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지마니까야 여섯번째 후기

요요
2019-08-02 15:47
90

오늘로 마음세미나 시즌2는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1,600쪽이 넘는 맛지마니까야를 900페이지가량 읽었네요.

읽은 양으로 보면 어마어마 하지만 읽은 것 모두를 기억하는 것도, 이해한 것도 아니니 양이 중요한 것은 아닌 듯합니다.

시즌2를 시작하면서 매번 한 두 경이라도 꼼꼼하게 읽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마음 속에 이런저런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각자 메모를 쓰면서, 또 세미나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동학들에 의지하여

각자의 마음 속에 발자국 하나 찍으면서 그것으로 한 발 한 발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늘은 수행승의 품에서 2개 경, 유행자의 품 10개 경을 읽었습니다.

 

저는 밤의 식사를 하지 말라는 붓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야식을 계속 먹겠다고 고집하는 수행승 앗싸지 등과 관련된 <끼따끼리 설법의 경>에서

붓다가 강조한 '스승에 대한 믿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붓다의 가르침은 믿음이 아니라 이해와 실천, 증득을 중시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경에서 놀랍게도 붓다는 말을 듣지 않는 제자들에게  스승을 믿고 따르지 않는다고 책망합니다.

<훌륭한 가문의 우다인에 대한 큰 경>에서는 믿음에도 조건이 따른다고 설하여 붓다가 말하는 믿음의 정체를 이해할 단서를 제공합니다.

그 조건이란 바로 금욕적인 생활이 아니고 탁월한 계행과 탁월한 가르침과 탁월한 지혜라는 것입니다.

믿음은 언제나 조건적이라는 것. 그러나 그 조건은 ~을 하지 않고 금욕하는 스승의 모습이 아니라, 법의 탁월함이 근거라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가르침이 탁월한지 아닌지는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내가 그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겠지요.

 

도라지님은 <수행자 만디까의 아들에 대한 경>에서 주제를 발견한 메모를 써왔습니다.

욱가하마나는 몸으로 악한 행위를 하지 않고, 악한 말을 하지 않고, 악한 의도를 품지 않고, 악한 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

정복할 수 없는 수행자의 진면목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붓다는 그것은 어린아이와 같은 상태를 수행자의 최고의 경지로 말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논파합니다.

붓다는 불선업을 짓지 않는 것이 아니라,

10가지 배움을 뛰어넘는 원리(8정도+지혜와 해탈)를 성취할 때야 비로소 정복할 수 없는 수행자가 된다고 가르칩니다.

도라지님의 메모를 통해 저는 ~을 하지 않는 것, 업을 쌓지 않고, 행을 하지 않는 것이 수행자의 삶이 아니고

수행자 역시 적극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면서 사는 존재라는 것,

삶을 능동적으로 끌어안는 것이 수행자라는 것을 붓다가 강조했다는 것을 새삼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잎사귀님 역시 같은 경에서 메모의 주제를 찾았는데요.

선하고 건전한 의도와 습관도 알아차리고, 소멸하는 길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을 숙고한 글을 써왔습니다.

저 역시 그 부분을 몇차례 반복해서 읽으며 그 뜻을 이해하려 애썼던 부분인지라 

잎사귀님의 메모를 통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어 참 좋았습니다.

그림님도 우리가 일상에서 스스로 '착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행위를 하지만,

결국 그것에 속박되어 괴로움을 겪는 실례를 들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이 주제는 아주 실감나는 것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림님은 <디나나카의 경>을 통해 붓다가 말하는 올바른 견해가 무엇일까를 메모로 정리했습니다.

살아있는 존재인 한 무엇인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존재인 한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한 견해를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견해를 가지는 것과 '이것만이 올바른 견해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것이겠지요.

또 서로 다른 견해를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불화와 다툼으로 끝이 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세상에는 그런 경우도 많습니다만^^)

붓다는 이것만이 올바르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견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말해줄 뿐입니다. 

서로 견해가 다르면 불편함을 느낄 때가 많지만, 만일 서로 다른 견해가 없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메마르고 황량해질까, 생각해 봅니다.

 

미르님은 메모를 가장 먼저 올렸지만 맨 마지막에 메모를 읽는 양보의 미덕을 발휘했습니다.^^

미르님 덕분에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복습할 수 있었습니다만

시간에 쫓기다 보니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끼따끼리 설법의 경>에서 지혜의 성취는 점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붓다의 설법을

돈오돈수에 대한 논쟁과 관련지어 논의해 보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냥 넘어갔네요.

언젠가 또 기회가 있겠지요.

 

도라지님과 잎사귀님이 세미나에 늦어지는 바람에 오늘은 저와 미르님 사이에서

지난 세미나에서 이어지는 상수멸의 개념 정의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음.. 미르님이 말한 상수멸은 9차제정의 멸진정이 아니라 아라한의 해탈에 대한 이해였기 때문에 

개념과 관련해서는 약간 핀트가 어긋난 점이 있기도 했습니다.

(저는 입정, 출정으로 상수멸을 이해할 때 이것은 선정상태에 대한 정의다라고 주장했습니다만

그러나 미르님의 문제제기에는 상수멸이라는 표현이 어떤 의미인가, 왜 이런 개념을 쓰는가, 라는 핵심 포인트가 있기는 합니다.)

해탈이나 열반을 초월적인 것으로 간주하거나, 표현 불가능한 것으로 보는 입장이 있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 이런 입장에 대해 미르님은 아주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고

미르님이 말한 우리는 부처이기도 하고 중생이기도 하다는 말의 의미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공부하면서 계속 알아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음 기회에 좀 더 탐구해 보고 싶군요.^^

 

다음주에는 결석하는 사람도 늦는 사람도 없이 제 시간에 잘 시작할 수 있게 되기를!

 

 

 

 

 

 

 

 

 

 

 

 

 

댓글 3
  • 2019-08-02 16:36

    와우 순식간에 역대급 더 빠른 후기를 올리셨네요.
    상수멸에 대한 다른 생각들 재밌었습니다.
    세미나에서도 여러가지 제가 놓친 다양한 관점들, 생활 사례들
    이런 다양성이 삶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들어 재미난 세상!

    p.s 홈피도 완전 세련되졌네요..전에는 약간 초딩작품 느낌이었는데..ㅋㅋ

  • 2019-08-03 20:58

    저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회의감이 무엇인지 솔직히 바라봐야 할 것 같아요.
    착하고 건전한 상태가 의외로 간단하게 생활 속에서 드러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네요^^
    그렇게 한 번 두 번 이해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다 보면 그런 시간이 늘어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드네요.
    실천을 위해 공부한다는 것을 다시 새기는 시간이었습니다.

  • 2019-08-08 22:36

    새 홈피에 처음 댓글을 다네요. 뭔가 신기함. ㅎㅎ
    지난 주에 늦는 바람에 재밌는(?) 이야기를 놓친것 같아요. 이래서 지각하면 안 돼요~~~ㅠ

    니까야는 계속 넘어가는데 뭔가 (머릿 속에) 쌓여있는게 없는 것 같아서 좀 우울해지려고 합니다.
    하지만 삶의 방법에 대한 답들이 다양하게 쌓여가는 것 같기는 하다는 생각에 힘내서 메모를 올리고 세미나에 가고.
    좀 더 두고보려구요. 뭐가 돼 있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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