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법하는 고양이와 부처가 된 로봇> 1회차 후기

자작나무
2021-07-16 22:24
311

<육조단경>을 끝내고 들어온 책은 <설법하는 고양이와 부처가 된 로봇>입니다. 

아니, 이게 뭔 소리냐?! 라는 감탄과 탄식이 나오는 책입니다. 

이제껏 알지 못했던 그러나 <육조단경>에서 조금은 맛을 봤던 에피소드들, 이른바 '공안'들이 등장합니다. 

누군가는 선어록의 공안을 알음알이으로 풀이하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그게 넌센스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우리가 아는 지식으로 짱돌로 머리를 굴려 봐야 하겠죠.

그렇게 다들 한편으로는 아는 듯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골 때리는 이야기를 '즐겁게' '멘붕'의 상태로 읽어내고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부분에서 그래도 남는 단어가 있다면, '불성'이 아닐까 싶네요. (물론 세미나를 했지만, 그게 뭐라고 정확히 답할 순 없어도ㅠㅠ )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어느 때는 "있다"고 하고, 또 어느 때는 "없다"고 대선사가 희롱하듯 답하네요. 

그래서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물론 이런 식으로 '상'을 짓고 분별하라고 이런 말을 한 건 아니겠죠. 

이런 문답이 오갔던 시대라거나 맥락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안다면 알음알이으로라도 조금은 알겠지만(물론 저자는 자신이 이해하는 한에서의 혹은 자기 맥락에서 '불성'이나 다른 많은 에피소드와 개념들을 잘 설명하고 있어요. 감사감사),  그것이 없더라도 선사의 선어록에서 우리는 '불성'이 무엇인지 답은 내리지 못해도 '고민'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죠, 고민!!!! 저는 요즘 이 말이 참 마음에 다가오네요. 

 

고민을 한다는 것은, 지금껏 내가 가진 '패턴화된 인식'(정확스님)으로는 명확히 답을 내릴 수 없는, 생각할 수도 없는

그런 질문이나 상황에 부딪혔다는 말이겠죠. 그럴 때, 너무나도 '쉽게' 또 패턴화된 인식으로 맞다 아니다 는 식으로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런 질문이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서 그 상황이 '나'에게 어떤 변화와 울림을 주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른바 '고민'이라는 말로 드러나는 것이겠죠.

물론 선어록에서 보이듯, 큰 소리를 친다거나 머리를 한 방 친다거나 하면, 그야말로 '멘붕'이겠죠^^ 고민을 넘어.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민과 멘붕일지도 모릅니다. 갑작스런 일로 멘붕을 겪는 사람도 있지만, 하지만 

또 누군가는 일상의 조그마한 일에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가면서 멘붕으로 가는 건지도 모릅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는 '멘붕'은 거창한 무엇인가가 아닙니다. 그저 내가 이거다! 라고 금과옥조처럼 혹은 습관처럼 사고하고 내 사고의 근거를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이게 맞나? 라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이라는 거죠.

선어록 속의 에피소드와 같은 상황은 모두 세상의 인연조건에 따라서 모든 것은 다 변화하고 무상하기 마련인데,

인간은 나를 고집하고 집착하고 내 사고방식대로 사고하기에 그 연기법을 알지 못해서 스스로 자초한 상황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선어록의 세계로 왔지만, 한편으로는 다시 부처님 살아생전에 남긴 연기법이나 일행삼매로 돌아가는 저를 보게 되네요.  

그러면서 연기법을 오늘날의 말로 오늘날의 상황으로 만들어가려는 노력들을 보게 되네요. 저자처럼 말이죠. 그리고 

요요샘의 당부처럼 말이죠. 우리 나름의 연기법과 그 이해를 갖고 싶어한답니다.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우리는 오늘도 책을 읽고 세미나 준비를 하지요.ㅎㅎ

이해하고 노력하는 것, 그 노력 자체가 바로 깨달음이고 삶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열심히 책 읽고 있을 동학들에게, 두손 모아 합장

 

 

 

댓글 3
  • 2021-07-17 11:21

    자작샘은 고민!!에서 멈췄다고 하시는데,

    이번에 책을 읽을 때는 웃음, 유머에서 멈췄습니다.

    ㅋㅋㅋ 위로를 받았다고나 할까?

    유머에도 깊이가 있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저는 늘 그래왔지만, 무겁기만한 불성을

    좀 가볍게 다가가려 합니다.

    그래야 이여름 잘 날 수 있을 듯도 하구요^^

  • 2021-07-17 18:27

    저는 지난 세미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마조스님의  '평상심平常心'입니다.

    '평상심'은 어떤 마음이고, '평상심이 도'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마조스님의 '즉심시불'에서 '즉심'이 '평상심'일텐데, 그렇다면 <단경>의 무념이 바로 떠오릅니다.

    <단경>에서도 수행해서 깨달음을 얻는 게 아니라는 정화스님의 해석을 읽을 때마다 턱턱 걸렸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데서 걸리는 느낌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붓다가 깨닫기 전 수행 과정에서 선정도 떠나고 고행도 떠난 것과

    마조스님의 '平常心是道'를 하나로 꿰어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선종의 사유와 실천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없애버리는 것 아닐까, 질문에 질문이 이어지며 헤매고 있네요.

    선사들이 옆에 있었으면 생각을 그만두고 바로 그놈을 보라고, 주장자로 한 대 맞았을 것 같군요.

    ㅎㅎ 이렇게 답 없는 의문에 빠지는 것이 선으로 들어가는 여러 입구 중 하나의 입구이길 바래봅니다.^^

     

  • 2021-07-18 21:02

    "열심히 책 읽고 있을 동학들에게 두 손 모아 합장"

    자작쌤의 저 말이 힘이 많이 됐어요.
    너무 더워서... 선사들의 맥락없게 느껴지는 대화에 몽롱해지는 정신 붙잡아가며 간신히 읽은듯해요.

    지난주 읽을수 있겠다 자신 했는데, 이번주 그 자신 완전히 상실 했어요.

    그래도 내가 책을 펼친 이 순간. 어쩌면 나도 한 페이지 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거 아닐까?

    그 세상은 나와 아주 강력하게 연결될테니... 풍덩. 빠져봅니다.  허우적거릴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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