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강의> 2회차 후기

자작나무
2021-04-10 11:19
358

 

이번주 세미나와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임팩트가 있었던 것은, '원문을 세번' 본다!!! 였습니다. 그냥 열심히 공부한다는 단순한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불교 수행을 절에서 하지 않고, '여기'에서 '세미나'라는 형태로 한다는 것은, 우리의 수행이 공부를 통한 것임을 선택했다는 의미일 겁니다. 사실 이번주 제 메모가 이런 알음알음의 지식쌓기나 논리적 따짐이 수행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심이었는데, 그걸 확 깨주더라고요.

 

아 그렇지. <중론>이나 <금강경>이 우리를 수행으로 이끄는 방법은 여럿일 수 있습니다만, 사실 이 책들이 보여주는 강점은, 우리의 머리를 쥐나게 한 논리에 있었죠. 우리의 사고나 우리의 감정이 어떻게 우리를 번뇌에 들게 하고 괴롭게 만드는지를 조곤조곤 때로는 방망이로 확 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언어적 사고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도록 우리를 끌고 가고 새롭게 사고하고 현실의 여여함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우리를 인도합니다.

 

가령 제7분에서 도라지님이 제기했고 풀어냈던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제7분의 마지막 구절 "일체 현성이 다 무위법으로 차별이 있는 까닭입니다."라는 부분입니다. 저도 여기에 엥 도대체 이게 뭐지, 무위법이라니, 차별이라니. 그렇게 의심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간 도라지샘은 원문을 이렇게 저렇게 번역한 자료를 찾아와서 이해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나온 또다른 번역들.

 

"일체의 성자들은 무위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 "무위법에 따라 차별로 드러난다." /"모든 현성들은 모두 무위가 드러난 것이다."(어떤 것은 산스크리트어 번역이고 어떤 것은 현장법사의 번역이고 다양합니다만 어쨌든.)

 

모두 같은 구절에 대한 다른 번역이면서 같은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처음 읽었을 때, 주어/주체/자성의 환상에 빠져서 성인이 있고 이들이 무위법이라는 것을 통해서 다른 존재와는 다른 존재가 된다 뭐 이런 식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즉비'의 스타일로 일관하는 <금강경>에서 '성인'도 이미 성인인 자가 있어서 그가 다른 것(자)과는 달리(차별되는) 무위법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무위를 실천하며 살아간 어떤 것을 성인이라고 부를 뿐이라는 식으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a항의 성인도 자성 없고, b항의 무위법도 차별도 자성이 없습니다. 무위법으로 산 누군가를 성인이니 부처니 한다면 그것도 공하다는 것을 알라는 것이 <금강경>의 글쓰기 스타일이고 내용이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난 시간에도 그렇고 번뇌가 바로 언어의 굴레, 혹은 인간의 사고 자체에서 연유한다는 것을 그렇게 주장했건만, 나가르주나가 a가 아니다, a가 아닌게 아니다 등등 그렇게 핏대높여(^^) 외쳤건만, 이렇게 금방 하지말란 짓을 합니다. 그렇게 내가 마주하는 '나'( =아상=아집=마구니?!)는 정말 강합니다^^. 그러니 힘내야겠지요. 다시 뒤집어 보면, 그만큼 (다른 것은 제외하고) 나 자신(인간)의 사고형태가, 없는 자성도 있는 걸로 만드는 힘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원문을 세번' 읽으면서, 내가 사고하는 방식에 대해서 곰곰히 되집어보는 그런 책읽기(수행)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왜 후기는 항상 반성글 같을까요^^ 

 

 

댓글 4
  • 2021-04-10 21:01

    자작샘! 원문을 세번은 읽자는 말에 화답해주어서 고마워요.ㅋ

    다음주에 세미나할 부분을 공부하다 보니 이제 앞에서 읽은 부분들이 반복되기 시작하네요.
    반복되면 우리도 조금 여유가 생기게 되겠지요.

    그런 만큼 궁금한 구절들에 대해 저도 다음주에는 열심히 질문을 할까 싶습니다.^^

  • 2021-04-11 07:16

    지금 이 순간의 깨달음 = 댓글 달고 두번 더 읽으러 가야하는 나!

     

    ㅎㅎ

    요즘 부쩍 분주해진 저를 봅니다. 

    이것이 그것이야. 그것은 그것이 아니야. 그러면 그것은 저것인가? --- ;;

    정답은 이것도 그것도 저것도 뭣도 그런게 아니라는 거!^^

    암튼 중론과 금강경 덕분에 세상에 뭔가 한겹이 훅~ 날아간 것 같습니다. 

    (얼른 두 번 더 읽고 메모 써야해서 이만 ~ㅋ )

  • 2021-04-11 08:42

    우리의 수행이 공부임을!!이라는 말이 확 와닿네요!

    공부하는 것이 수행이라고 생각하고 언어가 주는 논리와 의미를 따지고 파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언어 너머의 깨달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ㅎㅎ 자꾸 어렵지만,

    자꾸 읽다보면 알게 되겠죠^^

  • 2021-04-11 22:47

    '원문을 세번'이라고 했지만, '세번'이 물리적인 세번이라는 의미는 아니겠죠^^

    전 '가능한한' 열심히 하고자 한다는 의미의 '세번'이라고 '오늘'은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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