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예술> 가을학기 3회차 후기 : 새우튀김처럼 허리를 쭉 펴고 있자

고은
2020-12-04 23:25
82

 

 

1. 1교시 <한문이 예(禮)술> - 한문은 관계의 기술!

 

 

이번 가을시즌 <한문이 예술>은 2주차마다 주제가 바뀝니다.

지난 1,2주차 동안 1교시에서는 우리의 몸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우리 몸은 물리적인 차원에서 살펴보자면 부모님으로부터 온 것이고,

좀 더 멀리서 시간의 차원에서 살펴보자면 우리 몸은 과거의 존재들로부터 온 것이자 미래의 존재들에게로 이어져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우리의 몸이 단일 개체라고 여기고는 나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자소학>은 물리적인 차원에서 보나 시간의 차원에서 보나 우리는 수많은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다른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삶의 태도도 자연스럽게 바뀌기 마련입니다.

3주차부터는 <사자소학>에 드러난 옛 사람들의 삶의 태도를 살펴봅니다.

 

 

 

足容必重 手容必恭
발걸음은 반드시 신중히 하며 손은 반드시 공손히 하라.
目容必端 口容必止
눈빛은 반드시 단정하게 하며 입은 반드시 꼭 다물어라.
聲容必靜 頭容必直
말은 반드시 조용히 하며 머리는 반드시 꼿꼿이 하라.

 

3주차와 4주차에는 '구용(九容)'을 배웁니다.

삶이 무수히 많은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것임을 아는 인간은 평소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한자를 한 자 한 자 추측하고 익히다보면 어느새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종종 친구가 한자를 잘 모른다고 걱정하시는 학부모님도 계십니다만 수업에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습니다.

몸으로 감을 몇 주 익히고 제가 옆에서 조금 거들어주면 친구들은 문장 풀이를 정확하게 해냅니다.

 

그뿐 아닙니다. 저도 놀랄만한 해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한문 풀이가 재밌는 이유입니다.

"눈빛을 단정하게 하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눈알을 굴리지 않는 것이다", "눈을 부릅뜨지 않는 것이다", "눈을 자주 깜빡이지 않는 것이다"...

"말을 조용히 하라는 건 무슨 말일까?"

"소리를 높게 내지 않는 것이다", "우아웅앙.. 이런 이상한 소리를 입으로 내지 않는 것이다"...

"머리를 꼿꼿이 하라는 건 어떤 모습인걸까?"

"한자 바를 직 자가 마치 새우튀김을 바르게 세워 튀기는 모습과 같으니, 새우 튀김이 튀겨질 때처럼 허리를 쭉 피고 있으라는 말이다"...

 

 

 

함께 이런 저런 추측을 하며 해석해보고 난 뒤에는, 책을 통해서 보다 공식적인 표현법도 익힙니다.

 

친구들은 종종 재미있는 생각을 하는데도 그것을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경우 친구들이 최대한 자신의 언어와 감각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한 다음,

더 많은 친구들이 그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보다 보편적인 언어를 써서 한번 더 친구들의 이야기를 정리해줍니다.

함께 한문 해석을 했는데도 다시 한번 책을 통해 책에 쓰여있는 해석을 받아쓰도록 하는 건 바로 이러한 경우 때문입니다.

 

제가 풀어읽기는 했지만, 사실 정갈한 해석은 한문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거꾸로 보면 이 단점은 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식적인 언어 표현력을 길러줄 수 있다는 장점이 됩니다.

저와 함께 이야기 할 때는 최대한 상상력을 부풀려 놓고, 글을 받아 쓰면서는 표현력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 뒤에는 이번시간에 배운 6가지 모습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모습을 한두 개 꼽아보고,

지금 내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지 적용해볼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발걸음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문장을 고른 친구는 엄마 몰래 냉장고에 갈 때 자신의 모습과 같다고 하네요.

 

 

 

 

2. 2교시 <한문이 예(藝)술> - 한문을 예술로!

 

 

동은 선생님의 수업 역시 3회차에 들어 주제가 바뀌었습니다.

지난 회차까지는 사람 인 자에서 말미암은 큰 대 자와 작을 소 자를 배웠는데요.

이번 회차부터는 활 궁 자에서 말미암은 강할 강 자와 약할 약 자를 배우게 됩니다.

 

 

 

강할 강 자는 주로 '强'으로 많이 쓰이지만 이번 시간에는 같은 뜻이나 보다 그 의미가 더 잘 드러나는 '強'자를 배웠습니다.

강할 강 자를 둘로 쪼개어서 한 글자 한 글자 살펴보았습니다.

왼쪽의 한자는 손으로 강하게 활을 쥐는 모습을 뜻하고,

오른쪽의 한자는 벌레가 가진 가장 강한 힘인 턱 힘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동은 선생님은 강할 강 자의 원형을 풀어준 뒤, 강함의 의미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강하다며 힘겨루기 하는 사람들이, 겨루다 다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합니다.

강함만을 좇는 건 위험합니다. 오히려 우스운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고 배우며 자랐습니다.

사회는 나 자신도 강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힘으로 으스댈 수 있는 사회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는 강함이 무엇인지, 강함만을 추구하다보면 어떤 위험이 따를 수 있는지 질문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들은 자신이 강해지고 싶은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강함만을 좇다보면 빠질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배울 약할 약 자에서 조금 더 그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뭐하고 놀까요?

뜯어쓰는 종이색연필을 처음봤다며 신기해하는 친구들.. 

친구들은 오손도손 준비물로 종이색연필을 준비한 동은 선생님 동은 선생님 옆으로 모여듭니다.

이날 친구들은 오손도손 동은 선생님에게로 모여 종이색연필도 뜯는 법과(!?) 뜯어낸 종이로 별 접는 법는 법을 배웠습니다.

 

 

 

 

댓글 2
  • 2020-12-06 17:23

    강할 강자의 오른쪽 한자가 벌레의 턱 힘을 의미하는 줄 처음 알았네요. 벌레의 턱 힘이 그렇게 센 것도요. 단순한 암기가 아닌 한자의 의미를 파악하고 사회 현상이나 존재 의미와 연결하는 수업 방식이 정말 의미 있어 보입니다^^

  • 2020-12-13 06:13

    아는 사람들 있으면 막 광고 해주고 싶은 수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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