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중등인문학교 S2 다섯 번째 시간 후기

명식
2020-01-22 15:43
281

  안녕하세요, 2019 중등인문학교 튜터를 맡고 있는 명식입니다.
  이번 주는 2019 중등인문학교 S2 <집이라는 낯선 곳> 다섯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열한 명 모두와 함께 책을 읽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김고연주의 『우리 엄마는 왜?』였어요.

 

 

 

 

  앞서 읽은 『나는 부모와 이혼했다』, 『오이대왕』과는 달리 『우리 엄마는 왜?』는 소설이나 동화가 아닌 비문학 책입니다. ‘엄마’와 ‘가족’에 대한 각각의 다양한 이야기들과 생생한 인터뷰 들을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는 책이지요. 그래서인지 평소와 달리 이번에는 다들 인상 깊게 꼽아온 부분도 제각각이었고, 그 부분들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우선 연주와 지형이가 고른, ‘매니저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장이 있었지요. 아이들의 ‘대학으로 가는 길’을 마치 매니저처럼 꼼꼼히 관리하며 온갖 사교육과 스펙 활동을 챙기는 엄마들의 이야기였어요. 한국 사회에서 학벌이 갖는 중요성과 그로 인해 어머니들이 받는 압박감,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를 다룬 장이었구요. 여기서 저자는 대학 평준화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예를 들며 대학 제도의 변화가 매니저 엄마와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주장하는데요. 반대로, 대학이 평준화된다면 사람들은 또 다른 새로운 기준을 세워 차등을 나누려 할 것이기 때문에 제도 한 두 가지의 변화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리란 의견도 있었습니다. (아마 가람이였지요?)

 

  또, 시우와 요엘이 고른 가정에서의 아빠와 엄마의 포지션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어요. 여기서는 ‘왜 어떤 아빠들은 집안일을 하려 하지 않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지요. 책에서는 ‘가장의 권위’ 때문에 일하지 않는 아빠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요즈음에는 가장의 권위 같은 것보다는 ‘난 바깥에서 일을 다 하고 왔으니, 집에서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집안일을 안 하는 아빠들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또 강도 높은 노동 때문에 집안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나, 그래도 집안일을 많이 하는 각자의 아빠들의 이야기도 했구요. 맞벌이가 점차 늘어나면서 엄마들도 바깥에서 일하고 오는 경우도 계속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었죠. 더하여 아빠가 바깥에서 힘들게 일하고 온 만큼 엄마도 집안일을 하느라 힘이 들 텐데, 누구의 일이 더 힘들었고 누가 더 지쳤는가를 딱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더 힘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했었어요.

 

  유하가 고른 ‘비정상가족’에 대한 이야기, 서인이가 고른 ‘부모님처럼 아이를 위해 희생하며 살고 싶지 않은 아이들’의 이야기도 매우 중요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부모와 아이로 이루어진 가족만이 정상적인 가족이라는 ‘정상가족’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고 사회적으로 다문화가족, 한부모 가족, 성소수자 가족 등에 대하여 이미 지식적으로는 많은 이야기가 있으나, 그것을 실제 우리 삶 속에서 실감하고 대면하는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이라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또 ‘부모님이 나(자식)를 위해서 희생하셨는데, 나는 그분들처럼 내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과연 잘못된 생각인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사실 모두가 대답하기 어려워했죠. 실제로 점점 더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다들 깊이 생각해보길 바라요.

 

  그리고 리원이와 연경이 고른 건 ‘엄마와의 소통’에 대한 부분이었지요. 리원이는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다’는 이야기 - 엄마도 누군가의 친구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딸이고, 이모고모의 자매고, 삼촌들의 누이라는 사실 -를 골랐고, 연경이는 ‘엄마는 몰라도 돼’라는 말이 엄마에게 주는 상처에 대한 부분을 골랐습니다. 이 부분은 우리가 이전 시간부터 쭉 이야기해왔던 것이지요. 가족이란 시스템은 한 사람을 딱 그 가족 내에서의 정체성으로만, 엄마는 오직 엄마로, 아빠는 오직 아빠로, 아이는 오직 아이로만 만나게 하고 그 사람의 다른 면은 만나기 힘들게 한다고요. 그리고 그것이 때로는 우리에게 책임감과 안도감을 주지만, 때로 그 사람과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그것을 풀어야 할지 알 수 없게 만든다고요. 각자가 집에서 엄마를 어떻게 만나는지 여러 번 곱씹어보고, 나는 엄마와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싶은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 외에도 가람이, 한준이, 예준이도 각기 다 다른 이야기들을 꼽아오는 등 이번 시간에는 엄마와 가족에 대한 정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루며 참 많은 질문들을 던져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 대부분은 모두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골치 아픈 문제들이었어요. 그건 여러분이 어려서가 아니라, 가족이란 주제가 그만큼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고 풀기 힘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더라도, 부디 각자 가슴 속에 오랫동안 품고 언젠가는 답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자, 아무튼 이렇게 해서 세 권의 책을 통해 각각 ‘나’, ‘아빠’,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럼 이제는, ‘가족’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하여 한 번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합니다. 다음 주에 수업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좀도둑 가족』을 통해서요. 수업 시간에 이미 이야기했지만, 이 책은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로도 나와 있는 아주 유명한 소설입니다. 다들 설연휴 동안 푹 쉬면서, 모두 최선을 다해서 책을 읽고 다음 주에 만납시다! 그럼, 다들 설 잘 쇠길 바랍니다!

 

  + 다음 주에 올 때 이번 시즌에 읽은 책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과 그 이유 골라오는 것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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