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시간> 4회차 후기

초빈
2021-09-18 16:24
319

 어째서인지 발제한 주가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세미나 처음부터 정군쌤이 발제 내용을 요약하래서 땀 뻘뻘… 제가 쓴 글을 보면서 눈앞이 하얘지는 경험을 했어요...) 바빠지기 전에 발제를 후다닥 맡아버리자! 란 마음으로 발제에 자원했는데… 하필 환절기랑 겹치는 바람에...ㅋㅋ 몸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서 고생하면서 겨우 완성했네요. 여기가 제 한계구나...를 느끼고 있어요… 체력적으로나 머리로나….

 

 아무튼, <존재와 시간> 1~2장의 흐름을 아주 간략하게 돌아보자면(말로 하지 못한 걸 글로나마…)

 

 하이데거는 우선 현존재의 2가지 성격(본질에 우선한 “실재"의 우위 그리고 각자성)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사용할 개념들을 정리해나갑니다.(눈앞에 있음, 평균성, 본래성, 실존범주 등…) 그리고 다른 학문(인간학, 심리학, 생물학 그리고 민속학)들과 비교하면서 현존재분석론의 중요성을 말하고, 주제를 명확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장으로 넘어가서는 ‘안에-있음(어떤 다른 것 ‘안에' 있는 그런 어떤 존재자의 존재양식)’을 통해 세계-내-존재라는 것을 ‘대강' 그려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계-내-존재의 한 존재양식인 ‘인식함'에 대해 설명하고는 ‘바라봄’과 ‘체류(모든 종류의 사용과 이용을 멈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이건 3장에서 더 자세히 설명합니다. 요요샘 후기 참고!)

 

 이해한 바가 적어서… 텍스트 내용은 이 정도 요약으로 마치겠습니다. 세미나 중 다들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지시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텍스트를 잘 이해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하네요ㅎㅎ

 

 대신 철학학교 세미나에 대한 감상을 추가로 더 이야기하자면… 사실 다른 세미나들과는 느낌이 달라서 조금 놀랐어요. 다들 학구열을 불태우는 것도 그렇고(이렇게 활성화된 세미나 톡방은 첨봤다! 진지함과 개그를 넘나드는 카톡방) 공부하는 방식도 제가 이전에 참여했던 세미나들이랑은 방식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이제까지의 세미나들에서는 (비록 공부한 내용은 다 까먹더라도;) 무언가 키워드를 제 삶 속으로 하나씩 가지고 나올 수 있었어요. 가령 붓다액팅스쿨에서는 ‘중도’, 길위의 인문학 광주 세미나에서는 ‘사건을 슬픔으로 소비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처음 철학학교를 신청하면서 ‘존재'라는 주제를 보고 존재에 관련된 무언가를 내 삶에 비추어 사유해볼 수 있겠구나, 내 존재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거든요. ‘내게' 어떤 의미일까에 집중을 하고 있었어요.

 

 이것이 철학 공부의 특성인지, 철학학교 세미나의 특성인지, 아님 이번 시즌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으나… 뭐랄까 학문적(?)이란 느낌을 받았어요. 하이데거가 말하고 있는 것이 내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를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하이데거가 제시한 단어를 파악하고 이것이 어떤 구조를 가지는지를 분석하는데 집중하는 느낌이었어요.(분석만해도 벅차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왜냐하면 하이데거가 뭔말하는 건지만 해석하다보면 세미나 두세시간이 훅 가더라고요...)

 

 처음에는 이런 방식이 생소했는데, 지금은 나름 그 흐름에 잘 적응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하이데거가 뭔말을 하나 일단 들어보기로…) 내용이 어렵긴 하지만 어려운 공부를 끈질기게 해나가는데서 오는 즐거움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한편으로는 후반에 쓰게 될 에세이는 내 삶과 엮여들어가야하는 작업인 건데(물론 분석적인 성격이 강한 글을 쓰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 부분도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네요.(이미 철학학교는 여러 시즌 진행되었고 어떻게든 되긴 하겠지만…) 

 

휴… 발제가 끝났다고 생각하니 어제부터 마음을 좀 놓은 거 같은데… 나중 가서 후회 안하려면 빨랑 책 읽으러 가야겠어요. 연휴 잘 보내시고 목요일날 봅시다~

댓글 5
  • 2021-09-18 22:33

    발제자가 매주 두 사람이어서 둘 중 누가 후기를 쓰는가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요. 그냥 이번주처럼 매주 두 사람 발제-두 사람 후기를 쓰면 되겠습니다.

    '발제 요약 발언'을 없애고, 후기 두편 체제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그리고....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키워드를 내 삶 속으로' 제대로 가져 오려면 공부의 강도(강렬함)이 높아져야 한다고요. 그러니까 이거슨, '유입키워드지속시간-공부강렬도 비례의 가설' 같은 것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공부해도 내년 3월쯤 되면 '내용'은 대부분 까먹습니다(다시 읽지만 처음 읽는 것 같은 저처럼요 ㅎㅎㅎㅎ) 그러면 결국 남는 건 '키워드'일텐데요. 몸에 박힐 때 훨씬 강려크한 느낌을 주었던 '키워드'일수록 더 오래 남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고생하며 걸었던 길을 평생 잊지 못하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이요. 그리고 그건 '키워드'가 아닐수도 있겠다....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요. 

  • 2021-09-19 01:23

    무언가 키워드를 하나씩 가지고 오는 것은 정말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저는 읽으며 생채기가 많이 나면 아마, 어쩌다, 혹시나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읽고 곧 잊을 텍스트를 읽는 거구요. 하이데거가 하는 말이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 지를 알려면 먼저 하이데거가 무슨 말을 하는 지를 알아야 하는데, 저는 혼자서는 도저히 알 자신이 없어서  여러샘들 신세를 져요. 아마 애쓴 만큼 남았다가 곧 잊겠지만 혹시 알아요? 뭔가 남을지... 제 경우 '우선 대개' 남는 것은 결국 내 것이 안되더라구요...

  • 2021-09-19 09:17

    하하하^^ 저는 윗글에서 초빈님의 '여기가 내 한계구나'에서 빵 터졌어요.

    노우~ 아니에요!! 같이 공부를 하지만.. 이 공부를 통해 갖게된 문제의식도, 함께 공부한 내용도

    아마도 초빈님이 더 오래오래  기억하고 또 삶의 한 부분으로 숙성시켜 갈거라고 저는 확신(^^)해요.

    그래서 어렵지만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자극받고 기대어서 끈질기게 공부해가면

    그 한계를 계속 더 뒤로 밀쳐내면서 읽는 힘과 생각하는 힘을 넓혀나갈 가능성이 젤로 클걸요!!ㅎㅎ

     

     

     

     

     

  • 2021-09-19 16:47

    하이데거 선생 곁에 초빈님도 있었군요^^
    저 역시 낯선 개념어들을 따라가기에 급급 삶 속에 대입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초빈님은 벌써 에세이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네요. 와~

    발제 끝난 거 엄청 부럽ㅜㅜ근데 발제자 전원 후기 선례를 남기다니요ㅎㅎ;;

  • 2021-09-20 08:34

    키워드를 가져올 엄두조차 못 내겠는 것이 책이 무지막지하게 어려워서 인 거 같아요. 책 내용이라도 파악을 해야 뭐라도 할텐데....저는 철학책 읽는게 실로 너무 오랜만이라서 읽기부터 적응이 안됩니다. 그동안 내가 문장을 막 건너뛰며 읽어왔구나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저는 마지막까지 책 내용이라도 독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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