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 후기1

그림
2019-11-12 23:41
458

이번 시즌은 <숫타니파타>와 서양 정신과 전문의가 쓴 <불교의 심리학>을 읽는다.

첫 시간인 오늘은 요요샘의 불교 경전의 생성과 전파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각자의 메모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불교는 남쪽과 북쪽 두 갈래로 전파되었다. 스리랑카, 미얀마, 타이 등으로 전해진 불교를 남방불교, 중국으로 전해진 불교를 북방불교라고 부른다. 북방불교와 남방불교는 전해진 경전의 언어도 달랐고(북방-산스크리트어, 남방-빨리어), 채택된 중심 교리도 달랐다. 빨리어로 된 『니까야』와 한자로 된 『아함경』이 비슷하면서도 똑같지 않은 이유다. (요요)

<숫타니파타>는 <법구경>과 더불어 현존하는 불교경전들 중 가장 오래된 편집본이다. 숫타는 경(經)이라는 뜻인데 ‘잘 설해진 것(善說)’의 의미이고 니파타는 단편 ,품 ,부분 ,장 ,절이라는 뜻이다. <숫타니파타>는 <법구경>이 붓다의 말씀을 기억하기 쉬운 사행시의 형태로 모아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게송들을 편집한 엔솔로지(선집)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다니야] 내 움막은 지붕이 덮이고 불이 켜져 있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세존] 내 움막은 열리고 나의 불은 꺼져 버렸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뱀의품, 2.다니야의 경)

흥미로운 점은 이 경에서 사용되는 ‘자띠(Jati)논법’이다. (요요)

대승불교의 상징 용수(龍樹)의 중관학(中觀學)에서 불전에 없는 독특한 논리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자띠(Jati)논법’이다. 지난 중론강좌에서 신상환 선생님이 줄곧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나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소치는 다니야도 수행하는 붓다도 큰비가 내린들 근심할게 하나 없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다니야와 붓다의 조건은 정반대이다. 이 한 줄의 행간에 숨어있는 전환을 알아채야 한다. 붓다는 다니야의 관점을 바꾸어 그의 생각이 허구임을 깨닫게 해준다. 집착할 지붕과 지킬 불이 없다면 비는 더 이상 근심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띠의 뜻은 ‘오류의 발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다니야의 주장이 그 오류가 될 터이다. 여기서 불이 꺼진 것과 집착이 ‘없다’는 것은 ‘있다’의 안티테제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와 비존재에 대한 갈애를 벗어난 것이다. 즉 관습적인 사유방식을 벗어나라는 의미이다. (요요)

천한 사람의 경에서 ‘행위’라는 말에 시선이 붙잡힌 잎사귀샘은 문탁 홈피에서 천한 사람과 고귀한 사람을 가르는 ‘행위’를 만났다고 한다. 비난과 추방을 감수하고 유대인을 도운 착한 사마리아인과 내면을 강제하는 규율에 의해 행위하는 사람의 차이 그리고 인간의 도리에 대해 고민했다.

잃었던 입맛을 숙제 덕에 되찾은 도라지샘은 다니아의 경에서 세속의 기쁨과 집착에 대해 메모를 썼다. 처음에는 감동적인 ‘자애의 경’으로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버거워서 포기했다는 고백에서 나름 위로 비슷한 뭔가를 느꼈다. 숫타니파타는 시적이고 멋진 구절이 많지만 막상 그것을 글로 엮기란 쉽지 않다. 메모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되는 지점에서 요요샘이 이번에 준비한 자료방식이 도움이 될듯싶다. 그것은 각 경마다 주제어와 질문들을 정리해보는 것.

붓다의 희론(망상)과 루쉰의 희망을 엮은 나의 메모에 요요샘께서 스피노자의 희망과 공포에 대해 한 말씀 더 보탰다. 스피노자의 희망은 불확실한 미래의 기쁨이고, 공포는 불확실한 미래의 슬픔이다. 이것은 항상 쌍으로 존재하며, 그것에 기대가 있을 때 ‘희망’이 되고 기대가 없을 때 ‘공포’가 일어난다. 문제는 두 개의 감정이 발생할 때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내가 해석한 것이 루쉰이 정말 하고자 하는 말이었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생각나는 질문 하나 옮깁니다.

‘까시 바라드와자의 경’에서 붓다가 ‘시를 읊은 댓가를 나는 받지 않습니다.’라고 한 까닭은 무엇일까? (도라지)

농부인 까시 바라드와자는 씨를 뿌리고 거두어 열매를 얻는 것은 교환의 대가로 여겼지만 붓다는 법문에 댓가를 교환이 아니라고 여겼을 것이다. (요요)

(공지)

  1. 앞으로 메모를 쓸 때는, 단순한 느낌을 뛰어 넘어, 질문을 포착해서 그것을 밀고 나가는 방식으로 써오도록.
  2. 마음세미나 시즌3는 총 7회로 진행합니다. ( 세미나-5주 에세이-2주, )
  3. 문탁 축제로 인해 수업시간을 변경합니다. ( 12월 6일(금) -> 9일(월) )
  4. 다음 주에는 <붓다의 심리학> 파트1-1.윤회, <숫타니파타> 2품까지 읽어옵니다. (발제-도라지, 청소-그림,도라지)

 

댓글 3
  • 2019-11-13 08:25

    숫타니파타에서 질문을 뽑아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하는 부담감 ...
    이 또한 불을 안전히 지키려는 연장일까요?
    불이 꺼져 비가 오든 말든 걱정없다는 붓다 말씀에 깃든 진리를 다시 새겨봅니다

  • 2019-11-13 09:27

    왜 저는 비올까 걱정일까요...
    송광사 단풍 걱정에 책장이 무겁게 넘어가네요.ㅋ
    어리석어라. ㅠ

  • 2019-11-13 10:50

    아침부터 하늘이 흐린 것을 보니 비가 올듯하군요.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ㅋㅋ
    12월6일과 12월13일은 마음세미나는 고전대중지성과 글쓰기 강학원의 에세이발표에 참여합니다.
    이번 잎사귀샘 메모에 고전대중지성의 일리치 후기가 인용되었다고
    고전대중지성 튜터인 새털에게 전했더니 기뻐했어요.
    에세이도 잘쓰고 후기도 잘 올려야겠다고 하더군요.
    고전대중지성은 마음세미나를 무척 의식할 것 같아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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