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지마니까야 8회차 후기

병아리
2019-08-24 01:49
335

 여기저기서 안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고 주변 풍경은 무채색으로 변해있다. 정신없이 살다가 노쇠해지고 이내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는 게 삶인 걸까. 붓다가 느낀 게 이런 것이었나. 어쩐지 심정적으로 가까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나는 삶을 긍정하고 싶다. 게다가 최근 명상수행을 다녀오고 여러 불교 팬들을 지켜본 이후 내가 과연 불교와 맞는 걸까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도그마에 빠진 것 같고 누군가는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누군가는 의심스러울 정도로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해석한다. 저마다의 욕망에 따라 같은 경도 달리 보인다. 이러면 논의와 토론이 무슨 소용일까. 어차피 사람 생각은 잘 안 바뀌는데. 나는 나대로 분위기 때문에 의견을 솔직하게 내놓지 못한다. 불교에 대한 혼란과 토론에 대한 혼란. 두 축에서 시작한 선은 도가(道家)를 소실점으로 만났다.

 그림님은 경에서 쑤바가 ‘재가자가 출가자보다 낫다.’고 주장하는 대목에 대한 생각을 가져오셨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붓다가 논파하고 이긴다. 그림님 메모를 보며 이전에 명상수행에서 스님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나는 스님에게 ‘마음이 한없이 넓어지고 싶다.’고 말했다.(이제 보니 나는 교만한 사람이다) “그러려면 출가하게.” 세속에 있으면서 마음이 한없이 넓어지려는 것은 불경에 나와있듯이 솜을 지고 강을 건너는 소와 같다는 것이다. 역시 불경에는 여러 가지 주옥같은 비유가 많이 나온다. 나는 튼튼한 근육질의 소가 되어야겠다.

 도라지님은 고따무카의 경에 대한 메모를 가져오셨다. 경에 나온 것처럼, 날개를 유일한 짐으로 하는 새처럼 집착을 내려놓고 싶다는 말씀이었다. ‘밥 먹으면서 소화시킬 것을 걱정하고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을 걱정한다. 이 모든 고통이 마음에 좋은 것과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가려 분별하는 집착에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좋은 말씀인 것 같다. 그게 현실의 문제가 아닌 마음의 문제라면 말이다.

 미르님은 이번에도 역시 여러 재미난 생각과 감상들을 가져오셨다. “불법은 선악과 무관해요. 그래서 아내와 아이를 두고 출가하는 것이 가능한겁니다.” 아하. 역시 불교는 역겨운 거였구나.

 잎사귀님은 교만함이라는 테마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제목으로 자신과 까빠티까를 비교하며 스스로의 교만함을 반성하는 메모를 가져오셨다. 여기에 미르님도 자신의 교만했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셨다. 문득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대가 비도덕적일 때, 오직 그때만이 도덕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그대가 제대로 된 인격을 갖고 있지 않을 때, 오직 그때만이 인격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리고 겸손하지 않을 때 겸손을 생각한다. 겸손해지려는 마음조차 스스로에게 보이는 가면이다.

 아쉽게도 이번에 요요님께서 피치 못할 상황으로 자리를 비우셨다.

 이 모임이 아니었다면 불경을 읽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니까야 모임에 참여함으로써 내가 얻은 것은 많은데 나 자신은 출석과 메모, 후기까지 부족함을 많이 보였다. 그래서 미안하고 그럼에도 늘 따뜻하게 대해주신 구성원분들에게 그리고 요요님께 감사하다^^.. 이제, 노자를 읽어야겠다.

댓글 3
  • 2019-08-25 12:57

    앗~ 제가 넘 익숙한 방식대로 붓다를 읽었나 보네요.
    무아가 뭘까 골똘히 생각하다보니 저 자신에게 또 집착하게 된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알싸한 만큼 정신이 번쩍~ ㅎㅎ
    사람 마음이 잘 안 바뀌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단정 지을 순 없으니 계속 귀를 열고, 마음을 여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내게 말을 거는 붓다에 집중함과 동시에 내가 듣지 못하는 붓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2019-08-26 11:43

    오잉? 지난 세미나에 왜 연락도 없이 안 왔냐고 혼내려고 했는데..
    병아리님의 후기는 분위기가 마치 작별인사처럼 읽히네요.
    뭐랄까, 그동안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이야기를 어렵게 꺼낸 것 같아서 더 꼼꼼히 읽어야 할 것 같고
    또 몇가지 표현들에 대해서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느라 얼른 댓글달기가 쉽지 않군요.^^
    하하 불교에 맞는 사람, 안맞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요?
    저는 불경에서는 불교의 사유를 배우고, 노장에서는 노장의 사유를 배우면서
    지금 여기에서 잘사는 길을 찾아나가는 거라고 봅니다만..
    니까야 속에는 수많은 맥락 속에서 나온 말들이니 만큼 여러 결들이 혼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고귀한 성전이어서 한 글자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기에 다양한 해석이 공존하는 것도 어쩔 수 없고,
    또 각자의 현재적 문제의식으로 고전을 재해석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봐요.
    우리는 세미나에서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질문을 만들어 나간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렇게 단답형으로 말할 수 없는 것들, 요약할 수 없는 것들, 우리를 헷갈리게 하고 멈추게 하는 것들에 대해
    함께 또 각자 숙고하고 서로에게 묻기 위해서 세미나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음.. 너무 뻔해서 하나마나한 이야기인가요?^^)

  • 2019-09-02 19:05

    역겨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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