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 세미나] 슬픈 열대 6부 후기

micales
2022-01-2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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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비스트로스의 <슬픈열대>는 꽤 두꺼운 책이다. 무려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자랑하는 이 책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술술 읽혔다(난 레비스트로스가 철학자인줄 알았다). 아무래도 레비스트로스가 자신이 민족학자로서 떠난 여행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보니, 그리고 그것도 장르를 쉽게 규정할 수 없는 구조로 쓰고 있다보니 처음에는 읽기 힘들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나서는 오히려 이러한 이러저리 뻗어나가는 일종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더 편해지게 된 것 같기도 하다.

 

 6장에서 레비스트로스는 브라질의 열대에 살고 있는 부족들 중 하나인 보로로족을 만난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보로로족을 만나기 위해서 쿠이아바에서부터 험한 여정을 시작하는데, “험난한 길을 뚫고 나가기 위하여 한없이 캠프를 치고, 물건들을 내렸다가는 다시 싣고, 도로에 판자를 한없이 깔면서 전진하다가 피곤에 못이겨 맨땅바닥에 드러누워 잠이 들었다가도 한반중에 몸 아래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깨어보면, 흰개미들이 우리의 옷을 뚫고 들러오려는” 여행을 계속한 끝에 그는 마침내 보로로족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이들은 (우리가 '미개인'이라고 지칭하며 가리키는 '단순함'과는 다르게)굉장히 복잡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구조는 '세라'와 '투가레'라는 부족이 각각 세 가지(상,중,하)의 등급으로 나뉘어지며, 서로가 상대의 일을 챙겨주고 사로 결혼을 함으로서 상보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카스트와는 다른 제도였는데, 비록 '투가레'가 강함을 뜻하고 '세라'가 약함을 뜻했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함으로서 단순한 수직관계가 아니었다(각자 혈족에서는 권력의 수직작인 관계가 적용되었지만 말이다).

 

 보로로족들은 현재의 우리와는 다른 죽음과 삶에 대한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모리'라고 하는, 자연으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빛을 갚게 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누군가 죽을 때마다 자연에서 평소에는 신성시 하며 사냥하기를 꺼려하는 표범을 잡음으로서 자연이 대가를 갚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들 또한 죽음을 단순한 개체의 소멸로 보지 않았고 오히려 전체가 지속되는 한 살아있는 개체는 부분으로 봄으로서 모종의 정신적인 존재를 구성했다. 이들에게 있어서 영원하게 존재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도, 물리적인 부락의 건물도 아니다. 이들에게는 부락의 형태가 지속되는 한 생명이 유지가 된다.

 “만약 내가 보로로족에게는 자연사와 같은 것이 없다고 말한다면, 나는 내 생각을 완전하게 표현하지 못한 것이다. 왜냐하면 보로로족에게서 한 인간은 한 개체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이다. 인간이란 사회학적 우주의 부분이다. 영원하게 존재하는 인간의 부락은 물리적 우주와 함께 천체와 기상학적 현상과 같은 다른 살아 있는 존재를 구성한다.”

 

 나는 이번 장을 읽으면서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고, 동시에 레비스트로스가 표현하고 있는 현대의 문명을 만나지 않은 이들이 같은 현상, 이를테면 죽음과 같은 것에 대해서 이러한 다른 관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서 놀랐었던 것 같다. 또한 이들에게는 인간이 개체이며 이들이 계속해서 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부락의 형태 자체가 유지되는 것이 개체가 살아있는 것이라는 사실이 여러가지로 생각을 많이 하게 했었던 것 같다. 아마도 레비스트로스가 민족학자의 직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여행과 직접적인 탐사를 동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책의 서두를 시작하면서도 여행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또한 자기자신도 탐사에 떠났던 것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어딘가에서 '우리'와는 다른 형태의 문명을 발달시켜오던 이들이 어떠한 개념들을 가지고 살아나가고 있는지 접할 때마다 내가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다른 바깥의 시선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비록 내가 브라질에 가서 보로로족들을 만날 수는 없겠지만, 레비스트로스의 생생한 문체로 이를 읽어나가면서 나를 내가 아닌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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