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문이 예술> 겨울특강 3 & 4차시 후기

동은
2022-01-28 02:58
366

     이번 수업의 주제가 <고대유물의 저주를 풀어라>인 만큼, 슬슬 저주를 풀기 위한 준비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유물이 다시 사용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러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3회차에는 삼발솥이 쓰이던 제사를 집행하던 제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현대의 제사는 집안의 조상을 기리기 위한 일입니다. 고대에도 조상을 기리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제사]라는 행위가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달랐습니다. 예전에는 제사란 나라에서 왕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으니까요.

고대인들은 어떤 질문을 했을까요? 아마도 농사를 짓는 일이 가장 중요했을 겁니다. 언제 씨를 뿌릴지부터 언제 추수를 하면 좋을지, 혹은 옆나라와 전쟁을 치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왔을 때 어찌 해야하는지 등등을 조상에게 물으며 답을 구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사를 집행하는 사람은 하늘이 하는 답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하늘이 하는 답을 알아차리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제사장]이란 그런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저희는 그런 감각을 가지기 어려우니 이 대비책으로!!! 바로 가면을 준비했답니다.

 

 

 

 

    고대 사람들이 쓰던 가면은 이렇게 생겼는데요, 이 순금가면은 무려 5000년 전에 사용되던 것이라고 합니다. 시기로 보았을 땐 지난 시간에 찾았던 삼발솥보다 2000년정도 더 오래된 물건인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대 유물들 중에서 가면이 발견된 주변에는 언제나 삼발솥같은 그릇들이 함께 발견됐다고 해요. 그렇다면 이 가면이 고대인들이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것이라는 걸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면을 가져온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가면假面의 한자에 숨어있는 의미 때문입니다. 가면은 흔히 [가짜얼굴]이라고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른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假는 사람亻과 빌리다叚라는 뜻이 합쳐진 글자입니다. 이 [빌리다 叚]는 암석을 캐고 있는 손을 표현한 글자인데 고대사람들은 산에서 돌을 캐오는 것이 단순한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빌려온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굴面]의 갑골문을 살펴보면 面 속에서 눈目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눈과 눈이 있는 얼굴을 표현한 글자인 샘이죠. 그런데 이 한자도 단순히 얼굴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얼굴뿐만 아니라 표정, 그사람의 눈빛 그리고 행동을 의미하기도 하죠.

그러니 저희가 제사를 준비하면서 가면을 쓰는 것은 저희가 제사장의 행동을 빌려온다는 의미도 있는 겁니다.

 

    이렇게 얼굴 면面에 여러 의미가 있다는 것은 고은쌤이 알려준 논어 문장을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고은쌤이 이번 시간에 알려준 문장은 바로 [자왈 옹야 가사남면子曰 雍也, 可使南面]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옹이라고 하는 새로운 인물이 나왔는데요, 옹은 가난하지만 좋은 성품덕에 공자에게 너는 [남면할 수 있다可使南面]는 이야기를 듣죠.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남면南面이 어떤 뜻일까요?

 

    남면은 바로 군자를 의미합니다. 유가에서는 덕을 통한 정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다스리는 사람에게 덕이 있으면 그가 가만히 남쪽을 보며(남면하며) 있기만 해도 마치 북극성을 둘러싸고 회전하는 별들처럼 세상이 움직인다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공자는 옹이 덕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남면하여 정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라고 한 것이죠.

 

     과연 어떻게 남쪽만 보고 있는데 알아서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고 했던 걸까요!? 물론 왕이 동상마냥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을 겁니다. 왕의 시선과 표정, 그리고 행실에 덕이 묻어나왔던 것이겠죠?

 

 

 

 

     4회차에는 고은쌤과 함께 군자에 대한 상상력을 펼쳐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군자君子를 중심에 두고 친구들과 마인드맵을 작성해보았는데요, 군자를 중심으로 배운 [군자불기君子不器]와 [가사남면可使南面]의 의미를 조금 더 주변과 밀착시켜 생각해보고자 했습니다. 예를 들면 [불기不器]는 오히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그릇이니 어떤 상황에도 잘 대처하는 순발력이나 혹은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치 녹은 치즈처럼, 나른한 고양이처럼 말이에요! 또한 [남면南面]하고 있는 북극성 같은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했는데요. 어떤 친구는 가족이 할머니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북극성 같은 사람이 할머니라고 한 답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어서 저와는 지난 시간에 만들었던 바싹 마른 삼발솥과 가면을 색칠하고 꾸미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열심히 만들다보니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만들어지진 않았는데 아이들은 무척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강의 시간에 지루해하며 떠들던 아이들도 활동을 하면 아주 조용히 집중한답니다. 밋밋해보이던 지점토에 색을 칠하니 제법 구색을 갖춰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잘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두 수업을 하나로 엮다보니 분량이 길어지긴 했네요.

다음에 학기가 시작하기 되면 성실히 후기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꼭이요!!

 

 

 

댓글 2
  • 2022-01-28 11:07

    활동이 계속 이어지네요. 아이들이 큰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분 들겠어요.

    덕분에 좋은 방학활동 하면서 3주 알차게 보냈습니다. 관련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2022-01-28 16:38

    아이들이 한 활동이 어떤 의미였는지 상세히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고 알찬 3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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