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노래> 3부 후기

새털
2019-08-25 19:00
207

요즘 양생세미나에는 "내가 발제하는 부분이 제일 재미있다"는 독특한 현상이 있다.

이유야 알 수 없지만, 발제를 맡았으니 좀더 신경써서 읽게 되고, 뭐라도 정리하려면

읽은 내용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해보게 돼서 그런 것이 아닐까...짐직해본다.

나는 <몸의 노래> 3부의 발제를 맡았고, 6장에 나오는 '바람'으로 동서양의 철학과 의학을

꿰뚫는 저자의 직관에 감탄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좀 과하지 않은가..."라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여,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아! 이렇게 다르게 느낄 수도 있구나!!

 

<의학이란 무엇인가>와 <몸의 노래> 두 권의 책의 문제의식도 이런 것 같다.

동양과 서양의 의학은 왜 다른 방법론을 채택하고 다른 체계를 가지게 되었을까?

우리의 몸은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보이고, 우리가 꾸려가는 일상도

원숭이와 인간의 차이만큼 다르지 않고 비슷할 텐데...몸과 질병을 바라보는 시선과

치유의 방식은 왜 커다란 차이를 보이게 되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저자들의 추론이다.

 

해서, 참 두 권의 책을 읽는 동안 지식이 많이 늘었다. 로마시대 의학연구자 갈레노스의 이름을

매주 듣고 있고, 중국 최초의 의서 <황제내경>과 음양오행에 대해서도 이웃집 개똥이처럼

친숙하게 듣고 있다. 물론 내용은 잘 모른다. 매주 듣다보니 마치 잘 알고 있는 듯한

착각 혹은 알아야 되는 듯한 의무감 등이 느껴지지만, 아직은 '글'로 보지 않으면 '말'로 나오지 않는

저급한 수준이다. 이런 우리의 학습능력에 반장님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시지만,

나는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모든 공부의 진리를 믿는다. 

 

각설하고, <몸의 노래> 3부에 대해 정리해보자면,

사혈의 방식이 서양의학에서는 꽤 오래 주요한 치료법으로 이어졌는데,

동양의학에서는 그 중요도가 사라지게 되었는가 하는 점과 

'바람'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차이이다.

서양의학에서는 피가 정체되면 질병의 원인으로 보았기 때문에

사혈을 치료와 예방의 차원에서 장려했다. 그러나 동양의학에서는

"기가 모인 것이 생이고 흩어진 것이 죽음이다." 라는 <장자>의 경구처럼

'흩어지는 것'에 대한 경계와 우려가 있어 사혈의 맹맥은 이어지기 힘들었다. 

 

6장에서는 오늘날 지리와 기후에 의한 바람을 질병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현대인이 별로 없는 것과 달리

고대에는 동서양 모두 자연적 바람을 질병과 건강의 주요한 원인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차츰 서양에서는 외부원인에 의한 '우연적 요소'로서의 바람은 과학의 영역에 있지 않다고 생각했고

몸의 내부원인과 요인이 과학으로서의 의학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구축하게 된다.

오늘날 날씨와 지리를 질병의 부차적 원인으로 고려하는 생각은 이러한 변천의 영향이다.

동양에서는 바람은 지리에 따른 공간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시기와 때를 다룬 시간적 개념으로

중요시 되었다. 곧 이 바람은 변화를 말하기 때문이다. 몸의 변화는 성장을 가져올 수도 있고

질병을 가져올 수도 있다. 삶에 있어서도 변화는 긍부정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변화해야 하고, 잘 변화해야 한다.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는 곧 철학적 질문이며 양생법의 발명을 요청한다.

이 철학적 질문을 '몸'이라는 장소에서 고민해보는 일!

지금까지는 애매하고 모호하지만....신선한 측면이 있다.

'네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몸이 말해준다.'

똥배가 뽈록 나온 네 몸을 살펴보라. 너의 공부와 생활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예전 사람들은 불어오는 바람과 사람의 안색만으로도 질병의 위험을 감지했다.

그런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을 오늘날 우리는 과학기술과 생활의 편의에 의해 잃어버렸다.

요즘은 바람이 세게 불고 비가 많이 온다고 일상생활이 꾸려지기 힘든 시대가 아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바람과 비에 대해 무덤덤해졌다.

<몸의 노래>를 읽다보면, 고대인들의 발달된 후각과 촉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좀더 '짜릿하지 않을까?' 하는 환상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코를 좀더 벌름거려보고 있다.

 

다음 시간에는 <동의보감>(안도균 저) 1~3장까지 세미나합니다.

발제는 둥글레!

 

 

댓글 2
  • 2019-08-26 11:25

    동양에서는 바람은 지리에 따른 공간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시기와 때를 다룬 시간적 개념으로

    중요시 되었다.
    :저자의 이 관점을 읽으면서 주역괘에 風이 겸손으로 읽히면서 길하다는 괘사로 풀이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떠올렸습니다.
    다음 책 동의보감 리라이팅한 책에서는 또 어떤 관점이 우리를 일깨울지 궁금^^

  • 2019-08-30 14:32

    동의보감을 읽다보면 바람 대신 다른 것이 마음에 들어오게 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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