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병을 만든다>후기

새털
2019-04-2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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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세미나(많이들 양생세미나라 부르지만 나는 꿋꿋이 혼자 인문약방세미나라 부른다! 브랜드에 대한자부심^^)는

<몸과 문화>, <아파야 산다> 이후 일리치의 <병원이 병을 만든다>3번에 걸쳐 마쳤다.

우리 세미나는 둥글레, 게으르니, 백승희님, 그리고 나로 구성된 소수정예 세미나로

사정이 있어 한 사람만 빠져도 세미나가 휑하니 비어보이는 단점이 있다.

개나리 진달래 피고 벚꽃 흩날리자, 비가 오락가락하는 봄날의 날씨처럼

다들 피치못할 사정들이 있어, 전원합체 세미나가 힘들었다.

와중에 게으르니는 팔에 깁스를 했다. 

해서, 세미나 후기를 그동안 올리지 못하고 지나왔는데, 그게 내내 마음에 걸려

그간 휴지기에 들어갔던 후기를 오늘 다시 시작해본다^^

일리치의 <병원이 병을 만든다>는 70년대 초에 발표된 책인데,

책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묵시록적 예언들이 오늘날 거의 현실화되어 있어

세미나 내내 우리는 더욱 참혹했다.

보통 4~5줄에 이르는 복잡한 문장을 읽으며 번역을 탓하고

일리치의 독특한 수사법에 감탄하고

단호박으로 밀고가는 일리치의 직관에 공감하면서도

가장 큰 느낌은 '심란함'이다.

쉽게 말하면, "~뭐 어쩌라구!"이다.

의학이 경험과 직관과 기술이 녹아든 장인의 범주가 아니라 과학의 제단으로 올라가 종교가 되고, 

전문가의 장벽은 견고하게 우리를 '병원의존증환자'로 만들고 있지만

그들에게 위임된 그리고 이제는 통제받고 살아가는 우리가

우리의 자율성을 어떻게 되찾아올 수 있는가?

견고한 '건강=행복 이데올로기'에 반해 우리에게 자율성을 되찾기 위해

미세먼지가 가득한 거리를 마스크 없이 활보하고

조현병 환자와 이웃에 살며 범죄공포에 시달리는 일,

불안과 공포로 얼룩진 건강하지 못한 라이프스타일을 감수할 수 있을까?

고통, 질병, 죽음을 회피하고 살아가면서 고통에 취약해지고 무능해진 우리는

참혹할 정도의 파괴(히로시마 원폭)가 아니면 자극을 느끼지 못하는 마비상태에 있다.

일상에서 고통을 제거할 때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것은 끔찍한 폭력의 스펙타클이다.

이런 절망적인 상태에서 살 수 없다고 절실히 느낀다면, 

우리는 의존증과 무능력과 마비에서 깨어나 대책을 강구하게 될까?

아직은 살만하기 때문에 망상을 붙잡고 있는 것일까?

영화 <US>를 보고 심장이 한번 쫄깃해져봐야 할까.....

세미나는 일리치의 책을 반증해주는 무수한 사건들에 대한 성토로 이어지고 있다.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열악한 촬영현장에 관한 뉴스를 바라보며

게으르니는 무수한 촬영스텝들 가운데 하나는 실시간으로 사태를 외부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미지옥 같은 문화산업의 먹이사슬 맨아래에서 터져나온 폭로가 쉽게 묻히지 않을 수 있는 

실낱 같은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둥글레는 제약회사의 동물실험에 대해서 당연히 생각해왔는데

만약 동물실험이 금지되었다면, 아마도 다른 방법을 찾아보게 되지 않았겠는가 반문했다.

무력감에서 벗어나 이런 가능성들을 찾아보고 감행해보는 것! 

내가 만약 망상에 빠져 있지 않다면 해야 할 일이다.

망상의존증에서 벗어나야 하는데....행동이 굼떠서 젠장젠장젠장!

일단 날렵해지고 볼 일이다.

다음주부터는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시작합니다.

다음주만(4월 26일 금요일) 세미나시간을 1시로 옮깁니다.

이후엔 3시로 돌아갑니다^^

글고, 제주도로 목포로 탄천으로 이름만 거론되다 성사되지 못한

인문약방팀의 '걷기'도 5월엔 꼭 실현해봅시다~

댓글 1
  • 2019-04-20 18:18

    다 바꾸진 못하니까 '줸장줸장줸장' 아닐까?

    그래도 쬐금씩, 지지리 궁상으로 꿋꿋히, 할 수 있는 것부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는 총 4번으로 나눠서 읽읍시다.

    ~ 120(1부), ~264(2부 1~9), ~405(2부 10~14), ~571(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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