 탄생과 죽음이 있습니다.

우리가 한문이 예술 봄학기를 시작한 것도 탄생의 예시일 것입니다.

동은쌤은 생과 사에 대한 이미지를 더 떠올릴 수 있도록 돕고, 거기에서 또다른 은유인 색상을 찾도록 했습니다.

그럼으로써 나만의 생과 사의 은유-색을 만들어보는 것이지요.

 

각자의 색깔을 찾은 다음엔 수채화와 크레파스를 이용한 그림 기법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꺼운 종이에 크레파스로 한자를 쓰고, 그 위에 물을 넓게 펴바릅니다.

젖은 종이 위에 물감+물로 흠뻑 적신 붓을 가져다대면 물감이 아름답게 번져나갑니다.

한자가 써져있는 자리는 피해서 말이지요!

 

 

태현이는 과감하게 여러 색을 섞고, 붓을 이곳저곳 누비게 하며 이렇게 멋진 '생'을 완성시켰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에 친구들의 개성이 드러납니다. 어떤 친구들은 정확하게 구획을 나눠서 딱 반절씩만 칠하곤 했습니다.

 

 

또 이번 미술수업에서 재밌었던 건, 친구들이 생각하는 生과 死의 색깔이 모두 달랐다는 겁니다.

어떤 친구는 하얀색을 안쪽에, 검정색 바깥에 칠하여 死를 완성했는데요.

또 다른 친구는 새싹과 같은 연두색으로 글자를 쓰고 그 밖을 검은색으로 둘러 生을 완성했습니다.

 

 

이렇게 한군데에 모아놓고보니 걸작이더만요^^..

 

 

 

 

어느덧 2021년 첫시즌 수업이 절반을 지났습니다.

저는 조금씩 한자와 한문에, 글쓰기와 그림에, 또 서로에게 익숙해져가는 친구들을 보며 즐겁게 수업하고 있습니다.

다음시간엔 마지막 한문과 한자를 배우게 되겠네요! 

 

댓글 1
  • 2021-04-08 15:41

    와~ 말그대로 “한문이 예술”이 되는 과정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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