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 1회차 후기

단지
2021-11-10 16:45
340

후기를 쓰기 전에, 우선 벽을 마주하고 앉았다. 우리가 주로 논한 벽관에 대한 생각들도 떠올릴 겸,

메리샘이 액션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힘입어 달마의 면벽수행을 흉내내 본 것이다.

하! 내 방 벽지가 이런 무늬였군! 벽지 패턴을 따라따라 눈이 아프기도 하고, 졸립기도 하고...

하! 후기를 어떻게 쓴담...

 

달마의 등장은 당시 교학불교의 권위에 맞설 만한 새로운 것이었고, 이방인 달마의 수행은 저항자들에게 하나의 종파를 형성할 무엇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달마는 한 개인이라기 보다 선종의 초조로, 그를 추종한 사람들이 그의 사상을 정리했다고도 할 수 있다.

달마의 사상은 깨달음의 방법 중 하나로 이입사행이 핵심이다. 이입은 본래로 돌아가는 원리, 부처님의 가르침을 아는 것이고, 4행은 구체적인 생활원리를 말한다.

우리가 주목한 것은 이입은 안심이고, 안심은 벽관이다라는 담림의 설명이다.

안심은 달마와 혜가의 안심문답에서 말한 마음의 실체가 없는 것을 알고 고요함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벽관은 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벽이 나를 보는 것이다. 달마가 9년동안 면벽수행을 했다는데, 좌선은 했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벽만 바라보지만은 않았을 것이며, 벽을 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방편과 조화를 강조한 그의 가르침과는 좀 어긋나기도 하다. 벽이 나를 본다라는 말은 분명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는 한방의 할과 같다. 그런데 애매하고 어렵다...정리는 더 난감하다...

벽을 본다가 벽이 본다로 되면 주체와 대상이 전환되는 것 같지만, 사실 대상이라는 것도 마음에서 만드는 것이기에 마음의 형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이라는 것은 형상도 실체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의 공함을 깨달으면 안심이 되는 것이며, 그것이 벽관이다. 그래서 벽은 마음의 상태, 혹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일상이 수행이고, 부딪는 모든 것이 부처라는 말을 빌리자면, 벽은 내 마음 상태에 따라 만들어 낸 친구이고, 가족이고, 이웃이고, 괴로움이고 즐거움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친구도 가족도 고락도 고정된 실체가 아닌 것이요, 그렇게 만드는 내 마음도 고정된 실체가 없는 공이다. 그러니 그 마음도 그 무엇에도 집착을 가져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이것을 알아차리는 것, 이것이 벽관인가? 벽관수행은 마음을 붙들고만 있지 않고, 어지럽혀진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 아닐까?

 

나는 벽과 마주하면서, 계속 후기를 떠올렸다. 뭘 써야 하나? 잘 써야 하는데, 시작은 어떻게? 이런 나의 생각들과 괴로움이 나를 보고 있었나 보다. 그러다 일단 아는 대로, 썼다에 의의를 두고 시작을 하자 라는 생각으로 괴로움에서 벗어났다. 물론 쓰면서 또 괴로움이 지속됐지만...

암튼 오늘은 여기까지가 나의 수행이다...

댓글 4
  • 2021-11-10 18:02

    쌤의 벽관이 훌륭한 후기가 된 것 같네요.
    우리 세미나 시간에 말했잖아요. 벽관이 무엇이라고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그동안 감지한 적 없는 쌤의 벽지 무늬를 알아차린 것도 오늘의 벽관으로 해낸 훌륭한 깨달음 아닐까요?
    제 벽은 한동안은  '달마' 이 텍스트 되겠습니다~

  • 2021-11-10 18:36

    쌤~  쌤만의 벽을 뚫으신것 같네요. 

    벽이 뚫리니 상호작용이 일어남과 동시에  후기도  줄줄줄...

    안심이 이루어졌습니다. 짝짝짝!

  • 2021-11-12 20:12

    선 수행자들이 스승들에게 물었습니다.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이 뭐냐고?(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

    여기에 한 가지 대답이 있을 리 없지요.

    묻는 사람들도, 답하는 선사들도 각자 지금 부딪친 절실한 문제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으려 했을 것 같습니다.

    지난 시간에 읽은 안심도 벽관도 결국 그 물음에 대한 나름의 답인 것 같네요.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됐고...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달마 어록의 문답들은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기에 답답할 수도 있지만 100점짜리 정답을 찾는게 아니라,

    달마의 어록에서 나를 두드리는 게 뭔지 헷갈리게 하는게 뭔지 그걸 찾고, 그것에 대해 더 많이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단지님의 후기에 대한 도라지님과 메리님의 댓글이 너무 좋네요.^^

  • 2021-11-12 21:23

    단지님의 후기를 읽으면서 저도 벽을 마주해보고 싶네요.ㅎ

    그러면 마음이 좀 고요해질라나요?

    일상에서 마주하고 있는 수많은 벽들 앞에서 고요해지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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