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브 월경4회] 딸의 월경을 대하는 나의 마음

콩땅
2021-07-1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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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월경을 대하는 나의 마음

-〈소녀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소냐 르네 테일러, 휴머니스트, 2019)를 읽고

 

 

이 책의 저자는 사춘기 소녀들이 자신의 몸과 관해서 궁금해 할 모든 요소, 즉 생식기 명칭부터 겨드랑이와 생식기 털, 가슴 발달, 질 분비물과 월경에 이르기까지 사춘기의 원리를 기차 여행에 비유하며, 이해하기 쉽게 재미있게 들려준다. 거기다가 호르몬의 변화에 따른 감정 관리라든지, 우정의 변화와 관련하여 사춘기를 맞이하는 소녀들뿐만 아니라 사춘기 딸을 둔 부모들에게도 유용한 팁을 제공해주는 책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호르몬 변화에 따른 사춘기 소녀의 신체적 발달과 정신적 변화만을 다루지 않았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요 메시지는 자신의 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각자의 몸은 같은 듯하지만, 각기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상이라는 굴레에 갇히지 말라고 말한다.

 

월경은 슬픔과 두려움이었다.

사춘기 소녀에게 있어서 가장 큰 몸의 변화는 가슴발달과 월경일 것이다. 이 중에서 월경은 엄마에게 있어서 더욱 민감하게 다가오고 특히 그 시작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인가는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딸의 월경을 두려움이라는 감정으로 처음 맞닥뜨린 시기는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다. 이 시기에 많은 아이들이 성조숙증검사를 받는데, 10세 생일 이전에 성조숙증으로 진단 받으면 의료보험이 적용되어 비교적 적은 돈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액 검사와 손뼈의 엑스레이를 통해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데, 성조숙증으로 판별되면 키 성장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여자아이일 경우는 곧 생리를 시작한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병원에서 성조숙증 검사하러 가는 내내 불안하고 초조했다. 나는 키 성장보다 딸아이가 초경을 이르게 맞이하는 것이 더 큰 두려움이었다. 내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복잡했다. 세상에나, 정상적으로는 이르다고 해도 초5학년 정도에 초경을 시작한다는데, 초4에 시작하면 어쩌지? 내가 어렸을 적에는 초6이나 중1때 정상적으로 시작했는데....... 월경의 시작은 곧 임신이 가능한 성인의 몸으로 바뀌는데....... 생리용품은 뭐로 사용하게 하나? 뒤처리는 잘할 수 있을까? 여자로서 살아갈 불편한 일을 빨리 겪지 않기를....... 제발. 월경에 대한 나의 감정은 성인이 되는 축하와 기쁨이 아니라 슬픔과 두려움이었고, 조심해야 할 일이 많고, 귀찮고, 늦으면 늦을수록 좋은 일이었다. 여자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좀 빠르게 예측하지 못한 상태로 딸의 월경이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우왕좌왕 당황한 모습으로 그 순간을 보냈다.

 

쿨한 엄마인 척하기

딸의 초경을 어떻게 맞이하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보니 성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아이가 초4와 초6때 두 번에 걸쳐서 친구들과 함께 구성애 성교육센터 선생님과 ‘성스러운 토크’를 하는 시간을 가지게 하였다. 이는 알고 있어야 할 몸과 성에 대한 지식과 정보, 그리고 초경이 왔을 때 몸의 낯섦에 귀 기울이고 새로운 생리현상에 겁먹지 말고 자연스러운 일이며, 축하할 일임을 알게 하였다. 딸아이는 작년 중1때 첫 월경을 시작했다. 나는 호들갑 떨면서 인터넷으로 속옷 세트를 주문하고, 남편에게 케이크를 사오라고 하고, 아들에게는 누나 월경을 축하하는 카드를 쓰라고 하였다. 온 가족이 케이크를 중앙에 두고 식탁에 둘러앉았다. 케이크가 앞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생리 축하합니다. 생리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xx의 생리를 축하합니다.” 그러나 당사자인 딸은 무덤덤했다. 먼저 시작한 친구들도 많이 봐왔고, 월경이 대수롭지 않은 자연스러운 일임을 받아들인 딸에게 내 모습은 어디서 부모 교육받고 와서 어색하게 쿨한 엄마인 척하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딸은 웬 호들갑이냐고 피식 웃었다. 공포와 두려움으로 초경을 맞이했던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예사스럽게 초경을 맞이한 딸은 분명 월경을 슬픔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으로도 호들갑스럽게 축하해야할 무엇으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데면데면한 모습이 오히려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요즘 나는 다양한 월경용품에 눈을 뜨고 있다. 딸의 월경은 새로운 월경용품에 호기심이 생기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생리 팬티 써볼까? 진짜 하나도 안 새는지 궁금하다.” “생리컵은 엄마가 먼저 해볼게.”라는 말을 한다. 사실 이런 호기심은 딸의 월경에 대한 슬픔이 계속 마음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이제 몇 년 안에 완경을 하지만, 앞으로 35년 가까이 월경할 딸을 생각하면 안쓰럽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덜 불편했으면 하는 마음에, 새로운 용품을 시도하는 쿨한 엄마인 척 한다.

 

누나의 월경파티가 부러웠는지 아들 녀석이 이건 성차별이라고 투덜거리기에 “너는 몽정파티 해줄게.” 했더니, “남자도 피 흘려? 고추로 피가 나와?” 하며 깜짝 놀란다. 흠....... 그러고 보니 몽정은 슬프지 않다. 왜?

 

 

댓글 8
  • 2021-07-12 22:31

    월경 관련 책을 읽다보니, 초경의 경험을 엄마와 의논하기보다는 친구들에게 생리대 빌려쓰며 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대요.그러고보면, 나도 엄마가 아니라 친구가 그런 의논 상대였고^^ 딸의 월경을 앞두고 초조한 부모의 걱정을 조금은 덜어도 될 것 같다는 안심이 드네요.

  • 2021-07-13 07:08

    여성이라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하게 되는 월경인데 하는 이야기들은 다종다양하네요^^

    딸을 키우는 엄마가 딸의 월경을 보는 심경도 그 중 하나군요^^

    오랜만에 콩땅 글 보는 반가움도 있고요

    • 2021-07-13 10:13

      데면데면하게 자연스러운 딸

      속으로는 걱정하면서 쿨한척 그러나 호들갑을 떠는 엄마 ㅎ

      우리딸들은 엄마들과 정말 다른세상에 사는것 같네요^^

      글로 만나니 콩땅 반갑고 반갑네요~~

  • 2021-07-13 20:49

    뭐지? 글을 읽는 내내 나한텐 오디오 비디오 다 지원되네?!ㅎㅎㅎ

    규나랑 블랙 위도우를 꼭 보시오!!!

     

     

  • 2021-07-15 09:40

    어쩌다 넷플에서 옴니버스식 스탠딩 코미디를 보게되었다.

    대체 그들이 왜 웃는지 알 수 없어서 나는 하나도 웃기지 않은 장면이 수두룩했다.

    그중에 딸의 월경파티를 소재로 삼은 코미디가 있었다.

    아이고야.. 딸의 월경파티도 웃음거리의 소재가 되다니.. 콩땅의 이 글을 읽은 뒤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딸이 파티에 쓴다며 레드벨벳케잌을 주문해달라고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나 뭐라나..(코미디언인 그 아빠의 황당해 하는 표정이라니!)

    궁금하여 레드벨벳케익을 찾아보았다. 하하하 그러려니 했지만 새빨간 케익이다.

     

     

    더 웃기는 건 딸이 자신의 생리에 제이슨인지 뭔지 이름을 붙였다는 거였다.

    요즘 딸들은 그러고 논다는 이야기.

    하하 생리에 이름을 붙이다니! 나로서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였는데.. 뭐 못할 건 아니지, 싶다.ㅋㅋ

  • 2021-07-15 11:52

    딸은 없지만 조카딸들 초경에 대해서 나름 관심을 기울였지만, 역시나 딸을 가진 엄마가 아니어서 차원이 다른 고민?이 느껴지네요. ㅎ

    강민의 반응이 웃겨요 ㅎㅎㅎ 

  • 2021-07-15 14:58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때였다.

    엄마는 낮잠을 자고 있던 내가 깨기를 기다렸나보다.

    펄럭거리는 치마 속 빤스에 묻은 혈을 아버지가 보셨다고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미리 준비하신건지 엄마거 여유분이었는지 아기 기저귀 보다 작은 사이즈의 소청 기저귀를 내게 주시면서

    여자들은 월경을 한다고 이제부터 한달에 한번 월경때 이것을 사용하고 핏물을 빨고 삶아서 사용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게 끝이었다. 배가 아플것 이라거나 임신할 수 있다 뭐 그런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

    부끄러워서 집에 아무도 없을 때나 밤에 빨래를 했다. 몇번을 헹구어도 시뻘먼 물이 계속 나왔다.

    고등학교땐가 그때 생리대 광고가 나온 것 같았다. 가격이 부담이 되었지만 세상 그렇게 편리할 수가 없었다.

    돈이 궁하면 소청 생리대를 쓰다가 좀 여유가 생기면 펄프생리대를 사서 썼다.

    배가 아프다고 조퇴를 하거나 사리돈을 사먹거나 체육시간에 빠지거나 그런적은 한번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련한 것 같기도 하지만 참을성 있고 착하기도 한 것 같다. 기특하다.

    내딸들도 나를 닮아서 중하교 1학년때 생리를 했는데 콩땅 처럼  케익과 안개꽃에 붉은 장미를 속옷 세트를 온가족이 모여서

    세레머니를 했다. 우리때와 달리 학교에서도 배우고 친구들과도 애기를 하니 나도 더 할 이야기는 없었다.

    몇년전 부터는 화학약품이 도포된 생리대 쓰지말고 면 생리대를 쓰라고 내가 빨아 주겠다고 해도 그 불편성 때문에

    애들은 콧방귀도 안뀐다.

    • 2021-07-16 08:58

      봉옥샘의 스토리텔링 일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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