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영성2> 5회차 후기

메리포핀스
2020-07-03 00:37
73

어떤 책은 내 인생에서 꼭 읽어봐야지 하고 다짐하는 것도 있지만 어떤 책은 과연 읽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막막함에 섣불리 엄두를 못 낸다. 『바가바드 기타』가 후자에 속하는 책이다. 간디와 비노바바베가 늘 품고 다니던 책이라 궁금했지만 내가 닿을 수 없는 어떤 심오한 세계이러니 하고 한쪽에 미뤄 두었었다. 막상 책을 접하다보니 정말 내가 닿을 수 없는 심오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뭐 처음부터 낱낱이 모든 걸 알겠는가! 길게 보면 아직 50년은 더 살 것이니 일단 읽어두고 천천히 씹어보자.
이 책의 가장 기막힌 장면이 있다. 바로 시작점에서의 설정이다. 주인공 아르주나는 쿠루크셰트라 들에서 싸움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싸움의 대상이 스승들과 일가친척들이었으니. 나팔이 불리고 활이 막 날아가려고 하는 찰나에 아르주나는 마부인 크리슈나 신에게 도저히 전쟁을 할 수 없다고 푸념한다. 그들을 죽이는 건 죄를 짓는 것이며 가족의 파괴는 무법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며 슬픔에 주저앉는다. 사실 아르주나의 고민은 가족주의에 빠져있는 우리들의 고민과도 어쩌면 닮아 있다. 그렇다면 크리슈나는 뭐라 말했을까? 바로 망령된 생각이라며 크샤트리아족의 의무인 싸움을 하는 것보다 더한 선행은 없다며 전쟁하기를 종용한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렇게 이 책은 극적인 긴장감 속에서 아르주나의 고민과 함께 그 설정이 유지되며 크리슈나 신의 설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럼 크리슈나는 어떻게 전쟁의 정당함을 설하고 있을까? 첫째는 샹캬 요가를 말한다. 상캬는 아뜨만에 대한 지식과 이론으로써 궁극적 실재인 영원한 참에 서라고 한다. 모든 몸 속에 들어 있는 아뜨만은 영원하고 상함을 입지 않으므로 크샤트리아의 의무인 싸움의 선행을 하라고 독촉한다. 두 번째는 카르마 요가를 말한다. 즉 희생을 위한 행동. 집착을 떠난 이 브라마에서 나오는 희생을 위한 행동을 하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즈나나 카르마 산야사 요가를 말한다. 즈나나는 지식을, 카르마는 행위를, 산야사는 행위의 포기를 의미한다. 크리슈나는 행위가 무엇임을 반드시 이해하여야 하며, 비행위가 무엇인지, 무행위가 무엇임도 이해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행위 속에 무행위를 보며 무행위 속에 행위를 보는 자는 사람 중에서 깨달음을 얻은 자로써 그러한 사람이 요가를 닦는 사람이요 모든 행위를 완성하였다고 한다. 요가에 의하여 모든 행위를 내버리고 지식에 의하여 의혹을 헤쳐버리고 자신의 자아를 소유하고 있는 자는 행위가 얽어매지 못하므로 지혜의 검으로 무지로부터 나와 가슴속에 박혀 있는 의혹을 잘라버리고 요가에 머물기를 요구한다. 네 번째는 내버림의 요가를 말한다. 이것은 내버림의 기초 위에서 하는 행위의 높은 수준에서 가지는 신령한 의식 속에 있는 영원한 자유의 상태를 보여주며 신령한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동시에 신령한 의식에 이르려면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다섯 번째는 진정한 요가이다. 크리슈나는 요기가 만일 하나됨에 굳게 서서 만유 안에 들어 있는 나를 공경한다면, 그는 어떠한 방식의 살림을 살더라도 나를 사는 것이라 하며 자아로써 봄으로 인하여 일체를 즐겁거나 괴롭거나 평등으로 보는 이를 최고의 요기라 한다. 크리슈나는 요기는 고행자보다 위대하며 지식 있는 자보다 행동하는 자보다 더 위대한 존경을 받는다며 아르주나에게 요기가 되라고 한다.
그 후 크리슈나와 아르주나의 문답은 과연 어떻게 이어질 것이며 아르주나는 과연 전쟁을 실행할까 아니면 하지 않게 될까? 아르주나의 설정은 마치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런 상황과 고민이 나에게도 던져졌을 때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질문 안에서 나를 늘 들여다봐야할 것 같다.

다음주는 <바가바드기타> 7~11장, <브리하드아란야까 우파니샤드> 3~4장까지입니다. ^^

댓글 3
  • 2020-07-03 13:19

    그동안 읽은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 주시니 좋네요
    주중에 희미해진 기억들이 명료해 집니다

  • 2020-07-03 14:10

    와~ 머릿 속에 착착 정리 되는 느낌이에요.
    아르주나와 크리슈나의 대화가 주는 긴장감 저도 흥미롭덜고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 2020-07-03 21:07

    시즌1에서 우리가 읽은 텍스트들을 잇는 핵심단어가 뭐였을까라고 생각하면 저는 회심(metanoia)이 떠오릅니다.
    무엇보다 바울의 회심과 은총의 사건이 기억에 남네요.(물론 여기에서 회심과 은총, 사건은 또 각각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줍니다.)
    이번 시즌에서는 브라만과 아트만이 강조되는가 하더니 <기타>에서는 '요가'가 매우 중요한 개념어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가바드기타>를 읽다보면 요가 없는 지혜, 해탈, 구원, 지복이란 당최 불가능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바가바드기타>의 요가는 우리의 뇌리에 깊게박힌 신체단련=요가와는 정말 거리가 멉니다.
    우리의 핵심어가 된 요가는 몸과 마음을 분리하지 않습니다.
    감각기관을 제어하는 것과 마음을 집중하는 것은 서로 깊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또 하나 요가는 우리의 예상을 깹니다. 그것은 나의 몸이나 나의 마음에 집중하는 것이 아닙니다.
    요가의 집중-삼매는 오히려 나를 포함하여 어떤 대상에 대한 집착을 없애는 것이고,
    나와 대상 사이의 분별을 없애고 분별 이전의 상태 혹은 분별을 초월하는 상태를 지향합니다.
    또 <기타>에는 하나의 요가가 아니라 수없이 많은 요가들이 등장합니다.
    상키야요가, 카르마 요가, 즈냐나 요가, 산야사 요가, 드야나 요가, 브라만 요가, 박티 요가 등등 이렇게 다양한 요가가 설해진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런 다양성 속에서 우리는 어떤 통일성을 발견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통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에 대한 관용을 포착해야 하는 걸까요?
    <기타>가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데 <우파니샤드>와 <바가바드기타>를 읽으며 우리 각자는 어떤 요가를 하고 있는 걸까요?
    이참에 우리의 공부가 요가가 되고 있는지, 우리를 요기로 만드는 공부란 어떤 것일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브리하드아란야까 메모에 덧붙여 바가바드 기타에 대한 자신의 질문도 메모해 오는 것 잊지 마세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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