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중등인문학교 S1 <마을이란 낯선 곳> 첫번째 시간 후기

명식
2020-06-2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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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중등인문학교 시즌1, <마을이란 낯선 곳>의 첫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연경, 연주, 한영, 가람, 네 사람 모두와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간단히 자기소개를 나누고 이번 수업 시간에 읽을 책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전체적인 일정과 읽는 책들은 바뀌지 않았지만 세부적으로 아주 조금 바뀐 것들이 있어 함께 체크했습니다. 그 와중에 요즘 친구들이 학년별로 번갈아가면서 1주일씩 학교를 나간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네요. 아무튼 코로나가 참 많은 것들을 바꿔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마을이란 낯선 곳>이라는 주제에 관련된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하여 함께 답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령, ‘마을’이란 무엇일까? ‘도시’는 무엇일까? 그럼 ‘동네’는 또 뭐고, '우리 동네'는 어디까지일까 같은 질문들이었죠.

 

  우선 ‘마을’과 ‘도시’에 대해서는 네 친구의 의견이 거의 다 일치했습니다. 네 친구 모두 ‘우리가 사는 곳’, 정확히는 아파트와 주택들이 밀집한 ‘거주구역’을 ‘마을’이라고 말했지요. 영어로는 베드타운Bed Town이라고 하는 그런 지역들입니다. 반면, ‘도시’에 대해서는 회사나 문화시설, 행정시설, 쇼핑시설들이 들어선 지역, 보통 우리가 ‘도심’이라고 부르는 지역을 ‘도시’라고 설명했고요. 물론 이것은 ‘마을’과 ‘도시’의 사전적 정의와는 약간 다른 결입니다. 보통 사전에는 규모와 입지에 집중하여 작은 규모의 거주지를 시골=마을로, 일정 규모 이상의 거주지는 도시로 구분하거든요. 하지만 오늘날 현실에서 우리가 체감하는 마을과 도시는 또 다른 것이겠지요, 이는 지역 공동체의 부활을 꾀하는 흐름이 생겨나면서 ‘마을’이라는 단어의 쓰임새 자체가 변화했기 때문인데....이러한 점들을 우리가 앞으로 차차 살펴나가게 될 것입니다.

 

  한편, ‘우리 동네’에 대해서는 누구는 ‘아파트 단지’까지라고 했고, 또 누구는 ‘구’까지, 또 누구는 ‘지구(행성이 아닌 지역 지구)’, 또 누구는 ‘나에게 익숙한 공간’ 같은 식으로 정의했습니다. 말하자면, 다들 자신들의 ‘생활권’이 ‘동네’라고 말을 했어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몇 년 뒤 모두가 대학생이 되거나, 일자리를 얻게 되어 생활권이 크게 늘어난다면 - 더 먼 거리를 이동해 대학과 직장엘 가고, 또 저녁이 되면 집에 오고, 휴일이면 또 멀리 나가 놀러가거나 멀리 친구들을 만나러 가면 각자의 ‘동네’는 어디까지가 되는 것일까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았네요. 그것이 다만 상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몇 년 후 실제로 우리에게 생길 일이고, 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동네’라는 개념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구요.

 

 

 

  그 뒤 잠시 쉰 다음, 각자의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푸는 걸 해보았는데요. ‘학교와 집을 제외하고’ 내가 가장 많이 들르는 장소 다섯 곳, 또 ‘가족과 선생님 친구들을 제외하고’ 우리 동네에서 내가 제일 잘 아는 사람 세 명을 소개하는 것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오늘날 우리 삶의 동선과 형태 자체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여러분이 이 질문들에 대해 답하는 걸 꽤 어려워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서 좀 놀랐습니다.

 

  우선 ‘장소’에 대해서는, 네 사람 다 공통적으로 서점이나 도서관을 꼽아주었고요. 편의점도 거의 다들 꼽았지요. 그 외에는 한영이가 꼽은 졸업한 초등학교, 가람이가 꼽은 고양이가 있는 아파트 뒷길, 연주가 꼽은 편의점보다 좀 더 싼 슈퍼, 연경이가 꼽은 학원과 성당 등이 눈에 띄었어요. 이렇게 꼽아놓고 각자 삶의 동선이 어떤지,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을 - ‘동네’를 어떤 식으로 누비고 있는지 알 수 있었네요.

 

  그 다음은 ‘사람’이었는데, 이 질문에 대한 대답들이 저를 꽤 놀라게 했습니다. 뜻밖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왔어요. 가람이는 동네에서 오랫동안 운영한 문방구나 마트 빵집 가게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주었고요. 연경이는 성당을 통해 알게 된 아파트 아주머니와 신부님, 또 한영이는 초등학교의 많은 후배들과 2년 동안 글쓰기를 가르쳐주신 글쓰기쌤, 연주는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하며 알게 된 아래아래층 집 아주머니 등등……과거와 비교했을 때 아파트 구조부터해서 삶의 여러 형태가 변한 만큼 가족과 친구들을 빼면 여러분이 동네 사람들이 거의 알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거죠. 그 이웃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열을 올려 들떠 설명하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좀 따뜻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우리 삶의 형태와 우리가 삶을 향유하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에서 맺어나가는 인간관계들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많은 변화를 겪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읽어갈 책들은 바로 그런 변화를 다루고 짚어낼 수 있는 이야기들이고요. 그 과정에서 삶터의 어떤 부분들이 과거와 완전히 변해버렸는지, 또 어떤 부분들은 여전히 변치 않고 남아있는지, 그 와중에 우리는 어떤 방향성을 지향할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 그것이 이번 시즌 우리가 앞으로 해나갈 공부입니다. 모두 이번 시간에 열심히 한 그대로, 다음 시간에는 책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함께 열심히 해봅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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