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RC] 마지막 시간(0830 오픈 세미나) 후기

승연
2020-08-30 22:24
366

우여곡절 끝에 오픈 세미나가 열렸다. 코로나가 급증하는 바람에 한 번의 오프라인 세미나가 취소되고, 다시 날짜를 선정하여 ZOOM으로 진행되었다. 온라인 세미나는 가능하지만 한계가 있다. 쉬는 시간에 떠들 수 없고, 소리가 잘 안들리기도 하고, 서로의 반응을 관찰하기 어려우며 무엇보다 세미나가 끝나고 항상 아쉬운 내가 하는 행동인 강연자님들께 따로 질문하는 것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스무명에서 서른명 남짓한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온라인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모두의 집중도가 높아 보였고, 서로를 '탐구하려는 자세'가 갖추어져 보였다.

 

발표는 김석영, 화원, 이정모경, 장길완 님의 순서로 이루어졌다. 석영님의 발제문을 미리 읽었을 때 나는 가장 공감이 많이 갔다. 페미니스트라고 자칭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과 거부감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말씀해주셨는데, 어느정도 감은 왔지만 뚜렷하게는 잘 전달이 되지 않았다. 나도 평소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왔지만 명확한 설명을 하고 있지 못하던 터라 그 이유에 대해 다시 질문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부족했다. 역시 온라인에서 손들고 질문하는 것은 오프라인에서보다 훨씬 어렵다.

 

두 성별의 세계를 뛰어넘어, 여성임을 뛰어넘고, n개의 성으로 이루어진 존재인 나. 석영님의 발제문 속 '어떻게 성적 즐거움을 누릴까? 어떻게 여성과 남성, 인간의 성을 뛰어넘는 수천 수만의 짝짓기의 세계로 나아갈까?' 라는 것이 '어떻게 여성이 될까?'라는 질문과는 분리되는 것이 맞다고 해 주신 부분이 참 인상깊었다. 아마도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다음에서 더 자세히 설명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석영님이 연재중이신 '다른 성욕의 탄생'은 다음 링크를 통해 볼 수 있다. 살짝 제목만 보았는데도 벌써부터 읽고 싶은 마음에 설레는 내용들이다. 섹슈얼리티에 무지하나 관심은 많아서 너무나 반갑다. http://mvq.co.kr/tag/%eb%8b%a4%eb%a5%b8-%ec%84%b1%ec%9a%95%ec%9d%98-%ed%83%84%ec%83%9d/

 

화원님은 동물, 환경과 모두 연결된 페미니즘 이야기를 하시며 노래 세 곡을 불러주셨다. 집중력에 한계가 오려던 참에(벌써..) 노래를 불러주시고,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마음도 정신도 몽글몽글해졌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하며 이를 노래로 쓰고 부르고 사람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또 다른 세계였다. 정말 신선하고 행복하고,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은 시간이었다. 화원님의 가사는 상처받은 사람들을 공감하게 해준다. 담담히 그냥 그게 나이고, 그럼에도 지금의 자리에서도 계속 이어나가보자는 내용이 나를 위로해주기도하고 또 다른 용기도 준다. 가사도 그렇지만 화원님의 담백하고 맑은 목소리 덕분이 아니었을까. 화원 | Free Listening on SoundCloud (화원님의 SoundCloud. 노래를 들을 수 있다.) harmoniouswater화원 - YouTube (화원님의 YouTube)

 

모경님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소통할 준비가 되어있을 자세가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의 배경과 맥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본디 인간이란 입체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에게 이 것은 매우 어렵고 이상적인 이야기로 들렸다. 옳은 이야기이지만, 내가 현실속에서 옳지 않은, 즉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의 터무니 없는 발언들을 한없이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끝없이 탐구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말은 또 너무나 옳은 이야기이다. 이와 같은 글을 쓰고, 당당히 소통과 맥락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모경님이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나는 아직도 갈길이 한참 멀었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길완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길완님과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인권활동가로 활동하신다니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완님 스스로가 소수자에 해당하지 않거나 당사자가 아닌 순간에도 연대할 수 있고, 오히려 차이가 있기에 연대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나에게는 이상적이고, 너무 어렵고 멀게 느껴지기는 한다. 나는 과연 나와는 비슷하지 않은 정체성을 가진 소수자와 진심으로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을까?

연대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해 주었는데 나도 이 부분이 정말 궁금했다. 차이를 듣고 함께 잘못된 것들을 바꾸려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라는 범주에 속해 있거나 속해 있지 않다고 해서 연대할 수 있거나 없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어느 하나의 정체성으로써의 차별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개개인의 '포괄적 차별 금지'가 필요하다는 말 또한 큰 울림을 주었따. 너의 인권은 너가 지켜라의 태도가 만연한 개인주의 사회에 이렇게 따뜻한 생각이 오갈 수 있다니, 이곳은 한국이라기보다 온라인 공간이라 가능한 것이 아닐까?

 

 

'그들'이나 '우리' 등의 범주를 나누어 사람을 가르는 말들을 들을 때면, 나는 또 다른 범주에 속하는 소수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턱하고 불편한 감정이 느껴진다. 오늘 세미나 안에서 만큼은 내가 어떤 한 정체성 혹은 하나의 범주에 속해있지 않아도 괜찮고, 속해있다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괜찮고, 함께 연대할 수도 있다는 인정과 위로를 받은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러기 위해서는 동료가 많이 필요하다. 오늘 세미나에 참여해준 모두와 동료가 되고 싶은 큰 욕심을 안고 다음 세미나를 기대해 본다. 

세미나에 참여한 분들은 나이도 성별도 페미니즘에 대한 느낌도 큰 스펙트럼으로 차이가 컸다는 것을 나도 마지막 즈음에야 어렴풋이 느꼈다.

 

그 '사이'가 얼마나 떨어져 있던,

할 수 있는 건 될 수 있는 건 없지만
그래도 여기서.*

 

(*화원님의 '사이' 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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