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데이 후기

현민
2021-07-12 15:20
291

너무 늦어버린 후기입니다...ㅎㅎ

 

큰 세미나에 오랜 시간을 들여 참석한 경험은 저에게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신청했지만, 나중에는 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저에게 무언가 남을거라는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공부하면서는, 계속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는데? 라는 질문이 가장 많이 들면서, 거기서 제일 답답해졌던 것 같아요.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래서 선생님들이 공부와 활동을 같이 하시는거구나 싶기도 했구요. 일하는 곳인 책방 우주소년에서 주로 지원사업 기획안이나, 서점을 설명하는 글 등만 써왔는데요. 그래서 세미나만큼이나 에세이 경험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아침 9시 반부터 4시 반까지 한 자리에서 서로의 글을 읽었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 함께 모여 공부했는데 이렇게나 흥미롭고 다양한 글이 나온다는 점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진정한 나’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그런거 허상이고 우리 다 서로 영향받으면서 사는거야 싶은데, 또 같은 걸 배우고 공부해도 이렇게 서로 고유한 것들을 만들어내는게 정말... 여러분들 너무 짱이시다 싶었습니다. 또 질문을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하시는 질문과 대답을 들으면서도 제 안에 미처 질문이 못된 말들을 깨우는 느낌이었어요. 여러분들이 쓰신 글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 저를 조금 더 멀리 데려갈 것 같아요~

 

 이 시즌이 끝나면 쉬어야지 했던 마음은 에세이 데이를 기점으로 가장 크게 바뀌었습니다. 제가 에세이를 읽을 때, 앉아계신 많은 분들이 웃으셔서 저는 엄청 당황스러웠는데요. 글을 읽고 나서 해주신 질문과 반응이 저한테 굉장히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평상시에 뭔가를 해도 피드백을 잘 받는 경험이 없어서 잘하고 있는건지, 못하고 있는건지, 어떻게 해야할지 어려웠습니다. 제 생각을 정리하고, 또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과의 경험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글을 쓰고 나서, 제 글의 문장들이 양면성이 강해서, 의도를 다르게 파악하실까봐 걱정 많이 했어요. ‘~이런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의도는 아니지만’ 이런 말을 덧붙이게 되더라구요. 나중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빼버렸지만, 아무도 제 의도를 비꼬아 이해하지 않으셨어서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에세이 주간동안 에세이 쓰는 티를 너무 냈는지, 에세이를 보여달라고 한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들한테 보여줬을 때, 제 글을 매개로 침범받을 용기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요. 이 경험이 저를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고, 글쓰게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저는 단언하는 사람들한테 쉽게 거부감이 드는데, 그래서 겸손한 마음으로 함께 공부하는 세미나원님들이 너무 좋습니다. 겸손한 마음이 아니셨더래도, 공부하는 마음이 자체가 겸손한 일인것 같아요. ㅎㅎ

 한학기동안 좋은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튜터님 반장님, 조원님들, 세미나원님들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결국... 양생 2학기를 홀랑 신청해버렸는데요. 그곳이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또 봬며 살아가요 우리~

 

댓글 4
  • 2021-07-12 15:27

    '그런 의도는 아닌데....'  이런 부연설명 없이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것 같고, 에둘러 에둘러 말하면서 오래 공부해봅시다^^ 현민 한 학기 동안 수고했어요!!

    • 2021-07-12 15:35

      겸목쌤과 2학기때 함께 해서 기쁜 1인입니다...ㅎㅅㅎ

  • 2021-07-12 15:50

    현민 글을 읽으면 자연스럽다? 이런 느낌이 들어요. 후기도 솔직담백하네요. 2학기 공부 같이하게 돼 기쁩니다!!!

  • 2021-07-13 06:59

    ㅋㅋㅋㅋ 현민님의 음성이 들리는 문장들이군요^^ 2학기에는 또 어떤 촉발이 현민님의 공부에 다가올지 기대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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