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XTLAB S4 목공인문학] 두번째 시간 후기

상현
2019-12-04 20:25
91

안녕하세요. 목공인문학 참가자 하상현입니다.

 

이번 시간에 도면: 백지의 환상을 깨고 지도그리기라는 제목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도면이라고 하면 흔히 수치들과 약속된 기호들로 그리는 설계도면을 떠올리는데,

지원님은 질 들뢰즈의 ‘리좀’이라는 개념을 가져와서 이 도면이라는 개념을 넓게 생각해보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질 들뢰즈는 조합원들이 직접 땅위에 그린 고딕 건축의 도면과, 계량적 도면을 비교하면서, 둘의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강연에서 인상 깊었던 지점은 지원님이 직접 스케치업과 같은 프로그램을 쓰면서 이것들이 정밀도는 높여 주지만, 계속해서 반복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던 것이었습니다. 현대의 많은 것들이 효율을 위해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쓰고 있고, 이것은 디지털의 원리를 사용합니다. 디지털은 0과 1의 조합으로 모든 정보를 표현하고, 그 기본 원리는 복제일 것 입니다. 그 복제는 실수와 의외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아날로그는 하나의 선을 그리더라도 긋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볼드하거나 섬세한 선이 나올 것이고, 근육의 떨림에 따라 오차가 생길 것입니다. 흰 화면에서 자기가 그린 그 선을 보고 다시 다음 단계를 그릴 때, 그 이전 선은 그리는 사람에게 영향을 줄 것 입니다.

강의에서 설명했듯이 이건 음을 고정된 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주파수로 보는 아방가르드 음악가들의 관점과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아방가르드 음악가의 관점에서 음은 끊어짐이 없이 이어지고 악보에 표기할 수 없는 수많은 음을 가진 주파수로, 리듬은 선형적이고 단위로 끊을 수 없는 이어지는 시간으로,  화성은 익숙하지 않은 것들로 계속 해서 벗어 납니다.

하지만 예전에 익숙하지 않았던 7번음은 지금 우리에겐 세련된 음악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불편함과 벗어남도 계속해서 규정된 문화로 포섭됩니다.

 

제가 최근에 유가와 도가에 관한 강의를 들었는데요. 도가사상가인 노자와 장자는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자연스럽지 않는 규칙들에 대해서 다시 질문하고, 그것을 해체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이는 들뢰즈의 리좀적인 사유와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들은 강의 말미에서 도가에는 이미 고정되있는 구조에 대해서 다시 질문하고 해체시키는 힘은 있지만, 사회의 새로운 방향을 구축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 리좀적인 사유에 대해서 주로 설명하면서 그렇다고 수목적인 사유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지원님께서 이야기 해주셨는데, 그 사이에 어떤 밸런스가 있을까?라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강의에서 보여준 실바노 부소티의 그래픽 노테이션그림을 보면서, 이 선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악보를 해체하고 있지만, 동시에 악보가 가진 구조들이 있기에 이 정신 없는 선들이 해체적인 방식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오선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벗어나는 선들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 도화지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찢고 나올 수 있는 것 처럼.

 

만약에 지금 시대가 어떤 도화지도 오선도 없이 개인들이 말초적인 만족들을 추구해가는 즉, 어떤 인위인 규정도 중요해지지 않은 시대에 가깝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강에서 우리가 기술 수준이 높아져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복제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그런 의미에서 목공이라는 것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기술이 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했고, 반면에 높아진 기술 수 준에 비해 매체자체에 대한 고민과 윤리적인 질문을 생략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습니다. 그런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강의와 연결해보면, 도가와 리좀적인 사유가 새로운 윤리를 세우고 질문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연결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들었습니다. 이는 수목적인 사유를 해체함으로가 아니라 수목적인 사유와 리좀적인 사유의 어떤 결합에 의해서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 1
  • 2019-12-06 20:22

    와.. 제가 쓴 강의안보다 더 좋은 후기라고 생각합니다.. 안그래도 장자에 대한 이야기를 붙이고 싶었는데, 강의가 길어질까봐 참았어요. 상현이 도가와 장자를 공부하고 있는 줄 알았다면 같이 더 이야기 해보면 좋았을텐데. 저희도 문탁에서 장자와 들뢰즈를 같이 읽고 있거든요. 정성스런 후기 감사하고, 내일 수업 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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