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중등인문학교 S2 여섯 번째 시간 후기

명식
2020-02-03 15:04
310

   안녕하세요, 2019 중등인문학교 튜터를 맡고 있는 명식입니다.
   이번 주는 2019 중등인문학교 S2 <집이라는 낯선 곳> 여섯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드디어 이번 시즌의 마지막 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좀도둑 가족』을 함께 읽었습니다.

 

 

 

 

 

 

   『좀도둑 가족』은 본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감독으로서 연출한 영화 <어느 가족>의 소설판입니다. 할머니 하쓰에, 아버지 오사무, 오머니 노부요, 이모 아키, 아들 쇼타.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는 이들은 사실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이 어느 날 제각기 우연히 만나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입니다. 게다가 슈퍼에서 좀도둑질을 일삼고 하쓰에의 연금에 의지하거나 막노동을 하는 등 그다지 안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지요. 그러던 중, 이들 사이로 여자아이 ‘유리’가 함께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들은 확신에 차 살아나가는 듯 하면서도 실은 끊임없이 서로의 존재와 관계를 고민합니다. 우리는 가족인가? 아닌가? 우리는 무엇인가? 왜 함께 사는가?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할머니 하쓰에의 죽음 등으로 이들의 관계에는 결국 균열이 생기고, 마침내 경찰들은 이 수상한 관계를 포착하여 ‘정상적으로’ 돌려놓습니다. 아이들은 보육 시설과 원래 집으로 돌려보내고, 오사무와 노부요는 범죄자가 됩니다. 그리고 유리는 끊임없이 싸우기만 하는 부모의 틈바구니에서 ‘좀도둑 가족’들을 그리워하지요.

 

  ‘좀도둑 가족’들은 각자의 원래 가족과 다양한 이유로, 대체로는 가정폭력이나 서로에 대한 무관심 등 좋지 못한 이유로 헤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함께 살게 된 좀도둑 가족들도 그저 아름다운 관계는 아닙니다. 좀도둑 가족 역시 서로를 어느 정도 이용하고, 자신에 대한 걸 숨기고, 무엇보다도 도둑질을 비롯해 비합법적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여러 면에서 ‘비정상적’ 가족입니다. 단순히 사회적 편견에 희생되었다는 의미에서 비정상적인 게 아니라, 너무나 ‘불안정’하고 ‘반사회적’이라는 측면에서도 비정상적입니다. (때문에 소설 후반부에서 이들 가족을 찢어놓는 경찰들은 악역으로서가 아니라 어찌 보면 지극히 정의로운 사회관을 가지고 자기 의무를 다하는 이들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그런 그들의 비정상적 삶과 관계의 틈바구니에서 서로를 향해 피어나는 애틋하고 안타까운 감정들을 묘사함으로서, 또 그것을 ‘좀도둑 가족’이 원래 자기 가족들과의 관계 속에서 맞닥뜨린 고통과 대비시킴으로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 친척
  - 애완동물
  - 정말 친한 친구
  - 연인
  - 부모님

 

  이번 시간에, 우리는 위의 다섯 개의 이름을 적고 각자가 그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지, 혹은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령 ‘친척’은 대부분의 친구들이 가족이라고 썼는데, 그 이유에는 ‘피가 이어진 것’ ‘법이 그렇게 보장한다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애완동물’ 역시 대부분의 친구들이 가족이라고 적었는데, 알다시피 애완동물은 우리와 피가 이어져 있지도, 법적으로 가족 관계가 보장되지도 않습니다.
  또 ‘친구’가 가족이 아닌 이유로 생활의 영역이 많이 겹치지 않는다는 것을 꼽았는데, 그럼 좀 더 생활의 영역이 많이 겹치고 사생활에 대해서도 서로 터치가 많을 수 있는 ‘연인’은 어떤가 물으니 대부분이 또 가족이 아니라고 답했지요. 그럼 ‘약혼자’ 혹은 ‘서로 결혼할 생각이 있는 연인’은 어떤가 물으니 반 정도는 가족이라고 했고 반 정도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에 대해서는 모두가 가족이라고 썼는데, 혈연과 법적인 영역, 그리고 ‘서로에 대한 신뢰’, ‘서로 잘못을 저질러도 이해한다는 점’, ‘같이 산다는 점’, ‘서로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 등을 가족인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럼 부모님과 자식들이 사이가 좋지 않은 집들 - 그래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고, 서로 잘못을 꼬집는 집들 - 은 가족이 아닌 걸까요? 또, 가족들이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어떤 대가를 바라면 그건 가족이 아닌 걸까요? 이런 질문들이 던져지자, 다들 또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거친 후에,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좀도둑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좀도둑 가족’은 가족인가, 아닌가?

  구성원들이 서로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서로를 가족으로 여기고 싶어했다는 이유로, 나름대로의 신뢰가 있었다는 이유로, 함께 살았다는 이유로 가족이라고 말한 친구들이 있었고요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이유(혈연/법)로, 일반적인 형태의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치 가출 청소년 집단 같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숨기는 것도 많고 사실 대가를 바란 것도 많았다는 이유로 가족이 아니라고 말한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이러한 고민은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대두된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혈연과 법률로 맺어진 집단이 가족으로 존재하고 - 그 혈연과 법률이 소속 구성원들 사이의 신뢰와 연대감과 단결을 이끌어낼 거라는 자연스러운 믿음이 존재했지요. 사실은 반드시 그렇게 믿어야만 했던 겁니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가족-가문 없이 사회에서 어떤 자신의 위치를 차지한다는 게 불가능했고, 반드시 가족과 가문 속에서만 ‘나’가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오늘날은 개인의 시대이고, 반드시 가족과 가문의 구성원으로서가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나’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에 대해 모두가 다시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반드시 신뢰와 연대를 보장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혈연보다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가족을 정의하는데 더 중요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는 여전히 혈연과 법률만이 가족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너무 큰 이야기이지요? 하지만 이것은 언젠가 우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고민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언젠가 가족 때문에 내가 너무나 괴로울 때가 올 수도 있겠지요. 혹은 나 때문에 다른 가족들이 너무나 괴로울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가족과 나 사이에 어떤 메우기 힘든 의견 차이가 생길 수도 있구요. 그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왜 그렇게 행동할 것인가. 그것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어떤 관계인가’, ‘나는 왜 가족들과 함께 하는가’, ‘나는 가족들과 함께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가’ 등에 대한 나 자신의 생각(사전적 정의가 아닌, 나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나의 정의)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아직 삶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여 쉽게 말할 수 없을지라도, 이에 대한 고민만은 계속해서 가져가야 합니다. 여러분에게 그것을 말하기 위해, 우리는 이번 시즌 한 편의 영화와 네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자, 이렇게 해서 여섯 번의 수업이 끝났고, 남은 것은 마지막 에세이를 쓰는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에세이의 1차본을 써와서 함께 나눈 다음 마지막 시간에는 그 글을 고쳐 최종적인 에세이를 써서 나누며 이번 시즌을 끝낼 것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다음 링크를 참조해주시고, 그럼 모두 각자의 1차 에세이와 함께 다음 시간에 만납시다. 다들 건강 조심세요!

 

  각자 주제에 대한 팁과 에세이를 쓰는 요령 :
  http://moontaknet.com/?page_id=1028&mod=document&uid=29796&execute_uid=29796

 

 

 

 

 

댓글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555
N 〔사회학세미나〕『언어와 상징권력』4회차 후기- 정치에서 '말하기'는 '행하기'다 (1)
라겸 | 2024.04.24 | 조회 18
라겸 2024.04.24 18
554
[사회학 세미나] 『언어와 상징권력』4회차 자료 (3)
우현 | 2024.04.22 | 조회 42
우현 2024.04.22 42
553
[사회학 세미나] 『언어와 상징권력』3회차 후기 (2)
우현 | 2024.04.15 | 조회 36
우현 2024.04.15 36
552
[사회학 세미나] 『언어와 상징권력』3회차 자료 (2)
우현 | 2024.04.08 | 조회 44
우현 2024.04.08 44
551
<사회학 세미나>『언어와 상징권력』2회차 후기- 말발과 눈치 그리고 은어 (1)
라겸 | 2024.04.03 | 조회 58
라겸 2024.04.03 58
550
[사회학 세미나] 『언어와 상징권력』2회차 자료 (3)
우현 | 2024.03.25 | 조회 64
우현 2024.03.25 64
549
[사회학 세미나] 『언어와 상징권력』1회차 후기 (3)
우현 | 2024.03.19 | 조회 100
우현 2024.03.19 100
548
[사회학 세미나] 『언어와 상징권력』1회차 자료 (2)
우현 | 2024.03.18 | 조회 107
우현 2024.03.18 107
547
[월간-한문이 예술 모집] 세상을 이루는 여덟가지 기운들 (3월-11월)
동은 | 2024.02.29 | 조회 228
동은 2024.02.29 228
546
[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6회차 후기 (1)
우현 | 2024.02.13 | 조회 113
우현 2024.02.13 113
545
[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6회차 자료
우현 | 2024.02.13 | 조회 105
우현 2024.02.13 105
544
[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5회차 후기 (1)
우현 | 2024.02.08 | 조회 113
우현 2024.02.08 113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