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법하는 고양이와 부처가 된 로봇> 3회차 후기

라라
2021-07-26 22:48
410

3회에 걸쳐 <설법하는 고양이와 부처가 된 로봇>을 텍스트로 한 세미나가 끝났습니다.

오리무중인 가운데에서도 언뜻언뜻 뭔가 보이는 듯, 아닌 듯합니다.^^

 

임제선사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라고 했다지만

부처를 만나야 부처를 죽이지... 만나지도 못한 부처를 어떻게 죽이나...

제발 한 번 만나보기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부처를 만나러 가고 있는 중이겠지요?

아마도 이 말을 한 임제선사는 지극한 간절함으로 부처를 만났을 것이고

만났기에 부처를 죽일 수 있었겠지만, 만났기에 부처를 죽일 필요가 없음도 알게 되었겠지요.

그것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불법의 요체이기도 하니까요.

대단한 역설입니다. 불교는 특히 선불교는 중중무진의 역설입니다.

 

선어록들을 읽으면서

부처를 만나는 일은 무척 요원하겠구나 싶다가도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다만 분별 하지마라’ 혹은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라는 말씀을 들으면 불법을 만나는 일은 어쩌면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소박한 실천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마음을 참 단순하고 편안하게 합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상황에 들어가면, 어떤 분별을 어떻게 하지 말아야 하는지, 어떻게 집착하지 않으면서 마음을 낼 수 있는지... 어려워집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아닌것도 아니고.... 선사들의 말씀은 우리가 서 있는 지평너머에 있는 듯합니다.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통해 선사들이 의도하는 바는 우리를 기존의 틀과 지평 밖으로 몰아내고 그 지반마저 무너뜨려 와해와 추락을 경험하게 하려는 것이라 합니다. 그 바닥에서 스스로 끌어낸 질문을 통해 아상(我相) 바깥으로 나가게하려는 의도라 합니다. 이제껏의 경험을 넘어선 경험을 통해 기존의 나를 넘어서 확장해 가라는 뜻이겠지요.

그래서 혹은 그러나 그냥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꾸준하게 한 걸음씩 걸어 가보기로 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텍스트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그 내용 중 어느 하나라도 나의 맥락 안으로 가져와 나를 반조해 보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주 부터는 <무문관>을 풀어 해설한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를 시작합니다.

왜 선어록 책들은 제목부터 이렇게 무시무시한걸까요?^^

댓글 3
  • 2021-07-27 10:35

    불교 첫 메모에 '부처님 만나기 100미터 전'이라고 쓴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부처님과의 거리는 더 멀어지는 듯합니다. 이제는 거리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네요.

    분별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데... 그 놈의 분별이 '我'와 일체가 되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네요.

    떨어질 마음이 없는걸 수도 있구요....

    덥고 지친 마음이었지만,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힘을 내봅니다..

    생활에서 알아차림이 일어날 수 있게 노력해보자라구요~ 

     

     

  • 2021-07-27 21:02

    선문답에서 간화선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흥미롭네요.

    선문답이 일상에서 평상심시도의 깨달음을 추구했다면, 간화선은 선수행의 매뉴얼화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매뉴얼이라 하더라도 순서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게 아니라 타파해야 할 '공안'이 주어지고

    스승과의 문답을 통해 공안을 타파했는지 아닌지 점검받는 수행방식이 체계화된 정도지만요.

    아무튼 육조 혜능으로부터 북송 초까지야말로 진정한 선의 황금기였구나 싶습니다.

    아카데미 방식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상생활 속에서 인식의 전환과 수행, 그리고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인 만큼  

    격렬하고 과감하고 역설적인 촉발이 있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 같아요. 

    우리의 공부에서도 그런 과감성과 서로를 격발시키는 감응이 있어야 할텐데.. 대체 그건 어떻게 가능할까요?

    선을 공부하면서 새롭게 갖게 된 저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렇거나 말거나 '공안'은 알듯 모를듯 하고 잡힐듯 잡히지 않으니.. 

    앞으로 무문관의 공안과 씨름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기를 바래봅니다.

    공안타파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매주 읽을 12개 공안중 적어도 하나는 자신의 문제와 연결시켜 구체적으로 공안을 풀어낼 수 있도록 해봅시다!

  • 2021-07-28 11:02

    저는 초험적 경험에서 다시 한번! 앗! 했네요!

    모든 공부가 내겐 삶의지평을 넓혀 주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선어록은 너의 지평을 깨부수고 새롭게 만들어 봐야 할걸! 이라고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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