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뭐라고 ? (<아젠다> 20호/ 2022년 1월 / IN&OUT)

송우현(코코팰리 혹은 김왈리)
2022-01-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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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이 이슈다. 이 말을 하는 나 자신도 어색하다. 그만큼 나는 대선에 관심이 없고, 정치나 시사 이슈들에 어둡다. 그런 내가 대선에 관한 글을 쓰게 되다니 너무 어이가 없지만, 그런 김에 내가 왜 이렇게 정치에 관심이 없는지, 내 주변의 20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해볼까 한다.

 

  내 삶이랑 정치랑 무슨 상관인데

 

 

   난 정치 자체에 비관적이라기보다는 정치와 내 삶이 완전히 분리된 것처럼 느낀다. 파란색 정권일 때나 빨간색 정권일 때나 내 삶에서 체감한 차이는 없었다. 물론 알게 모르게 정책에 따른 혜택과 불이익을 받은 적도 있었겠지만, 그걸 정권의 영향으로 연결 지어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다. 법을 잘 지키며 살아온 것도 아니고(나는 무단횡단을 자주 한다), 오히려 법을 이용하면서 군대도 면제받았으니(중졸 학력으로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는데, 그마저도 장기 대기자로 면제처리를 받았다), 국가 입장에서 보면 나쁜 놈이려나? 아니면 자기들 밥그릇 챙기려는 정책을 펼쳐도 관심 없는 호구? 

 

  반면 내가 처한 환경은 좀 특이하다. 부모님을 비롯하여 문탁 주변 사람들은 왼쪽 성향이 강한데, 내가 자주 보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고향 친구들은 완전 오른쪽이다. 진보, 보수 같은 키워드만으로 두 집단을 설명할 순 없지만, 어쨌든 대략적으로는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내가 봐온 왼쪽은 ‘다 함께 잘 사는 삶’을 추구하지만, 실제 삶을 들여다보면 그냥 이념적으로만 추구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반면 오른쪽은 모두가 잘사는 삶보다는 주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고, 그래선지 보다 실질적인 이야기들이 나오는 느낌이었다. 난 두 진영 다 어느 정도 이해되긴 하지만, 모두가 이해돼서 중립적으로 있다기보다는 고르기 싫어서 가만히 있는 것 같다. 어느 쪽이든 극으로 치달았을 때 추해진 모습을 봐왔을 뿐만 아니라 두 진영이 전혀 양립할 생각도, 그럴 가능성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풀리지 않을 싸움에 굳이 참전해야 하나? 어느 쪽이 이기든 내 삶이랑은 직접적인 연관도 없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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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재명의 검이오 

 

  그런데도 내가 이번 대선에 관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나는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점치고 있고, 나도 이재명 후보를 뽑지 않을까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재명의 검이자 방패이니”

 

  이건 극보수 남초 커뮤니티인 ‘디씨인사이드’에서 출발한 밈이다. 민주당을 혐오하는 그들이기에, 처음에는 이재명 후보를 비꼬기 위해 나온 말이었다. 그러나 연애나 재력을 과시하는 글에 달리는 밈처럼 쓰이기 시작하면서 타 커뮤니티까지 퍼져나갔다. 이재명 후보가 거론한 사회주의적 성향의 정책(상류층 증세와 같은)을 보며 커뮤니티 유저들이 본인(‘아싸’)들을 서민에, 연애 중이거나 돈이 많은 ‘인싸’들을 기득권에 대입하여 기득권층을 처단하겠다는 맥락이다. 진지하게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선언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농담인데, 워낙 많이 쓰이고 널리 퍼지다 보니 이젠 정말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반대로 우파들이 보수정당들의 실책을 보며 물귀신처럼 ‘이재명 찍고 다 같이 죽자’는 의미로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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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은 '이재명 총통'이라고 부르며 밈을 확산시키고 있다.
 
 

  20대 남성들의 커뮤니티 상황은 작년부터 이런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 나 또한 영향을 받았다. 실제로 어떤 의미로 쓰이든 ‘웃긴 밈’으로써 소비되고 있고, 후보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나로선 이재명 후보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 남초 커뮤니티를 이용하면서도 정치 성향이 불명확한 사람들은 나와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비율을 상상 이상으로 높을 것으로 짐작한다. “아니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 정책들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투표할 수 있어?!”라며 화를 낼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의 투표는(아마 다른 나라도 비슷할 것이다) 그렇게 논리적인 판단하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쇼미더대선

 

  랩 실력 하나만으로 <쇼미더머니>를 우승한 사람은 없다. 훨씬 중요한 건 그 시즌에 얼마나 이미지 메이킹이 잘 되었고, 드라마틱한 서사를 바탕으로 팬덤을 많이 보유하게 되었는가이다. 아무리 힙합의 본질이니 뭐니 따져봐도, 방송인 이상 그럴 수밖에 없다. 대선도 후보들의 정책만을 따져서 투표하는 게 전혀 아니며, 정치의 본질을 따져봐도 마찬가지다. 

 

  인문학 공동체를 포함한 내 주변 어른들을 보자. 20대 남성들과는 달리 대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그래도 이재명은 안된다’는 말이 들려온다. 나로서는 이재명 후보의 행적을 알지 못하지만 ‘깡패’라느니, ‘독불장군’이라느니,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사람’처럼 이미지가 새겨져 있었다. 지금의 정책과 방향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과거의 행적을 통한 성품이 곧 판단 기준이다. 그러고 보면 ‘문빠’들이나 ‘노사모’도 비슷한 맥락으로 인성과 품성을 중심으로 한 ‘팬덤’인 것. 대선 시즌에만 하는 온갖 서민행세도 팬 입장에서 보면 ‘아이고 대통령님’이지만 팬이 아니라면 ‘쑈’가 될 뿐이다. 

 

  소위 ‘친박’이라고 하는 보수진영 쪽 팬덤도 존재하는데, 두 진영의 성향이 다른 만큼 분위기도 조금 다른 것 같다. 팬덤이지만 개인의 품성이나 행적은 전혀 관계없이,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이어져 오는 라인이기 때문에 지지하는 느낌이다. 왕과 그 혈족에게 하는 절대적인 복종도 아니고….

 

  결국 이런 팬덤 투표, 비논리적 투표의 맥락에서 보면 지속적인 실언과 실책이 이어지는 윤석열 후보보다는 보수 커뮤니티에서도 ‘웃긴 밈’으로 소비되고 있는 이재명 후보의 승리를 점치게 된다. 

 

 

  20대의 젠더-팬덤 싸움

 

 

  나는 그렇다 치고, 다른 20대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평소 친구들과 정치에 대해서는 특정 가십거리에 대해서밖에 얘기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궁금했다. 가까운 친구 두 명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팬덤 투표의 맥락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이한 건 그 구도가 굉장히 젠더 갈등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정치와 시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이야기하는 생물학적 남성 친구 J는 철저하게 자신의 이득을 위해 움직인다. 정치에 대해서도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밥그릇은 자신이 챙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대의민주주의 국가를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착취를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표현하면서, ‘헬조선’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정치에 관심이 없는 편인 생물학적 여성 친구 D는, 투표 시즌만 되면 정치인들 관련 이슈가 많이 보여 어느 정도 정보를 취합한다고 한다.

 

  후보들의 정책을 하나하나 언급하면서 비교한 J도, 상세 정책들을 모른 채로 인상만을 이야기한 D도, 정의당을 언급할 때는 재밌는 반응을 보였다. J는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의 사회민주주의적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뭔가 마음에 안 든다며 정책의 현실성 정도를 비판했고, D는 다른 후보들이 내세우는 정책들은 모르지만, 심상정 후보는 자신이 처한 20대, 여성, 비정규직 등의 조건을 개선하고 해결해줄 만한 유일한 후보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만큼 20대 또한 팬덤에 따른 투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그 기준은 성 감수성이나, 페미니즘 지지 여부라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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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의 보여주기식-친 페미 정책은 여성들에게 효력이 없는 듯했고,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J조차 윤석열 후보가 아무리 반 페미니즘 정책을 펼쳐도 뽑을 수 없다고 한다. J는 자신도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임에도 윤석열 후보를 지지할 수는 없다고 한다. 더불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20대 남성들이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는데, 여가부 폐지를 비롯한 반페미니즘적인 성향 하나 때문인 것 같다며 그들이 정책들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만큼 20대들에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팬덤 분위기가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고, 모두가 정책과 논리적인 판단하에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면서 점점 더 비관적으로 되었다. 투표함으로써 특정 팬덤에 소속되고 싶지 않았고, 내 삶과 관련도 없는 것이랑 엮여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대선과 정치를 내가 매년 몰입하는 <쇼미더머니>와 힙합씬에 비유해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쇼미더머니>에서 내가 응원했던 래퍼는 단 한 번도 우승을 못 했다. 그런데도 나는 분하지 않고, <쇼미더머니>나 투표한 대중들을 욕하지 않는다. (사실 과거에는 많이 욕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쇼미더머니> 이후의 행적이다. 우승자임에도 커리어를 잘 쌓아가지 못하는 래퍼도 있었고, 우승하지 못함에도 우승자보다 훨씬 잘 된 래퍼도 있었다. 꼭 잘되지 않더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힙합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참 멋있다. 

 

 

 

 

 

 

  물론 대선은 대통령이라는 한 개인을 뽑는 건 전혀 아니라 특정 성향의 정당, 세력을 뽑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당이 안 뽑혔다고 해서 정의당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설사 정의당이 사라지더라도, 그 이념과 철학들은 계속 살아 움직일 것이고, 어느 정당이건 마찬가지다. (굳이 정의당을 언급한 건 그래도 세상에는 흐름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가 당선되었다고 해서 이민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국가에 너무 종속되지 않는 각자의 삶을 만들어나가고, 할 수 있는 걸 지속하면 되는 게 아닐까? 막말로 허경영도 이렇게 열심히 전화를 거는데, 우리도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지 않은가? 그러다 보면 세상의 흐름과 맞아떨어져 자신의 성향과 같은 국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국가 자체가 해체될 수도 있다^^) 투표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인지다. 그래서 난 너무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바라는 사회에 가까운 정당에 투표하기로 했다. 어딘지는 비밀~

댓글 4
  • 2022-01-23 10:48

    글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박근혜가 당선 되었을 때 이민 갈 형편은 안되고

    TV를 버리고 한전에 전화해 TV수신료 없애달라 했던게 기억나네요.

    이명박근혜 때도 제 삶은 변함없이 흘러왔듯이 이번에도 그렇겠지요.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옳은 일들을 하며 살아가는것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 2022-01-23 13:27

    <아젠다>에 대선을 주제로 코코펠리가 글을 쓰다니? 이번달 <아젠다>를 열어보고 깜놀했어요.

    저의 대선에 대한 무관심-역주행과는 다른 우현의 관심-역주행이 느껴집니다. 이런게 시대의 기운일까요?

    역시 'MZ세대'는 그동안의 역대 대선과 이번 대선을 가르는 핵심적인 키워드의 하나인가 봅니다.

    대선이 가까워오고 있군요. 삼프로TV라도 한 번 봐야하나? 이런 생각이 절로 드는군요.^^

  • 2022-01-24 12:21

    그러니까요 ㅋ

    삼프로티비도 보고 젊은 친구들 초대해서 이야기도 듣고 한번 관심을 가져봐야할까 봅니다

    다음달 봄날의 살롱에서~~~^^

  • 2022-01-24 18:05

    요즘은 애써 정치라든가 대선에는 관심을 두려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저의 이런 자세는 어떤 주의에 나를 너무 종속한 결과인가라는 생각도 드네요.

     

    대선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보여줘서 고맙습니다. 

한문이예술
    하나의 귀와 두 개의 입 한자가 보여주는 듣기의 방법론   동은     1. 실용實用적인 한자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등장할 때가 있다. 그러면 눈을 부릅뜨고 앞뒤의 맥락을 살펴 단어의 의미를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그 단어가 짐작만으로는 넘기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 경우에는 사전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같은 발음을 가진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여러게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땐 하나하나 문장 속 단어에 의미를 적용시키며 여러 개의 단어 중에서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한자를 많이 알면 이 과정이 상당히 빨라진다.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의 특성상, 한자를 많이 알수록 이렇게 문해력과 어휘력이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한자는 분명 살아가는데 실용적이다. 실용實用적이라는 건 실제로 쓰일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인데, 이런 문해력과 어휘력 외에도 한자의 실용성이 발휘되는 부분이 있다.     한글과 다르게 한자는 문자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 당연하게도 ‘의미’가 문자에 담기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은 때로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당한 고심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문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맥락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복잡해지기도 한다. 이건 문자 하나일 뿐일지라도 거기에 담긴 ‘이야기’는 여러가지 일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중층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문자가 사용되는 오늘날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 처음 문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갑골문에 대한 해석은 오늘날에도 고정되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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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은 2024.0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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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의 알지만 모르는
한비자의 법.술.세. 탐구 첫 번째 이야기 법은 왜 존재할까?   17년간 버스 기사로 일한 A씨는 2010년 10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가 요금 6천400원 중 6천원만 회사에 납부하고 잔돈 400원을 두 차례 챙겨 총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2022년 8월 3일 연합뉴스 일부 발췌>   이 뉴스는 한동안 떠들썩했던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사건이다. 내가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의심받을 만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사측은 버스기사가 잔돈 400원으로 두 번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CCTV로 낱낱이 찾아냈다. 사측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무얼까? 그 버스기사가 당시 노조활동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800원 횡령죄라니... 이게 법이야?”라고 내가 푸념하자 사람들은 말했다. “법은 원래 그런 거야.” 법은 정말 원래 그런 걸까? 법의 존재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내가 『한비자』를 다시 읽은 이유이다.     1. 자산의 성문법 – 귀족의 전횡을 막다   춘추시대는 법이 아니라 예(禮)로 다스려지는 시대였다. 그렇다고 법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은 백성에게만 적용되었다. 다시 말해 백성이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지만, 귀족(대부 이상)은 열외였다. 귀족은 형벌의 규제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 입맛대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해서 백성을 처벌하기까지 했다. 이 당시 법은 공개되지 않고 전적으로 특권층의 재량에 맡겨졌다. 법가는 주나라 말기 심해지는 귀족의 횡포를 막기 위해 법을 성문화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오늘날 우리가 법이라고 말하면 이런 성문법을 의미한다.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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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2024.0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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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두 번째 영화는 <도니 다코>(2001)입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 도니 다코 Donnie Darko | 미스터리/판타지/드라마 | 미국 | 112분 | 2001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도니 다코(제이크 질렌할)’는 잠결에 어딘가를 헤매다가 ‘프랭크(제임스 듀발)’를 만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는 “28일 후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알려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28일6시간48분12초 후’란다. 도니의 왼쪽 팔뚝에도 ”28:06:48:21“이라고 쓰여 있다. ‘네임펜’으로 잠결에 써서 그런지 글씨가 삐뚤빼뚤하다. 불행히도 프랭크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세계가 곧 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오직 ‘도니’ 혼자뿐이다. 말한다고 믿어줄 친구도 없다. 그렇게 밤새 헤매다 아침이 되면 도니는 늘 엉뚱한 곳에서 일어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 가면을 쓴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영화 <도니 다코>(2001)의 카메라의 시선은 심플하게 ‘도니’의 행동을 쫓는다. 영화의 배경도 그의 집, 학교, 좀 더 넓게는 마을이 전부다. 극의 흐름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영화를 명료하게 이해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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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2024.0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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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64괘에서 42번째 풍뢰익(風雷益)괘는 산택손(山澤損)괘의 다음에 배치된 괘이다. ‘덜어낸다’는 뜻의 손괘와 ‘보탠다’는 뜻의 익괘를 보면 어딘지 경제적인 관점이 생기는 듯 하다. 그 관점으로 보면 손은 손해, 익은 이익으로 보게 되고, 결국 손괘는 안좋은 괘이고, 익괘는 좋은 괘라는 일차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다. 경제는 고대사회에서도 그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영역 중 하나였으니 주역에 경제개념을 다루는 괘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주역에서 다루는 손과 익은 기업의 ‘손익계산서’같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손괘와 익괘 모두 풍요로움, 풍성함, 여유있음을 상징하는 부(富)를 소재로 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리고 손괘의 손이라는 의미가 덜어내거나 빼는 마이너스(-)를 뜻하고, 익괘의 익이 더하다는 의미의 플러스(+)를 가리키는 것도 맞다. 하지만 손괘가 무작정 마이너스나 손해를, 익괘가 무한정한 플러스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주역은 부의 크고 작음, 부의 커지고 작아짐의 관점보다는, 오히려 ‘유동하는 부(富)’, 즉 고정되어 쌓이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는 부가 만들어내는 ‘효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덜어 아래에 보탠다는 뜻은 이천은 손괘와 익괘를 비교하면서 “손괘는 아래를 덜어 위에 더하는 것이며, 위를 덜어 아래에 더하면 익괘가 된다. 백성의 위에 있는 자가 은택을 베풀어서 아래에 미치면 익(益)이 되고, 아래의 것을 취하여 자신을 후하게 하면 손(損)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손괘와 익괘는 무언가 흐르는 방향이 정반대로 대비되는데, 흐르는 것이 부(富)라고 했을 때, 손괘의 부는 아래에서 위를 향하고(↑) 익괘의 부는 위에서 아래를 향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주역64괘에서 42번째 풍뢰익(風雷益)괘는 산택손(山澤損)괘의 다음에 배치된 괘이다. ‘덜어낸다’는 뜻의 손괘와 ‘보탠다’는 뜻의 익괘를 보면 어딘지 경제적인 관점이 생기는 듯 하다. 그 관점으로 보면 손은 손해, 익은 이익으로 보게 되고, 결국 손괘는 안좋은 괘이고, 익괘는 좋은 괘라는 일차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다. 경제는 고대사회에서도 그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영역 중 하나였으니 주역에 경제개념을 다루는 괘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주역에서 다루는 손과 익은 기업의 ‘손익계산서’같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손괘와 익괘 모두 풍요로움, 풍성함, 여유있음을 상징하는 부(富)를 소재로 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리고 손괘의 손이라는 의미가 덜어내거나 빼는 마이너스(-)를 뜻하고, 익괘의 익이 더하다는 의미의 플러스(+)를 가리키는 것도 맞다. 하지만 손괘가 무작정 마이너스나 손해를, 익괘가 무한정한 플러스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주역은 부의 크고 작음, 부의 커지고 작아짐의 관점보다는, 오히려 ‘유동하는 부(富)’, 즉 고정되어 쌓이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는 부가 만들어내는 ‘효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덜어 아래에 보탠다는 뜻은 이천은 손괘와 익괘를 비교하면서 “손괘는 아래를 덜어 위에 더하는 것이며, 위를 덜어 아래에 더하면 익괘가 된다. 백성의 위에 있는 자가 은택을 베풀어서 아래에 미치면 익(益)이 되고, 아래의 것을 취하여 자신을 후하게 하면 손(損)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손괘와 익괘는 무언가 흐르는 방향이 정반대로 대비되는데, 흐르는 것이 부(富)라고 했을 때, 손괘의 부는 아래에서 위를 향하고(↑) 익괘의 부는 위에서 아래를 향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봄날 2024.03.08 |
조회 163
토용의 서경리뷰
무슨 책을 읽을까?   한문강독세미나는 한문으로 된 동양고전을 강독하는 세미나이다. 2010년부터 시작했으니 문탁의 역사와 함께한 세미나라고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강독하던 책이 끝을 보일 무렵이면 다음 번 책을 두고 즐거운 고민을 시작한다. 『서경』을 시작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강독 중이던 『근사록』이 끝나갈 무렵 다음 책을 두고 세미나원들간에 설왕설래가 시작되었다. 동양고전의 기본이 사서삼경인데 사서는 읽었으니 이제 삼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시경』,『서경』,『주역』 중 무엇을 읽을까? 『주역』과 『시경』은 이문서당에서 읽고 있거나 읽을 예정이니 패스.(이문서당에서는 2018년에 『주역』을 2019년에 『시경』을 읽었다.) 자연스럽게 남은 것은 『서경』. ‘그래 너로 하자. 그렇잖아도 네가 많이 궁금했다.’ 큰 이견 없이 『서경』으로 결정되었다.   그동안 사서를 읽으면서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시왈(詩曰)’, ‘서왈(書曰)’에 당혹스러운 적이 많았다. 한자와 문장도 어려운데다가 앞뒤 맥락도 모르는데 한 구절 뚝 떼어다가 써 놓았으니 말이다. 그럴 경우는 대부분 주장하는 논리의 근거로 인용을 한다. 직접 인용을 하지 않았더라도 『서경』의 내용이 문장 속에 녹아 있는 경우도 많다. 『논어』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인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마련이다.’의 출전도 『서경』이다.   『서경』은 공자가 성군으로 칭송하는 요순의 정치와 본받고 싶다던 주공의 교훈을 자세하게 싣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논어』의 마지막 편인 「요왈」은 제왕의 정치에 대해 『서경』에 나오는 요, 순, 탕왕, 무왕의 말을 간추려 전하고 있다. 맹자도 자신의 왕도정치를 주장할 때...
무슨 책을 읽을까?   한문강독세미나는 한문으로 된 동양고전을 강독하는 세미나이다. 2010년부터 시작했으니 문탁의 역사와 함께한 세미나라고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강독하던 책이 끝을 보일 무렵이면 다음 번 책을 두고 즐거운 고민을 시작한다. 『서경』을 시작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강독 중이던 『근사록』이 끝나갈 무렵 다음 책을 두고 세미나원들간에 설왕설래가 시작되었다. 동양고전의 기본이 사서삼경인데 사서는 읽었으니 이제 삼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시경』,『서경』,『주역』 중 무엇을 읽을까? 『주역』과 『시경』은 이문서당에서 읽고 있거나 읽을 예정이니 패스.(이문서당에서는 2018년에 『주역』을 2019년에 『시경』을 읽었다.) 자연스럽게 남은 것은 『서경』. ‘그래 너로 하자. 그렇잖아도 네가 많이 궁금했다.’ 큰 이견 없이 『서경』으로 결정되었다.   그동안 사서를 읽으면서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시왈(詩曰)’, ‘서왈(書曰)’에 당혹스러운 적이 많았다. 한자와 문장도 어려운데다가 앞뒤 맥락도 모르는데 한 구절 뚝 떼어다가 써 놓았으니 말이다. 그럴 경우는 대부분 주장하는 논리의 근거로 인용을 한다. 직접 인용을 하지 않았더라도 『서경』의 내용이 문장 속에 녹아 있는 경우도 많다. 『논어』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인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마련이다.’의 출전도 『서경』이다.   『서경』은 공자가 성군으로 칭송하는 요순의 정치와 본받고 싶다던 주공의 교훈을 자세하게 싣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논어』의 마지막 편인 「요왈」은 제왕의 정치에 대해 『서경』에 나오는 요, 순, 탕왕, 무왕의 말을 간추려 전하고 있다. 맹자도 자신의 왕도정치를 주장할 때...
토용 2024.02.29 |
조회 269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에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첫 번째 영화는 <디 아워스>(2002)입니다.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 -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The Hours(2002)>       <디 아워스>는 1923년 영국 리치몬드에서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 중인 버지니아 울프와 1951년 미국 LA의 풍요로운 일상에서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 로라 그리고 2001년 뉴욕의 출판 편집인으로 별명이 ‘댈러웨이 부인’인 클라리사의 ‘어느 하루’를 교차 편집하며 보여준다. 버지니아와 로라가 살았던 때는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동성애 자체를 감추어야 했던, 혹은 전쟁 직후의 경제 번영 속에서 미국 전체가 가부장제 질서를 견고히 하던 시대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직후의 삶을 살았던 앞의 두 여성과는 달리 2000년대의 클라리사를 둘러싼 사회환경은 많이 달라져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가 있었다. 그것은 불안이다.     각각 버지니아, 로라, 클라리사로 분한 니콜 키드먼, 줄리언 무어, 메릴 스트립의 뛰어난 연기는 오늘날 여성의 삶으로 중첩되기도 하고 미묘하게 어긋나기도 한다. 여기서 리처드라는 인물의 등장은 의문을 낳는다. 그는 로라의 아들이자 클라리사의 첫사랑이며 버지니아와 같은 작가다. 또한 버지니아처럼 자살에 성공하는 인물이다. 여성의 삶에 대한 문제의식만으로도 영화는...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에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첫 번째 영화는 <디 아워스>(2002)입니다.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 -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The Hours(2002)>       <디 아워스>는 1923년 영국 리치몬드에서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 중인 버지니아 울프와 1951년 미국 LA의 풍요로운 일상에서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 로라 그리고 2001년 뉴욕의 출판 편집인으로 별명이 ‘댈러웨이 부인’인 클라리사의 ‘어느 하루’를 교차 편집하며 보여준다. 버지니아와 로라가 살았던 때는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동성애 자체를 감추어야 했던, 혹은 전쟁 직후의 경제 번영 속에서 미국 전체가 가부장제 질서를 견고히 하던 시대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직후의 삶을 살았던 앞의 두 여성과는 달리 2000년대의 클라리사를 둘러싼 사회환경은 많이 달라져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가 있었다. 그것은 불안이다.     각각 버지니아, 로라, 클라리사로 분한 니콜 키드먼, 줄리언 무어, 메릴 스트립의 뛰어난 연기는 오늘날 여성의 삶으로 중첩되기도 하고 미묘하게 어긋나기도 한다. 여기서 리처드라는 인물의 등장은 의문을 낳는다. 그는 로라의 아들이자 클라리사의 첫사랑이며 버지니아와 같은 작가다. 또한 버지니아처럼 자살에 성공하는 인물이다. 여성의 삶에 대한 문제의식만으로도 영화는...
띠우 2024.0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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