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단경』 마지막 후기

메리포핀스
2021-07-0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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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육조단경』 마지막 시간이었다. 『공이란 무엇인가』, 『금강경』, 『반야심경』에 이어진 『육조단경』의 읽기는 마치 돌다리를 차례로 건너는 듯하다. 『육조단경』의 주인공인 혜능스님의 일대기는 기존의 틀을 여지없이 깨부순다. 어느 날 혜능스님의 귀를 스치는 『금강경』의 경문소리는 나무꾼으로 살아가던 무지렁이의 삶에서 오조 홍인대사를 만나 가사와 발우를 전해 받고 육조 혜능이라는 자리에까지 이르게 한다. 나무꾼으로 저잣거리에서 바쁘게 오가던 혜능의 유년기, 홍인의 절 안에서 방아 찧는 행자로 닦았던 삼매, 사냥꾼의 무리 속에 1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은둔하며 살아야 했던 그의 지난한 삶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주변의 모든 조건을 도가 실현되는 터로 삼는 선사상의 큰 바탕이 된다.

  어느 날 혜능스님은 열 명의 제자를 모아놓단의 잘못된 견해를 떠날 수 있는 대법(對法)을 전한다. 이것은 삼십육대(三十六對)로써 바깥 경계인 무정 세계에 다섯 가지 상대, 언어로 상대되는 열두 가지 상대, 마음 자체에 작용하는 열아홉 가지 상대법을 말한다. 혜능은 제자들에게 이 서른여섯 가지 상대법을 잘 알고 쓰면 모든 경전의 가르침에 능통하게 되고 양극단의 잘못된 견해를 여읠 수 있다고 한다. 상대적인 견해는 아무리 수행을 한다고 해도 언제나 이차 화살에 맞게 되어있다. 불교 세미나를 통해 그동안 이런 오류에 빠져 있었던 나를 발견하게 되었으며 내가 가졌던 질문 또한 무엇인가를 드러내고픈 욕망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보리수도 본래 없으며 /밝은 거울 또한 없다/ 불성이 항상 청정하거늘/ 어디에 티끌 먼지 있을까

  혜능스님의 이야기의 전반에는 단박에 깨닫는다는 돈오사상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세상 사람 모두에게는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는 지혜를 본래 지니고 있지만 마음이 미혹하기 때문에 스스로 깨칠 수 없다고 한다. 『육조단경』에서는 해박한 지식을 가진 어떤 특별한 사람만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혜능스님처럼 무지렁이 같은 사람도 단박에 깨칠 수 있는, 어느 누구나 다 열려 있는 깨달음의 길을 보여준다. 그것은 선정과 지혜를 평등하게 두고 일행삼매, 즉 움직이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거나 항상 곧은 마음을 쓰는 것이라 하겠다.

  정화스님은 자신의 존재를 꽃으로 만들어야 완성된 존재가 된다고 여기면서 꽃이 되기를 바란다면, 바라는 마음에 의해서 자신이 꽃이 되지 못한 존재가 되고 만다고 한다. 찾고 구하려는 마음조차 꽃이 된 마음이며 부족함이 없는 마음인 줄 알아야 하는데 왜냐하면 삶의 모든 순간이 그대로 꽃이 된 인연이기 때문이란다. 진흙에서 아름다운 연꽃으로 피어난다는 것은 정화스님의 말씀처럼 중생이라는 존재 이유가 부처라는 존재 이유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머물지 않는 생명 활동을 자각하는 것이라 하겠다. 지금 여기, 보는 한 순간이 삶의 전부임을 알아차리는 것. 이것이 곧 반야이리라.

세미나를 통해 『육조단경』의 혜능이라는 인물과 불교를 과학으로 풀이해 주시는 정화스님을 만나게 되어 기쁘고 감사합니다. 다음주는 이진경의 『선불교를 철학하다 설법하는 고양이와 부처가 된 로봇』 첫시간 시작합니다.

댓글 3
  • 2021-07-09 21:13

    그동안 무슨 말인지 당최 알수 없어서 읽다가 던지곤 했던 책 중에 선어록들이 있었습니다.

    선어록들의 알 수 없는 대화들을 이젠 조금은 알아차릴 수 있으려나, 이번에 <육조단경>을 읽고나서 그런 기대를 해봅니다.

    <단경>에서 지금, 여기의 삶을 직시하는 선사들의 대화의 원형 같은 것을 엿본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뭔가 삘이 오긴 왔습니다만.. 그런데 이번에도 여지없이 제 기대가 깨지는 경험을 할 확률이 더 높아 보이는군요.^^

    하지만 이젠 그런 실패의 반복과 좌절도 과히 나쁘지 않다고 여길 만큼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하하하 <단경> 읽기의 성과라면 성과인 듯 싶습니다.^^ 우리 또 같이 서로에게 기대어 앞으로 나가보아요~

  • 2021-07-09 22:22

    단경에서 뭔가 감을 잡은 듯했는데, 

    선어록을 보니ㅠㅠ 이건 수수께끼같기도하고, 이런 동문서답이??

    ㅎㅎㅎ 또 동학들에 기대서 가야겠죵!

  • 2021-07-10 17:57

    육조단경.

    저한텐 커다란 충격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저는 선어록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무모한 자신이 생기는 거죠? 왜죠?

    뭐 그런 자세로 책을 펼치고 바로 크게 한 대 얻어맞을 것이 분명하겠지만,

    그렇게 쉽게 깨칠 도라면 선사들의 몽둥이 날아댕기는 그런 글도 없었겠죠.

    디지게 얻어 맞을 각오로 도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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